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사라지는 사람들

형사 최민호와의 첫 공조수사

by 흑곰아제

연도역 2번 출구 앞 스타벅스는 퇴근 시간대라 사람들로 북적였다.

미쓰리는 구석진 자리를 잡고 앉아 긴장한 채로 최민호를 기다렸다.

손에는 엔드스톤 현장 참여 인원 명단을 프린트한 종이가 들려 있었고,

종이 가장자리가 땀에 젖어있을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6시 정각, 키 큰 남성이 매장 안을 둘러보며 들어왔다. 최민호였다.

그는 미쓰리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오랜만이에요. 이렇게 급하게 연락주셔서 궁금했어요."

최민호는 편한 차림이었지만,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다.

형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밤늦게까지 일하는 날이 많은 모양이었다.


"네, 정말 중요한 정보가 있어서요. 커피 뭐 드실래요?"

"아니에요, 제가 사올게요. 뭘 드시겠어요?"

"전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최민호가 커피를 사러 간 사이, 미쓰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부터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했다.

자칫 잘못 말하면 미친 사람으로 취급받을 수도 있었다.


"자, 여기요. 그럼 어떤 정보인지 들어볼까요?"

최민호가 돌아와 앉으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미쓰리는 심호흡을 한 후 조심스럽게 말을 시작했다.


"오늘 회사에서 현장소장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는데, 실종자 이야기를 들었어요.

박현수씨 말고 다른 분들도 사라졌다고..."

"다른 분들이요?"

"네. 윤성호라는 분이랑...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에요."

미쓰리는 프린트한 종이를 꺼내서 최민호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뭐죠?"

"3년 전 엔드스톤 연구실 공사에 참여했던 전체 인원 명단이에요. 총 15명인데..."

최민호의 눈이 예리하게 변했다. 형사의 본능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현수씨랑 윤성호씨가 모두 이 명단에 있다는 말씀이시죠?"

"네, 맞아요. 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여기 보세요."

미쓰리는 명단에 표시된 내용을 가리켰다.


"나현우씨와 오세준씨는 연락두절, 임재혁씨는 실종... 총 5명이 문제가 생겼어요."

최민호는 명단을 꼼꼼히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15명 중 5명... 3분의 1이 넘네요. 이건 절대 우연이 아니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뭔가 엔드스톤사와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최민호는 펜을 꺼내서 명단에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그쪽이 준 이 정보는 정말 중요해요. 제가 개인적으로 조사해볼게요."

미쓰리는 최민호가 계속 '그쪽'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했다.

마치 경찰서에서 조사받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냥 미쓰리라고 불러주세요. 그쪽이라고 하니까 좀 어색해요."

최민호는 잠시 멈칫하더니 작은 미소를 지었다.


"아, 죄송해요. 직업병인가 봐요. 그럼 미쓰리라고 부르겠습니다."

"정말요? 도와주실 거예요?"

"당연하죠. 이건 단순한 실종 사건이 아니라 연쇄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요."


최민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오랜 형사 경험으로 사건의 냄새를 맡은 것이다.


"다만 공식적인 수사는 어려울 것 같아요. 아직 증거가 부족하거든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알아볼 수는 있어요."

"어떻게요?"

"일단 이 명단에 있는 사람들 가족들을 만나봐야겠어요. 실제 상황이 어떤지 확인해보고."

최민호는 수첩을 꺼내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일주일 정도 주시면 결과를 알려드릴게요."

"네, 기다릴게요. 그런데 혹시 회사에 다른 분들이 위험하지는 않을까요? ..."

"그건 걱정 마세요. 조심스럽게 알아볼테니까. 그리고 당분간 평소처럼 행동하세요.

괜히 의심받을 만한 행동은 하지 마시고."


일주일이 지났다. 최민호로부터 연락이 왔다.


"만날 수 있을까요? 정말 중요한 정보를 알아냈어요."

"네, 언제 어디서요?"

"오늘 저녁 7시, 지난번과 같은 장소에서요."


미쓰리는 하루 종일 초조했다.

최민호가 알아낸 정보가 무엇인지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저녁 7시, 같은 스타벅스에서 최민호를 만났다.

그의 표정은 일주일 전보다 훨씬 심각했다.


"조사 결과가 어땠어요?"

최민호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미쓰리가 맞았어요. 정말 큰 문제예요."

"어떤...?"

"일단 명단에 있던 15명을 모두 확인해봤는데,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냈어요."

최민호는 수첩을 펼쳤다.


"연락두절이라고 했던 나현우씨, 오세준씨... 이분들도 결국 완전히 사라졌어요.

그리고 명단에 있던 나머지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다른 사람들도요?"

"네. 김철호, 이동환, 장민석, 노근수, 서준택, 배상민, 류호진, 송기수, 문성진, 한동규... 모두 사라졌어요."

미쓰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15명 전부가요?"

"맞아요. 하지만 더 이상한 건 그 다음이에요."

최민호는 목소리를 더욱 낮췄다.


"이분들이 사라진 후 몇 달이 지나서, 가족들에게 갑자기 문자가 왔어요.

'잘 지내고 있다, 걱정하지 마라' 이런 내용으로요."

"문자가요?"

"네. 그리고 그 문자를 받자마자 가족들이 모두 실종신고를 취소했어요. 모든 가족이 똑같이요."

미쓰리는 소름이 돋았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몇 달 동안 연락이 안 되던 사람에게 갑자기 문자가 와서 실종신고를

취소한다는 게..."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자세히 알아봤는데..."

최민호는 잠시 멈춘 후 충격적인 말을 했다.


"가족들 계좌에 큰 돈이 입금되어 있었어요. 모든 가족에게요."

"얼마나요?"

"평균 3억에서 5억. 가족당 차이는 있지만 모두 거액이었어요."

미쓰리는 말문이 막혔다. 3억에서 5억이라니. 일반 서민들에게는 평생 벌기 어려운 돈이었다.


"그럼 가족들이 돈을 받고 입을 막은 거예요?"

"그렇게 보이죠. 아니면..."

최민호는 말을 멈췄다.


"아니면 뭐요?"

"가족들도 위협을 받았을 수도 있어요. '돈을 받고 조용히 있으면 안전하지만,

말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런 식으로."

미쓰리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럼 15명이 모두... 죽었다는 건가요?"

"확실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정말로 살아있다면 가족들과 직접 통화라도 할 것 아니에요?

문자 한 통으로 끝날 리 없죠."

최민호의 분석은 논리적이었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사정이 있어도 몇 달 동안 가족과 연락을 끊고

지낼 이유는 없었다.


"그럼 엔드스톤사가 이 모든 일을 한 거예요?"

"가능성이 높아요. 15명 모두가 그 현장에서 뭔가를 봤거나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래서 입을 막으려고?"

"네. 아니면 아예 제거했을 수도 있고요."

둘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한 회사가 15명의 사람을 사라지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질문이 있어요."

"네?"

"왜 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거예요? 박현수씨와 개인적인 관계가 있었나요?"

미쓰리는 잠시 고민했다.

자신이 엔드스톤사 건물을 감시했던 일을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이 되었다.


"사실은... 엔드스톤사 건물을 몇 번 관찰한 적이 있어요."

최민호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관찰했다고요? 왜요?"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어요. 박현수씨 실종 소식을 듣고 뭔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체적으로 뭘 봤나요?"

"특별한 건 없었어요. 그냥 평범한 연구소 건물 같았는데... 다만 보안이 꽤 삼엄하더라고요."

최민호는 수첩에 메모를 했다.


"혹시 엔드스톤사에서 미쓰리씨가 관찰하는 걸 눈치챘을 가능성은 없나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미쓰리는 불안해졌다. 만약 엔드스톤사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다면 위험할 수 있었다.


"일단 조심하세요. 당분간은 엔드스톤사와 관련된 어떤 행동도 하지 마시고."

"네, 알겠어요."

최민호는 진지한 표정으로 미쓰리를 바라봤다.


"미쓰리, 솔직히 말하면 이 사건은 너무 위험해요. 15명이나 사라진 상황이라면

우리도 언제든 표적이 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여기서부터는 제가 혼자 수사할게요.

미쓰리는 더 이상 나서지 마세요."

"하지만..."

"아니에요. 이건 협상할 문제가 아니에요. 상대가 어떤 조직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반인인 미쓰리가 계속 관여하기엔 너무 위험해요. 전 형사니까 어느 정도 보호받을 수 있지만,

미쓰리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리고 제가 더 조사해볼게요. 엔드스톤사가 정확히 뭘 하는 회사인지,

그 현장에서 도대체 뭔 일이 있었는지."

최민호는 명단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며 말했다.


"15명이 동시에 뭔가를 목격했을 거예요. 그리고 그게 엔드스톤사에게는 절대 알려져서는 안 될

비밀이었을 거고."

"어떤 비밀일까요?"

"아직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15명의 목숨을 대가로 할 정도라면... 정말 큰 비밀일 거예요."

최민호의 표정이 더욱 심각해졌다.


"미쓰리씨, 이 일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사건일 수도 있어요.

자칫하면 우리도 위험해질 수 있어요."

"그럼 그만둘까요?"

"아니요. 이미 시작한 이상 끝까지 가야 해요. 15명의 사람이 억울하게 죽었을 수도 있는데,

그냥 모른 척 할 수는 없어요."

최민호의 눈에는 정의감이 불타고 있었다. 형사로서의 사명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해요. 상대가 15명을 사라지게 만들 정도의 조직이라면

우리에게도 어떤 일을 할지 모르니까."

"어떻게 진행할 건가요?"

"일단 엔드스톤사에 대한 기본 정보부터 수집할 거예요. 설립 연도, 주요 사업, 임직원 현황, 재무 상태...

모든 걸 파악해보겠어요."

최민호는 수첩을 덮으며 말했다.


"그리고 3년 전 그 공사 현장에서 정확히 뭘 했는지도 알아봐야 해요. 단순한 리모델링이었는지,

아니면 뭔가 특별한 공사였는지."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없을까요?"

"미쓰리는 일단 회사에서 혹시 관련 자료가 더 없는지 확인해보세요. 공사 관련 서류, 도면, 사진 등...

뭐든 도움이 될 거예요."

"알겠어요."


두 사람은 각자의 임무를 확인하고 헤어졌다.

미쓰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계속 뒤를 돌아봤다.

혹시 누군가 따라오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다.

15명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기 위한 위험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엔드스톤사라는 거대한 적과의 싸움이 곧 시작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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