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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획된 우연 Aug 18. 2022

경제적 자유라는 이름으로

사색


돈 벌기 가장 좋은 시대.
네 잘났니, 내 잘났니.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라고 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저렇게 열심히 살아온 결과겠지. 그리고 그게 현재 삶의 원동력이겠지. 눈이 확 뒤집혀서 열심히 따라 해 본 적도 있었지만 결국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된다는 걸 깨달았다. 아닌가? 본디 내가 시키는 대로 안 하고, 늘 혼자 다른 거 만들고, 사이비 따위엔 절대 빠져들지 않는 캐릭터라 그런 걸까?


암튼 그 정도 했으면 그만해도 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 대체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일까.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끝이 있기는 한 거냐?


그렇게 정부의 정책과 기성세대의 부조리를 비판해 왔음에도, 결국 그 나름으로 자리 잡아버린 부와 명예는 오롯이 다음 세대에게 전하여 지속하고 영위하려 할 것이고, 그럼 똑같은 부조리를 만드는 꼴이 아니냔 말이다. 그것도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대체 언제쯤 모두가 편안해질 수 있을까. 이 고민은 언제 끝날까.




일찍 성공해 경제적 자유를 얻은 아이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얘기한다.

"꿈을 다 이루었어요. 그저 곁에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랄 뿐입니다."


모두가 저렇게 될 날은 아마 영원히 오지 않겠지? 그날이 지구가 멸망하는 날일지도..?




내가 운이 좋았던 건지, 하나부터 열까지 옥죄어 오는 엄마의 그늘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서였는지 또래들보다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을 상대적으로 일찍 이뤄냈다. 첫 직장부터 연봉도 좀 대단했고, 돈 걱정은 없는 탄탄대로였다. 다만, 인간이 덜 되었었기 때문에 고난이 있었지만, 덕분에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그 운이 다 되어 한국에 돌아와 새 출발하게 되었을 때 현실의 벽에 부딪혀 내 젊음은 줄곧 노후대비에만 초점이 맞춰져 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난 동년배들에 비해 제법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는 착각을 하고 살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중간에 한번 세계 일주를 비롯 제대로 된 휴식기를 가진 바람에 어쩌면 박봉으로 시작했던 많은 또래들과 비슷한 지점에 놓인 것이다.


가끔 현타라는 게 나를 세게 후려쳐, 내가 왜 글을 쓰겠다 하여 이 고생 중일까라는 막막함이 두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을 때가 있다. 나는 거미를 가장한 베짱이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 을 오브 을의 건실한 일개미를 벗어날 수 없는 걸까?




그러고 보니 나는 돈에서만큼은 늘 예민하고 정확했다.


그 누구도 그렇게 시킨 적도 가르친 적도 없는데, 돈 들어갈 일이면 크든 작든 심사숙고해왔다. 때로는 말도 안 되게 성큼 결정해 버리기도 하지만.. 확신이 없을 땐 상당히 오래 고민을 한다. 아주 사소한 장보기나 택배도 그러하다. 돈 들어갈 일이면 늘 진지했다. 그러니 이 선택에 대한 결과는 지금으로서 내게 일생일대의 일이 된 것이다. 나는 저지른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나의 뇌는 생각 멈추는 법을 모르고, 그로 인한 심상들을 끊임없이 불러올 수 있지만, 집중하기 시작하면 딱 하나로만 달려야 한다. 그래야 온전히 건강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거 하다 저거 하는 습관도 있지만, 뚜렷한 목표를 향해 뇌의 모터를 가동하기 시작하면 선명한 노선이 필요하다.


여기저기 돌아왔지만 결론은 그냥 두렵다는 것. 두려우면 그 두려움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면 된다. 해결되지 않는다면 일부라도 제거하자. 할 수 있다.


생각의 꼬리를 물고 물어, 알고리즘을 타고 내려가다 보면 분명 방법이 있는데 그냥 내가 게으를 뿐이다. 결론은 늘 하나다. 나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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