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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획된 우연 Sep 27. 2022

MBTI, P와 J의 fun한 속성탐구

일기록

최근에 알았다. 나는 순서가 중요한 사람이었다.


MBTI상 나는 J, 동생은 P다. 어릴 때는 몰랐다. 내가 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에 동생이 사춘기여서 마찰이 없었지만 동생이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자 생활습관에서의 마찰이 상당했다. P/J라는 게 타고난 거란 걸 알았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쉽게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단 걸 알았더라면 굳이 동생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을 텐데.. 내가 생각해도 동생은 나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노래만 들어도 이렇게 달랐다. 나는 무조건 노래의 분위기와 가수의 목소리 등 흐름에 따른 순서가 중요했다. 동생은 그런 거 없이 그냥 무조건 랜덤 플레이를 선호했다. 나는 음악들을 때 '랜덤 기능'이 왜 있는지 이해를 못했던 사람이었다;;


집에 굴러다니는 연필도 그랬다. 나는 키순으로 맞춰서 몽땅연필 뒤에 모나미 볼펜을 꽂아서 다 쓸 때까지 먼저 쓰거나.. 키순대로 하나씩 썼다. 좀 병이었지만.. 그게 나한텐 일종의 놀이였던 것 같기도 하다. 동생은 달랐다 그냥 손에 잡히는 것, 그날 눈에 예쁜 것. 새 것이라도 상관없이 막 깎아 써버렸다.


때문에 동생 방에는 늘 새로운 형형색색의 볼펜 더미나 한번 쓰고 버리는 공책, 다이어리가 넘쳐났고.. 덕분에 나는 어느 시점부터는 더 이상 문구류를 사기 위해 돈을 쓸 필요가 없게 되었다. 집에 굴러다니는 게 너무 많았다. 원래 주인의 의중은 반드시 물었지만.. 가끔 그냥 가져다 써도 모를 정도였으니..


화장실을 쓸 때도 여러가지 고충이 많았는데.. 수건을 쓰고 어떻게 두느냐.. 환풍기를 껐느니 마니 등의 크고 작은 문제는 늘 산재해 있었다. 이걸 보며 이 정도면 분명 엄마, 아빠가 이렇게 다르다는 뜻일 테고 서로 사는데 힘들었어야 했는데 어떻게 두 분은 이런 일로 한번도 큰소리가 나지 않는 것인지 늘 신기했다.




그런데 MBTI를 이해하고 보니 답이 나왔다. 남녀 궁합은 되도록이면 P/J가 다른 게 좋단다. P끼리 만나면 집 정리가 안되고, J끼리 만나면 각자의 규칙이 충돌할 수 있으니.. 물론 P끼리 더 재밌게 살 수 있고, J끼리 규칙의 크기를 정해 선을 넘지 않고 합리적으로 잘 살 수 있다.


P들의 눈에는 규정하기 좋아하는 J가 답답할 수 있지만.. J의 눈엔 엉망진창으로 사는 P가 답답할 수 있다. 그러니 그냥 각자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며, 때론 서로 방식을 모방해 가며 나름의 일탈을 느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고로 정답은 없다.

그냥 각자의 삶에선 각자가 정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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