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창작동화
나는 태어날 때
방울토마토라는 이름을 갖고 태어났어요.
방울토마토니까 방울토마토 상자에
다른 친구들이랑 같이 담겨 있었죠.
나는야 영양가 많은 방울토마토라네. 랄랄라~
나는 내가 그냥 좋았어요.
방울토마토라는 나의 이름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거든요.
너무 이름이 귀엽잖아요.
오늘은 주인이 토마토 계란 볶음을
해 먹겠다고 마음먹고,
우리 방울토마토들을 씻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주인이 나를 보게 됐죠.
"어? 방울토마토가 좀 특이하게 생겼네?"
그러면서 나만 쏙 빼더니 접시에 올려놓는 거 있죠.
다른 친구들은 프라이팬에서 계란과 함께
지글지글 볶아지기 시작했는데 말이에요.
이보세요. 왜 나만 열외 시켜요?
나도 내 소임을 다하게 해 달라고요.
맛있는 토마토 요리가 되어줄게요.
주인은 나를 요리조리 보더니 그랬어요.
"얘, 너는 말이야.
토마토라기보다는 자두나 미니 복숭아 같아.
내가 방금 재밌는 생각이 났는데 말이야.
복숭아는 안에 커다란 씨가 있어서 불편하잖아.
작은 자두처럼 생긴 복숭아가 나와도 좋겠다.
한입에 쏙 집어넣어 먹을 수 있는,
씨 없는 말랑이 아기 복숭아가 나와도 좋겠어.
너도 혹시 그런 개량종인데 이 상자에
잘못 들어온 건 아니었을까?"
아휴, 듣고 있다 보니까 짜증이 나더라고요.
이보세요!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래요?
나는요. 자두처럼 생기고 싶지도 않고
복숭아 맛이 나고 싶지도 않다고요.
나는 그저 방울토마토인 내가 좋다니까요!
왜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당신 맘대로
자두와 복숭아 타령이에요?
이제 그만 나를 내 친구들 있는 곳에 보내줘요.
재미도 없는 이야기 듣고 있으려니 스트레스 쌓여요.
당신 때문에 나 스트레스받아서 쪼글쪼글해지고
맛없어지면 책임질 거예요?
나는 누가 뭐래도 방울토마토예요.
그런데요.
주인이 원래 이렇게 쓸데없이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던 걸까요?
나의 신경질적인 외침이 들리지 않는지
이번에는 나를 이쪽저쪽으로 뒤집으면서 보더니,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얘, 너 지금 보니까 아기 엉덩이 닮았어.
어쩜 이렇게 신기하게 생겼을까?
방울토마토에서는 처음 보는 모양이야."
아... 정말!
그 닮았다는 소리! 이제 그만 좀 할 수 없어요?
나더러 먹을 수도 없는 엉덩이가 웬 말이오!
방울토마토라는 이름이 버젓이 있건만
왜 내 정체성에 혼란이 생기게 엉덩이래요?
나는 아무것도 닮고 싶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건 방울토마토의 삶이니까
당신 맘대로 내가 원치 않는 거 닮았다고
하지 말라고요!
나는 이렇게 혼자만 덩그러니 접시 위에 올려져서
감상하는 관상용이 아니란 말이에요.
나는 방울토마토예요. 제발 좀!!!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왜 남의 생을 자기들 맘대로 이러쿵저러쿵해요?
나는 분명히 말하지만 방울토마토인 내 생에
전혀 불만이 없어요.
내가 원한 적도 바란 적도 없는
딴 이름을 갖다 붙이면서
당신 맘대로 부르지 말아요.
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방울토마토였어요.
대추방울토마토 통 안에서
내가 조금 다르게 생겼다고 해서
내가 방울토마토가 아닌 건 아니란 말이에요.
내 이름을 당신이 함부로 바꾸지 마세요.
나는 누가 뭐래도 방울토마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