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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글 May 13. 2024

책 “강박증의 원인과 치유“에서 실마리를 찾다

그녀는 내가 사귀기 전 했던 그 고백들을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초반에 연애하면서 ‘대체 강박증이 뭐고 얼마나 깊게 오빠의 삶에 박혀있길래 오빠가 저러지?’라는 마음이 너무 크게 들었다고 한다. 근데 이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열심히 책을 찾아봤다고 한다. 내가 이 책을 보고 큰 희망을 느꼈듯이 이 책 역시 그녀에게도 엄청난 힘을 줬던 것이다.  

나도 사실 내 병을 더 잘 알고 싶고, 해결하고 싶었기에 열심히 인터넷 자료도 뒤져보고 책도 읽어봤다. 근데 시기적으로 정말 내 병을 고치고 싶을 때 읽은 책이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은 다른 강박증 관련 책과는 많이 달랐다. 왜 강박증이 생겨나는 건지, 다양한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강박증을 나타내는지, 그리고 이걸 어떻게 혼자서 이겨내 볼 수 있는지 정말 정말 잘 다룬 책이다.

그래서 이번 편에선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어떤 부분을 배웠고 앞으로 이를 바탕으로 내 강박증을 어떻게 치유할지.. 책 제목 그대로 강박에서 어떻게 해방될 수 있는지 다뤄보려고 한다.


이 책은 아마도 나처럼 강박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필수 개념서이자 보고 또 봐도 매번 느끼는 점이나 이해하는 바가 크게 달라질 것 같은 책이다. 나도 수시로 이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 글을 쓰는 시점엔 두 번 정도 이 책을 읽은 상태이다. 비록 아직 강박에 대해 20%? 도 이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우선 강박의 정의를 내려보자면, 강박은 “내가 나를 스스로 가둔 감옥”과도 같은 것이다. 내가 인생에서 정말로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을 가리기 위해, 마음속에 있는 큰 공포가 드러나기엔 너무 무서워 만든 가상의 공포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강박은 나조차도 스스로 이상하다는 걸 알기에 다른 사람에게 말해봤자 이해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기에 답답하고 부끄럽다.

그러나 상처는 계속 숨기고 치유하지 않으면 곪기 마련이다. 내가 받은 상처를 부끄럽고 사람들이 이해 못 할까 봐 계속 숨기는 게 아니라, 밖으로 드러내야 한다. 처음엔 아프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결국 그래야 상처는 치유된다. 또한 강박을 앓고 있다는 건 뇌의 구조적인 오류일 뿐이지 내가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명심하자.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건 “감정”인 것 같다. 강박증이 생기는 근본 원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전문 용어인 안와피질, 꼬리핵, 그리고 대상회전의 관계와 작용들을 설명하며 왜 강박이 생기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솔직히 말해서 완전히 이해가 가진 않는다..

내가 이해한 주요 개념을 정리해 보자면, 안와피질은 우리의 실수를 감지하는 뇌의 영역이며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그리고 이 판단이 꼬리핵에 전달되면 꼬리핵은 이 판단을 어떻게 할 것인지 컨트롤하는 영역에 해당하는 것 같다. 근데 이 두 작동 사이에 무엇인가 오류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대상회전에 지속적으로 불이 들어온 상태를 강박이 생긴 원인으로 설명한다. 대상회전은 본능 수준의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곳이다. (여기까지.. 봐도 솔직히 잘 모르겠죠..? 저도 잘 모르겠어요ㅎㅎ)

정리하자면, 우리는 무언가를 판단하거나 생각할 때 이성적인 부분도 쓰이지만 분명 감정적인 부분도 쓰인다. 근데 강박은 어떤 사건에서 이성적인 생각만 남아있고 감정은 억압된 상태를 말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강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가 빼먹은.. 즉 내가 억압할 수밖에 없었던 그 감정이 뭔지를 찾아내고 그 감정을 비슷한 상황에서 올바르게 느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결국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크게 두 가지다. (물론 이 책을 반복해서 읽고, 또 다른 책을 접하면서 해결책에 대한 방법이 바뀔 순 있지만 현재 집중해야 하는 건 두 가지라는 것이다.) 하나는 강박행동을 이겨내는 것. 다른 하나는 강박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는 것

강박행동을 이겨내는 방법은 최대한 강박 사고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들을 자제하는 것. 최대한 덜 생각하려고 하는 것. 그 정도가 유일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sns에 로그인한 체로 전화를 받는 게 힘들지만 10번 중 1번 정도는 시도해 보는 거다. 여자친구와 모텔에 가거나 그런 비슷한 스킨십을 한 날 최대한 덜 걱정하려고 노력하고, 집에 가서 옷을 다 빨래하고 씻는 행위를 10번 중에 1번 정도는 안 해보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 해도 별로 큰일 날 일이 없다는 것을 계속 인지하는 것 그게 앞으로 내가 할 일이다.


그리고 결국 내가 찾아내야 하는 것은 내 강박의 근본 원인이다. 내 강박의 시작은 이전에 글로 한 번 다룬 적이 있다. 그리고 다시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내가 그때 숨기고 싶었던 감정이 뭐였기에 그걸 가장 큰 두려움으로 삼았을지.. 내가 정말 들키고 싶지 않았던 더 큰 두려움은 뭐였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앞으로 이걸 얼마나 잘 찾아낼 수 있을지, 내 강박행동을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 자신할 순 없다. 그러나 옆에서 날 응원해 주는 여자친구와 가족이 있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방법도 찾은 현재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설레고 긴장된다. 몇 년이라는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쓰는 이 글들과 책을 통해 강박을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결국은 강박에서 해방된 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꿈꾸며 나는 오늘도 한 발자국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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