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왜... 점점 힘든 건지 모르겠다.
먹는 것도 잘 먹고 약도 잘 챙겨 먹는데 말이다.
쉬고 싶어서 몸도 엄살을 부리는 건가?
눈을 뜨니 문밖에서는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조금 있으니 소파를 옮기는 소리도 나고, 어머니가 매주 토요 일하는 대청소를 안 넘기고 혼자 하고 계셨다.
"어머니 그냥 두세요. 대충 청소기만 하시고 걸레질이랑은 담주에 해요."
"됐다. 하면 되지 일주일을 또 그냥 보내고, 더러워 죽겠다."
하지 마시라고 말려도 소용이 없다.
무릎과 허리가 아파서 약을 드시면서도 힘들여서 걸레질로 구석구석 닦으신다.
남편은 격주로 토요일에 쉬는데 쉬는 날이면 남편은 화장실 청소담당. 나는 청소기와 걸레질 담당이다.
오늘은 나도 남편도 청소를 못해 어머니와 딸아이가 청소를 맡았나 보다. 쓱쓱, 쿵쿵, 이리저리 청소리 돌리는 소리와 걸레질 소리에 나가지도 못하고 문 앞에서 좌불안석이다.
결혼 전에는 일요일에 기분이 내키면 대청소를 했다.
동생은 요리 담당이었기에 청소는 내가 자주 했는데 어머니의 청소방법에 비교하면 난 그냥 걸레만 질질 끌고 다닌 수준이다.
화장실 청소는 늘 엄마가 했고, 사용하고 나면 그날그날 정리와 청소를 하셔서 화장실 청소를 따로 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결혼하고도 화장실 청소는 할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데 육아휴직으로 출산 한 달 전부터 쉬게 되었을 때 어머니가 청소를 하시면서 내게 화장실 청소를 시키셨다.
화장실 청소? 어떻게 하는 거지?
우선 락스를 들고 대충 뿌린 후 청소용품을 뿌리고 솔로 타일을 벅벅 문질렀다. 만삭의 몸으로 좁은 구석까지는 들어가지도 못했고 (만삭이 아니어도 들어가진 못한다) 락스의 독한 냄새에 어지러웠다.
청소를 하고 나니 이 청소를 엄마는 혼자 했었구나 하는 생각에 미안하기도 하고 그동안 출근하는 며느리를 위해서 어머니 혼자 화장실 청소까지 하셨었나?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다.
근데 그보다 먼저 든 마음은 사실...' 임신한 며느리를 독한 락스 뿌려가면서 꼭 청소를 시켜야 해?' 하는 마음이었다. 만삭인 몸도 힘든데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청소를 하는 게 나름 서러웠다. 그리고 남편에 그 이야기를 했더니 화장실 청소를 하는 날엔 자기가 먼저 들어가서 "봐. 내가 화장실 청소가 뭔지 보여줄게"하며 너스레를 떨며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등 뒤로 들리는 "등신 같은 놈"이라는 어머니의 핀잔도 함께 들어야 했지만, 그렇게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게 화장실 청소는 안 시킨다.
아, 남편이 출근하는 토요일은 내가 한다. 그동안 남편의 노하우를 배워서 이제는 내가 청소한 뒤가 좀 더 깨끗하지만 이건 영원히 비밀로.
한참 시끄럽던 밖이 조용해지고 아침을 차려 주셨다.
아싸~ 미역국. 뜨끈한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으면서 반찬을 보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진미 오징어무침이다.
아이 먹을 반찬도 안 남기고 먹는다고 늘 구박받아서 온전히 내 몫으로 온 진미 오징어가 왜 이렇게 행복한지.
이럴 때는 코로나 안 나았으면 좋겠다.
진미 오징어무침. 아침을 먹고, 나도 물티슈와 소독약으로 방을 대충 청소하고 창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약을 먹고 잠이 들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이제는 약을 버틸 기운이 생겼는지 밀린 책도 읽고, 해야 할 일들이 생각나서 바인더 정리와 SNS로 지인들에게 안부를 물었다. 모두 미각, 후각을 잃은 나를 걱정했지만, 그러기엔 난 너무 잘 먹는다.
김치볶음밥점심시간에는 어머니가 식은 밥이 많다며 김치볶음밥을 해주셨다. 와우. 스팸까지 넉넉히 들어가 딱 내 취향이다. 초등학생 입맛인 며느리를 위해 계란 프라이도 두 개씩 얹어주셨다.
퇴근길 남편이 사 온 달달한 편의점 커피에 행복해하면서 후다닥 먹어치웠다.
너무 무리를 했나? 점심 약을 먹고는 그대로 기절했다.
그동안 간식시간을 가진 가족들이 문밖에서
"쟈는 약 먹고 자는가 깨워서 간식 먹여야 하는데."
"두세요, 일어나면 저녁 먹음 되지요 뭐." 하며 간식을 못 먹은 나를 안타까워했다.
간식이 뭐였는지 궁금했지만 먹다 남겨둔 커피를 마시면서 이걸로 충분한데 싶다.
제육볶음. 쪼아~뭔가 덜거덕 거리는 소리는 나는데 음식 냄새를 못 맡으니 오늘 저녁 메뉴가 뭔지 몰랐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들어온 제육볶음. 늘 주말에는 고기 좋아하는 남편과 나를 위해 특별식을 해주시는데 오늘은 제육볶음이다. 뒤에 들은 얘기로는 그날 만든 제육볶음의 반, 상추의 삼분의 이가 내게 배급되었단다.
나는 이걸 다 먹었고....
밖에 식구들이 있어서 손 씻으러 못 가니 비닐장갑을 끼고 상추에 밥을 얹고 돼지고기를 얹어서 쌈장 푹 찍은 고추와 함께 볼이 미어터져라 밀어 넣었다.
나도 죽진 않겠다. 미각 후각 없어진 사람들은 식욕을 잃어서 살이 쭉쭉 빠진다는데, 망할. 나는 틀렸어.
무슨 맛인지는 몰라도 입안에 가득한 고기와 밥에 너무 행복하다.
다이어트는 다음 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