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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살아내는 방법

보이지 않는 미래에 잘못된 결정은 포함되지 않는다

by 에이브 Ave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혹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었다. 나는 이 문장을 되새김하며 오늘 하루도 살아가고 있다.


2학년 때, 전공을 바꾸고 싶다고 처음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인즉슨 실습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항상 실습을 다녀오면 머리가 어지러웠고 속이 메스꺼웠다. 공부만 하고 싶었는데 억지로 작은 사회에 나가야 하는 실습이 너무 싫었고 그만두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묵묵히 해냈다. 그리고 나 자신을 자랑스러워했다. 하기 싫은 것도 억지로 밀어붙이며 하고 있는 내가 마치 나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 같이 느껴져 뿌듯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3학년 실습이 되었는데 정말 큰 고비가 찾아왔다. 갑자기 나에게 많은 과제와 프로젝트가 쏟아졌고 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은 나는 큰 산을 만났다. 그래도 묵묵히 열심히 했다. 매일매일이 나에게는 도전이었고 억지로 나 자신을 끌고 어찌어찌 한 학기를 마쳤다.


나는 실습날이 너무 두렵다. 나의 선택이 맞는 건지 확신이 들지 않았고 사람들은 전공은 나의 인생에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금 나는 전공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것 같이 느껴져 답답했다. 교육이라는 학문에 매료된 것은 맞지만 지금 나는 현실에 숨 막힌다. 다가오는 실습이 싫고 현실적으로 졸업 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미래에 대한 책임감에서부터 도망치고 있는 걸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나의 고민이 합당하다고 생각하기에 전공을 바꾸고 싶은 나를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다만 2학년 때부터 쭉 해온 이 고민을 지금까지 안고 있다는 게 억울할 뿐이다.


물론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았다. 그러나 나의 상황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고 나는 계속 나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 교수님과 상담도 해보고 전공을 바꾸는 것에 대해 수도 없이 고민을 털어놓았지만 정작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막다른 길에 옴짝달싹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고 싶은 일도 하기 싫은 일도 이제는 구분이 안되고 모든 게 다 지겨워졌다. 예전에는 열정에 불타 마구 달려들던 내가 이제는 의욕을 잃고 하루하루를 똑같이 살아내고 있다.


지금 나의 고민이 몇 년 뒤에는 별게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고민이 나를 좀먹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막막한 현재의 상황은 무시할 수 없기에 매일 아침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상담신청을 해놓고 마냥 기다리는 것뿐이다. 3학년인 내가 전공을 바꾸고도 제때 졸업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기에 열심히 학점을 계산하고는 있지만 나의 생각을 정리해 놓을 힘조차 없는 나는 의욕 없이 오늘도 애꿎은 컴퓨터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앞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

어쩌면 지금의 상황은 나를 더 성장하게 할 발판이 아닐까 생각하며 견뎌낼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항상 똑같은 결론이 내려졌다. 나는 더 이상 나의 전공을 이어나갈 생각이 없다. 교육이라는 학문이 매력적이고 내가 교육을 공부하기로 선택한 이유도 타당하지만 그 이유 하나로 지금의 나의 힘듦을 무시하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이건 ‘아침’이 주는 하나의 시험일지도 모른다. 하루를 시작함에 있어 불만을 품고 시작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이 모든 게 나의 마음의 태도가 어떠한지 시험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답답해도 막막해도 감사하며 오늘 하루를 살 것인가 아니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을 불만과 불안으로 보낼 것인가. 매일 아침이 힘겹지만 하루동안 나의 불만과 불안이 서서히 잦아들기에 억지로라도 살아내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일이 일어나던 어떤 기분이던 시간을 가니까.


시간이 가기 때문에 나는 더 두렵다. 지금 내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데 지금 나는 도대체 무얼 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걸까. 10년 뒤에는 지금의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되지는 않을까.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대학 생활 중 꼭 하고 싶은 일들을 뒤로하고 나는 왜 자꾸 실습 때문에 매 순간을 괴로워해야 하는 걸까. 애초에 나의 마음의 태도가 올바르지 않기 때문에 실습을 괴로워하는 걸 지도 모른다. 내가 감사로 나를 무장하면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나를 괴롭게 만들지 못할 테니까.


나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전공을 바꿀 것인가 말 것인가. 혹은 감사하기로 선택할 것인가 불만과 불안을 선택할 것인가. 이제는 선택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고 불안에 떨며 소중한 날들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어떻게 되든 간에 도전해야 한다. 실패가 될 수도 성공이 될 수도 있고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옳은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을 선택하든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이고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바로 시작하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나는 또 살아낼 테니까.


KakaoTalk_20240921_103926359_16.jpg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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