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옳은 길을 가고있는 우리

우리도 그녀들처럼

by 흑곰아제

‘항상 옳은 길로 가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된거야’라는 말 좋다.

몇 년 전에 큰 이슈였던 [태양의 후예] 기억나니? 극중에 서대영이 사랑하는 여자의 아버지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다가 아버지가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신이 사랑하는 마음과 같이, 여자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란걸 이해하고는 계속 여자를 피하다가 서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고백하는 장면에 이런 말이 있었어. “내 모든 선택은 너를 향해 가는 길이였다” 무척이나 오글거리는 대사였지. 근데 이 말이 가끔 생각나더라. 내가 사랑에 빠졌냐고? 아니, 나를 위해서해주는 말같았어. 짧은 시간 살았지만 돌아보면 내 모든 순간의 선택이 전부 지금의 나를 향해 오는 길이였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어쩌면 우리가 결정장애라고 말하는 모든 순간의 결정이 나를 향해 가는 선택이기에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두려워서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게 아닐까? 심지어 오늘 점심에 짬뽕을 먹을지 자장면을 먹을지 고민하는 것조차도 말야. 내가 사소하게 선택했던 모든 순간들이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주고 있다면 내가 지금, 그리고 앞으로 해야하는 수많은 선택을 두려워서 어떻게 하지? 무섭네. 그래도 지금처럼 모든 선택이 더 멋진 나를 만들어 주는 선택들이 되길 기도해야겠지? “결정장애가 생기더라도 말야. 신중하게 선택하게 해주세요 해빙을 느끼도록요. 내가 독서를 하면서 유일하게 나를 바꾼 책이 [더 해빙]이야. 그동안 읽은 책들은 자기계발서건, 에세이건, 소설이건, 모두 읽을때는 ‘아!’하다가 또 다른 책을 읽으면 금새 잊혀졌는데 이 책은 그때 힘들었을 때 읽어서 인가? 내가 책을 고른게 아니라 진짜 책이 나를 찾아왔다는 느낌이였어. 도서관에 다른 책을 대여하러갔는데 그 책은 없고 바로 옆에 꽂혀있던 [더 해빙]을 들고와서 읽은 거였거든. 물런 베스트셀러였으니 제목을 알고있었던 거지만... 딱 내게 필요했던 시기였어. 책을 읽어도 부족하기만하고 그때는 경제적으로도 힘들기만 했거든 돈을 버는데 쓰는게 더 크니 답답하고 남편 월급을 가져가시는 어머니가 원망도스럽고 그랬어. 그러다 이 책을 읽고 알겠더라. 나는 경제적으로 풍족하더라. (물론 니 기준으로 생각하진 말자. 그럼 턱없이 부족하지만) 나는 아이에게 제철 과일을 넉넉히 사줄 돈이 있고, 차 기름 빵빵하게 넣어 여행 다닐 돈이 있었어. 없는건 내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는 생각뿐이더라. 그때서야 내가 좀 편해졌어. 네가 나를 만나고 요즘 좀 편해보인다는 말을 해준것도 그 책을 읽은 뒤야. 우습지? 책 한 권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 안 믿었는데. 경험하고보니 소름돋더라. 나는 그동안 무슨 책을 읽은거지? 왜 불필요한 책으로 나를 채우고 있었을까? 조금 더 일찍 네게 그 책을 소개 하지 못해서 미안해. 나 혼자만의 감정이라 네가 ‘그런게 어딨어?’라고 하면 내 감정도 아무것도 아닌게 될까 겁이 났었어. 이제는 읽고 좋은 책은 바로 추천할게. 참, 니가 재미있다고 소개해준 정유정 작가의 [28]. 내용은 기억이 나는데 표지보니 모르겠어서 빌려왔는데 어디서 주워듣기만 했는데 안 읽은 거야. 난 책을 빌리면 작품 해설이나 작가의 말을 먼저 읽는데 내용이 무거워서 시작을 못하겠어. 오늘은 꼭 읽고 네게 말해줘야지.


남편 친구분 중 AB형을 가진 분이 계신데 그분이 감정표현을 솔직하게 한다고?

나도 AB형인데..혹시 니가 AB형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거 아닌가? 내 성격은 이런데 저 사람은 저렇네. 저건 솔직한거야. 라고 생각하는거 아냐?

난 오히려 나보다 네가 더 솔직한 성격이라고 생각해.. 이건 친구라서 그런건가? 근데 그분도, 나도 모든 사람에게 솔직히진 않을 거야. 상대에 따라서 내가 보여줘야하는 선이 어디까지다 생각하고 거기까지만 보여주는 거겠지. 너에대해서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나에 대해서도 네가 모르는 부분이 존재하잖아. 친구니까 내가 편해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만 보면 솔직해 보일수 있지. 난 여전히 네가 나를 솔직하다고 하는게 잘 이해가 안가거든.

물론 내가 좀 수다스럽고 푼수같은 느낌이 많이 들긴하지만 그래도 말 못하는 감정들이 있어. 뭐 개인적으로는 지난 일이고 추억을 가장한 왜곡된 기억이니까 말하지 않는게 맞는 것 같은 그런 말들 말이야. 갑자기 친구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어. 우리가 친구라고 칭하는 이는 스쳐지나가는 시절인연은 아니잖아. 너랑 나도 어쩌면 함께 근무했던 회사를 그만둔 시절부터 끊어졌을 수도있는 인연인데. 그 인연을 잘 이어 오다보니 서로의 기억이 공유되어진 것 같어. 그래..이게 친구겠지? 서로의 기억이 공유되는 것. 나는 너의 스물다섯에서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을 공유하는 존재고 너 역시 내 흑역사를 기억하는 존재니까.


뭔 일 생기면 너부터 제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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