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의 감시와 위험한 시선
미쓰리는 연구소가 한눈에 보이는 카페 창가 자리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엔드스톤사 건물을 계속 관찰했다.
하지만 그녀 자신도 모르게, 연구소 3층에서는 누군가가 망원경으로
미쓰리의 모든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여자 하나가 우리 건물을 계속 지켜보고 있습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엔드스톤사 경호원 강철민이 상급자에게 보고했다.
40대 초반의 강철민은 전직 군인 출신으로, 냉철하고 철저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엔드스톤사에서 보안 업무를 담당한 지 3년째였고,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는 예리함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CCTV로 확인해보니 30분째 같은 자리에 앉아서 우리 쪽만 바라보고 있어요.
일반적인 카페 이용객의 행동 패턴과는 다릅니다."
강철민은 모니터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화면 속 미쓰리는 커피를 거의 건드리지도 않은 채 계속해서 연구소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흥미롭군. 일단 뒷조사부터 해봐. 누군지, 어떤 목적인지 파악해보고."
상급자의 지시에 강철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즉시 시작하겠습니다."
미쓰리가 카페를 나서자 강철민은 은밀히 뒤따르기 시작했다.
그는 충분한 거리를 두고 자연스럽게 미행했다.
미쓰리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강철민은 미쓰리가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불이 켜질때까지 지켜보고있었다.
다음날 아침, 아파트 주차장에서는 강철민이 출근하는 미쓰리를 지켜보았다.
딸기잼을 잔뜩 얹은듯한 식빵을 입에 물고 씹으며 걷고있었다.
미쓰리를 따라 천천히 동구2번을 탔다. 출근길 사람들이 많아 눈에 띄지 않고 미쓰리 뒤로가 설수있었다.
‘이 여자, 얼굴엔 베개 자국이 그대로고 입 주변은 빵 부스러기가 붙어있군. 한심하군.’
강철민은 미쓰리를 관찰하며 그녀의 성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허둥지동 미쓰리가 내리자 빨리 따라 내렸다.
정비 공장들이 즐비한 곳을 한첨 걷더니 어떤 1층 건물로 쑥 들어갔다.
어떤 회사에서 일하는지까지 모두 확인했다.
"삼우건설..."
강철민은 건물 간판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 이름이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았다.
잠시 생각해보니, 얼마 전 그들이 '처리'한 박현수라는 남자가 일했던 회사였다.
이틀 동안 강철민은 미쓰리의 일상을 철저히 감시했다.
그녀의 출퇴근 시간, 점심 장소, 퇴근 후 행동 패턴까지 모든 것을 기록했다.
그리고 회사 내부에서의 행동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찰했다.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정확히 12시까지 3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미쓰리의 모습을 보며 강철민은 감탄했다.
'확실히 능력은 있는 여자군.'
하지만 정작 오후 시간의 미쓰리는 전혀 달랐다.
점심을 먹은 후부터는 거의 일을 하지 않았다.
대신 컴퓨터로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온라인 쇼핑을 했다.
가끔 김부장이 고개를 들면 재빠르게 엑셀 화면으로 바꾸는 모습도 확인했다.
특히 강철민이 주목한 것은 미쓰리가 즐겨 보는 콘텐츠였다.
영국 드라마 '셜록 홈즈'를 반복해서 시청하고, 추리소설을 읽으며,
심지어 추리 관련 유튜브 채널도 구독하고 있었다.
"이 여자, 추리에 꽤 관심이 많군."
강철민은 미쓰리의 인터넷 검색 기록도 해킹을 통해 확인했다.
'범죄 수사 기법', '증거 수집 방법', '추리 소설 추천' 같은 검색어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모두 학문적 호기심이나 취미 활동 수준으로 보였다.
사흘째 되는 날, 강철민은 미쓰리가 퇴근 후 서점에 들르는 것도 목격했다.
그녀는 추리소설 코너에서 한참을 머물며 여러 권의 책을 골라 구매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과 최신 일본 추리소설이었다.
"완전히 취미생활이네."
강철민은 점점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미쓰리는 그저 추리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었다.
며칠 후, 강철민은 상급자에게 상세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승신, 35세. 삼우건설 경리 담당입니다. 오전에는 업무에 집중하지만 오후에는 거의 놀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나?"
"유튜브로 영국 드라마 '셜록 홈즈'를 시청하고, 추리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을 구경하거나 웹툰을 보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전형적인 오피스 워커의 농땡이 패턴이죠."
상급자는 보고서를 넘기며 물었다.
"그럼 우리 건물을 관찰한 것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보입니다. 추리 드라마의 열성 팬이니까, 뭔가 수상해 보이는 건물에
관심을 가졌을 수도 있어요. 실제로 인터넷 검색 기록을 보면 '미스터리한 건물', '수상한 회사'
같은 키워드로 검색한 흔적도 있습니다."
강철민은 계속 설명했다.
"더 중요한 건, 박현수와는 직접적인 접촉이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같은 회사에서 일했지만 부서가 달라서 업무적 연관성도 없어요.
박현수는 현장 작업자였고, 이 여자는 사무직이니까요." 상급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연의 일치군. 박현수가 일하던 회사의 직원이 우리 건물에 관심을 보인 것은
그저 우연이고."
"맞습니다. 게다가 이 여자의 성격을 분석해보면, 상당히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편입니다.
실제 위험한 일에는 절대 개입하지 않을 타입이에요. 그저 안전한 거리에서 상상으로만 추리를
즐기는 타입입니다."
강철민은 며칠간의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미쓰리의 성격을 분석했다.
혼자서 추리 드라마를 보며 키득거리고, 추리소설을 읽으며 범인을 맞춰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성격이었다.
"예를 들어, 길에서 다툼이 벌어져도 절대 끼어들지 않고 피해가는 타입이에요.
지하철에서 소매치기를 목격해도 신고하지 않고 그냥 지나칠 것 같습니다."
"확실한가?"
"네. 며칠간 지켜본 결과, 이 여자는 현실과 상상을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합니다.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는 탐정이 되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평범하고 소극적인 직장인입니다."
상급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별 문제없겠군. 하지만 혹시 모르니 일주일 더 지켜봐. 정말 위험 요소가 없는지 확실히 하고."
"알겠습니다."
한편 미쓰리는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평소처럼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도 유튜브에서 셜록 홈즈 에피소드를 다시 보며 추리 과정에 몰입했다.
"역시 홈즈의 관찰력은 대단해... 이런 작은 단서로 어떻게 진실을 찾아내지?"
미쓰리는 화면 속 셜록의 추리를 따라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담배재의 종류로 범인을 추적하고,
신발 자국으로 범인의 키와 걸음걸이를 분석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했다.
"나도 이런 관찰력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녀는 아직 자신이 실제 미스터리 한복판에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일주일 후, 강철민은 최종 보고를 했다.
"결론적으로, 별다른 위험 요소는 없어 보입니다. 그냥 호기심 많은 평범한 직장인일 뿐입니다.
추리에 대한 관심은 순전히 오락거리 수준이고, 실제 행동력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좋아. 그럼 더 이상 신경 쓸 필요 없겠군. 우리는 더 중요한 일들이 많으니까."
강철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쓰리에 대한 감시를 중단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미쓰리의 진짜 능력이 바로 이런 평범함 속에 숨어있다는 것을.
그리고 곧 그녀가 엔드스톤사에게 가장 위험한 적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