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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Josh Kim Apr 15. 2024

EP16:대기업 퇴직 후 돌아본 성장, 결혼, 나 돌봄

사번 60번 기사님이 대기업의 흥망성쇠 보며 느낀 것들 part.2

저번화에 이어서...

나 : 정년퇴직하셨다고 했는데, 한 회사에서 이렇게 롱런을 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비결이 있으실까요?


대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인의 성장을 위해 노력한 것들

선생님 : 아무리 제가 사번 50~60번대에 들어간 초기 팀원일지라도 사회는 냉정하고 또 늘 평가가 진행되다 보니, 직장 내 개인적 역량 성장이 없다면 절대적으로 계속 있기가 어렵죠. 저에겐 책임질 가정도 있기에 성장이 정체되거나 아예 없다면 제 자리를 지킬 수 없고 또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도 있으니 계속해서 더 좋은 포지션 그리고 직장 내에서 더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성장을 위한 노력은 필수죠.


몇 가지 예시를 말씀드리자면 우선 직장 내 롤모델 설정이에요. 혼자서 성장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인간은 희한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보다 더 나은사람 더 앞으로 가 있는 사람을 바라보지 않으면 계속 나태해지고 그 자리에 머물러 안주하고 마는 것 같아요. 따라서 직장 내에서 롤모델을 꼭 찾는 게 중요해요. 이게 줄을 잘 서라는 게 의미가 아니고 지속적으로 영감이나 동기부여 그리고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저는 회사 생활 초반에 좋은 리더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롤모델을 여러 명을 두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그래도 답습하고 동기부여받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들이 나에게 주는 피드백들을 적어놓고 그들이 리더로서 사람을 이끌어가는 방식과 개인적 업무 역량을 펼칠 때 나오는 스킬들 중 배울 점들도 그때그때 적어놓았었죠.


더 나아가서 나도 나중에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롤모델이 되어 주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잊지 않으려고 했어요. 나도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생각이 있으면 굉장히 의식적으로 스스로 더 노력하고 나태해지거나 안주하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그게 사이클처럼 계속 좋은 영향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다음 생각나는 건 주위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기예요. 칭찬하는 것이나 나에게 주는 피드백들을 주기적으로 듣기 위해서 노력하는 거 되게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럼 시야가 좁아져요. 근데 타인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관점이 생기는 순간 성장하기 되게 좋은 모먼트를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회사 생활하면서 제 상사들에게도 주기적으로 가서 커피 한잔하면서 그들의 고민도 듣고 또 제가 잘하고 있는지 묻기도 하고 제 주위 후배나 동기들에게도 자주 커피 한잔 하면서 같은 질문들을 통해서 듣는 거죠. 이게 직간접적으로 그들의 경험이나 고민을 느낄 수 있는 계기도 되면서 또 좋은 인간적 관계를 형성하는데도 아주 도움이 되었어요.


당연히 이런 걸 그냥 듣고 흘리면 별 의미가 없겠죠. 그래서 저는 매주 배운 거 실수한 거 작성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록을 했어요. 이런 방식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글을 쓰면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고 개선하거나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적어 놓으면 또 같은 상황이 왔을 때 더 나은 방향으로 행동하거나 말하는데 도움을 주었어요. 또 그 기록들을 보면서 나의 성장을 계속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되고요.


또 생각나는 건 잘했을 때 스스로에게 상 주는 것. 흔히 어린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받고 오거나 부모님 말씀 잘 들을 때 지속적으로 잘하도록 하는 방법인 것 같은데, 어른들이 되어도 동일하게 굉장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은 나를 온전히 격려하거나 위로해 줄 수 없어요.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챙겨주는 게 자아나 자존감에도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더군요. 이러한 격려와 위로는 나이와 상관없이 그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작은 선물이나 상이라도 스스로에게 주는 행위를 통해서 그게 지속적으로 달려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결혼, 인간적 성장의 중요 모먼트

나 : 좋은 방법들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경험에 의해서 말씀해주시니까 많이 와 닿습니다. 아까 가정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셨는데, 선생님께 결혼은 인생에서 어떤 의미셨나요?


선생님 : 저에게 결혼은 인생에 정말 중요한 전환점이에요. 방금까지 사회적으로 제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결혼은 저에게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었거든요.


저는 CC로 연애를 하다가 조금 일찍 결혼한 케이스거든요. 결혼 전에는 제 생각이나 행동에서 아직 덜 성숙한 어른의 모습들이 있었는데, 결혼을 통해서 그 부분에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평생 함께할 나의 파트너라는 거울을 통해 나 자신을 보고 때론 나의 친구이자 멘토이자 엄마 같은 존재를 매일 마주하고 여러 이야기들로 제 성장을 굉장히 많이 도와주었어요.


제가 회사에 있는 일이나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이나 부하 직원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 아내에게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방법들이나 좋은 생각들은 많이 불어넣어 주어서 해결한 경험들이 많아요. 제가 시야와 감정에 집중되어 있다 보면 아내처럼 제삼자가 주는 조언이 굉장히 좋은 관점을 주거든요.


아내는 내조의 여왕이었어요. 예전에는 월급을 봉투에 넣어 주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제 아내는 그 봉투를 다 모아놓을 정도로 착하고 낭만 있는 그런 사람이에요. 제 고생한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모아두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돈이라는 게 늘 써도 써도 부족하지만 아내가 주어진 예산안에서 불평불만 없이 너무나 잘 사용해 집안을 챙겨주었죠. 남자들에게 이 안정감이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요. 사회는 전쟁터 같잖아요. 경쟁에 시달려야 하는데, 가정에서의 안정감은 남편들이 밖에서 자신감 있고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거든요.


그래서 요즘 뭐 다들 최대한 늦게 결혼하라고 하는데 일찍 하길 정말 정말 추천해요. 제가 벌써 손자 손녀들이 꽤 있거든요. 일찍 결혼하니까 저나 아내가 아직 좀 더 젊고 힘이 있을 때 손자 손녀들을 봐줄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은퇴 후 삶의 낙이기도 하고요. 제가 택시를 하는 것도 물론 집에서 그냥 쉬는 걸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우리 손자 손녀들에게 잘해주고 싶어서 하는 것도 있죠. 애들을 일찍 키워놓으니까 저도 은퇴를 해도 덜 부담스럽고 여유 있는 시간들이 조금 더 일찍 찾아오는 것 같아서 좋아요.


요즘 보면 다들 결혼하기를 두려워하기도 또 어려워하기도 하더라고요. 결혼하는 것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너무 안 좋은 기준들을 만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결혼할 때 남자는 집이 있어야 하고 평균 월급이 어느 정도 이상이 되어야 하고 어떤 직업이어야 하고 키는 몇이여야 하고. 여자는 나이가 몇 살이어야 하고 외모가 어때야 하고.. 대체 언제부터 결혼이 이런 기준으로 되었는지.


솔직히 이런 걸 고려하게 만든 저희 부모세대가 정말 잘못한 거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부추기는 것들도 정말 잘못된 것 같아요. 세상에 절대 완벽한 상태에서 결혼할 수 없어요. 인간에게 완벽한 상태가 있나요? 여자도 완벽한 상태가 없고 남자도 마찬가지로 없어요. 원래 결혼은 함께함으로 완벽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면서 상대 존재에 대한 필요와 감사를 느끼는 것이 그게 바로 인생이고 결혼이 사람을 성숙하게 해주는 요소인 것 같아요.


나를 지키기 위한 방법들

나 : 선생님은 젊을 적 후회되시거나 아쉬움 없으신가요?


선생님 : 음.. 저는 후회되는 거 딱히 없어요. 그저 현실에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본 적은 없어요. 다만 젊을 적 이야기를 해주시니 생각난 건데, 젊을 적부터 중요하게 챙겨 온 것들은 있었어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것에 미리미리 투자하는 것이 너무 중요해요.


우선 금전적으로 나를 지킬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기본적인 거라고 하면 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 이 세 가지 정도일 겁니다. 물론 앞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국민연금이 얼마나 메리트가 있을지 사실 미지수이지만요,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도 꾸준히 하는 걸 적극 권장합니다. 이게 나중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지 퇴직을 하면 한 푼이라도 아쉽잖아요 근데 덕분에 정말 아쉬운 소리 안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꼭 연금들이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이든지 경제적으로 나를 지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명품, 시계, 차 등등 이런 거 젊을 땐 물론 끌리고 소비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그거 조금 절제하면 내 인생 후반부가 정말 편해질 수 있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어요.


소비에 우선순위를 세워놓고 사용하는 게 중요해요. 미래의 나를 지킬 수 있는 것, 현재 나의 발전을 위한 거 등 중요한 것에 먼저 사용하고 남으면 그때 뭘 소비하든 괜찮다고 생각이 됩니다. 물론 여유가 있는 선에서 말이죠.


그다음 미리 투자해야 하는 건 무엇보다 건강이라고 봅니다. 나이가 먹으면 어쩔 수 없이 신체 이곳저곳 문제들이 생기는데 젊을 때부터 잘 관리한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그 차이가 확연히 보이는 것 같아요. 노후를 그래도 잘 즐기려면 건강이 뒷 받침 되어야 하는데, 맨날 몸이 아프면 즐길 수 있는 여력이 있어도 즐길 수가 없으니까요. 건강은 젊을수록 더 챙기고 투자하고 어른들이 맨날 건강 건강 강조하는 게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많은 조언과 인생에 대한 다양한 경험들을 듣는 와중에 아쉽지만 목적지에 도착하고 말았다.


나 : 선생님, 오늘 해주신 이야기들이 저에게 너무 공감도 되고 조언으로 다가왔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선생님 : 아유 이 늙은이가 젊은 친구가 말 걸어주니 신나서 너무 옛날이야기들을 많이 했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힘내시고 택시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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