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날을 떠올리며…
어제는 정신이 없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충격이었다.
후회 없는 이별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어제는 조금 후회가 된다. 그러나 나 스스로는 최대한 후회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 순간, 그냥 더 이상 거기 있기 싫었다.
나에게... 그리고 내 운명에... 너무나도 화가 났다.
'또 내가 다 망쳤지...'
'역시 내 강박은 항상 재앙을 불러와..'
전력을 다해서 그 순간으로부터 도망쳤다. 더 있다간 모든 걸 다 부서 버리고 싶을 정도로
내가 미워질 것 같아서...
그 순간, 그녀가 밉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미웠다.. 너무나도 미웠다.
나에게 준 이 가혹한 운명이 미웠다.
왜 또 나를 버리는가... 날 버리는 게 그렇게 쉬운가... 제발 나를 좀 붙잡아주면 안 되나
"우리 모든 일이든 같이 해 나갈 수 있잖아."
그날따라 그 말이 그렇게 잔인할 수 없었다.
의외로 집에 오고 나서는 괜찮았다. 괜찮으려고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1. 다시 기나긴, 어두운 동굴로 들어가는 것
2. 헤어짐의 원인, 그리고 내 본질적인 문제인 "강박"을 이젠 정말 빨리 고쳐야 한다는 것
솔직히 지금 이 순간에는 2번을 하고 싶진 않았다.
잠시 그냥 제자리에 멈춰서 쉬고 싶었다... 휴
근데 2번을 하는 게 어떤 목적 때문이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결국 "나"를 위한 거잖아.
그러니깐 해야지... 뭐 그걸 시도해야 다시 사랑을 하지.
꼭 사랑 때문은 아니어도 어쨌든 내가 더 높이 날아오르기 위해선 결국 필요한 거니깐...
헤어지고 나서 그런가... 아님 상처받기 싫어서 그런 건가...
'그래.. 이런 점이 별로였어.' '맞아. 그게 나를 힘들게 했었어.' 이런 생각이 마구 들기 시작했다.
애써 헤어짐을 정당화하는 건가. 별로 아쉬운 사람이 아니었다고 방어하고 싶은 걸까...
이런 생각이 들다 보니 문득 '내가 지금까지 연애를 왜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진짜 사랑하긴 했나? 사랑했다면 왜 사랑했는가?'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내 걱정, 불안을 잘 받아준 사람이어서?
같이 있으면 좋고,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
그럼... 그 사람이 아니면 이 세상엔 내 걱정을 받아줄 사람도 없고, 다양한 도전도 못하나?
아니... 정말 그녀여만 했던 이유가 대체 뭘까? 잘 모르겠어.. 그냥 옆에 없다면 당장은 힘들 거 같아서야?
그녀에 대한 원망과 미움...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생각하다 보니
차츰 미안함이 커져갔다.
이날 집에 와서 하루종일 누워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Here with me"를 들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 밑에 네 줄이다.
So please don't let me go
Don't let me go
And if it's right, I don't care how long it takes
As long as I'm with you, I've got a smile on my face
그렇다... 얼마나 오래 걸리든 나는 옆에 그녀가 있어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결코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내가 얼른 해결되어야 둘 다 행복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내 생각이었다.
난 당장 그녀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