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상 나는 J, 동생은 P다. 어릴 때는 몰랐다. 내가 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에 동생이 사춘기여서 마찰이 없었지만 동생이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자 생활습관에서의 마찰이 상당했다. P/J라는 게 타고난 거란 걸 알았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쉽게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단 걸 알았더라면 굳이 동생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을 텐데.. 내가 생각해도 동생은 나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노래만 들어도 이렇게 달랐다. 나는 무조건 노래의 분위기와 가수의 목소리 등 흐름에 따른 순서가 중요했다. 동생은 그런 거 없이 그냥 무조건 랜덤 플레이를 선호했다. 나는 음악들을 때 '랜덤 기능'이 왜 있는지 이해를 못했던 사람이었다;;
집에 굴러다니는 연필도 그랬다. 나는 키순으로 맞춰서 몽땅연필 뒤에 모나미 볼펜을 꽂아서 다 쓸 때까지 먼저 쓰거나.. 키순대로 하나씩 썼다. 좀 병이었지만.. 그게 나한텐 일종의 놀이였던 것 같기도 하다. 동생은 달랐다 그냥 손에 잡히는 것, 그날 눈에 예쁜 것. 새 것이라도 상관없이 막 깎아 써버렸다.
때문에 동생 방에는 늘 새로운 형형색색의 볼펜 더미나 한번 쓰고 버리는 공책, 다이어리가 넘쳐났고.. 덕분에 나는 어느 시점부터는 더 이상 문구류를 사기 위해 돈을 쓸 필요가 없게 되었다. 집에 굴러다니는 게 너무 많았다. 원래 주인의 의중은 반드시 물었지만.. 가끔 그냥 가져다 써도 모를 정도였으니..
화장실을 쓸 때도 여러가지 고충이 많았는데.. 수건을 쓰고 어떻게 두느냐.. 환풍기를 껐느니 마니 등의 크고 작은 문제는 늘 산재해 있었다. 이걸 보며 이 정도면 분명 엄마, 아빠가 이렇게 다르다는 뜻일 테고 서로 사는데 힘들었어야 했는데 어떻게 두 분은 이런 일로 한번도 큰소리가 나지 않는 것인지 늘 신기했다.
그런데 MBTI를 이해하고 보니 답이 나왔다. 남녀 궁합은 되도록이면 P/J가 다른 게 좋단다. P끼리 만나면 집 정리가 안되고, J끼리 만나면 각자의 규칙이 충돌할 수 있으니.. 물론 P끼리 더 재밌게 살 수 있고, J끼리 규칙의 크기를 정해 선을 넘지 않고 합리적으로 잘 살 수 있다.
P들의 눈에는 규정하기 좋아하는 J가 답답할 수 있지만.. J의 눈엔 엉망진창으로 사는 P가 답답할 수 있다. 그러니 그냥 각자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며, 때론 서로 방식을 모방해 가며 나름의 일탈을 느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