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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Josh Kim Jun 01. 2024

EP19:노력으로 일군 사업이 한순간 무너져 내렸다.

개성공단과 함께 열심히 노력한 모든 게 무너진 기사님의 이야기(1)

오후에 진행된 미팅이 생각보다 시간이 길게 진행되는 바람에 부랴부랴 짐을 챙겨 다음 일정을 위해 택시를 불렀다.


손에 짐이 있는 걸 확인하신 기사님이 직접 내려서 내가 짐을 넣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기사님은 굉장히 젊은 편에 속해 보이셨다. 아마 한 40대 후반쯤 되어 보이셨다. 더운 날씨로 인해서 얼른 택시에 탑승하고 출발했다.


나 : 오늘날이 갑자기 더워졌네요, 오늘 운전하시면서 괜찮으셨어요?


기사님 : 네, 오늘 하루종일 더워서 내내 에어컨을 틀어놓고 있네요.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자연스레 질문을 드렸다.


나 : 요즘 택시하시는 건 어떠세요?


선생님 : 말도 마세요. 요즘 좋지 않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니 다들 택시 타기를 꺼려해요.


나 : 맞아요. 전에는 늦은 시간에도 많이 탔는데, 요즘은 친구들 만나도 대중교통 끝나기 전에 다들 헤어지는 분위기예요.


선생님 : 그렇죠. 아마 경기가 어려울 때 에스테틱, 미용실, 택시 이 세 가지가 국내 경기를 가장 체감할 수 있는 업일 거예요. 택시 운행이 제 업이긴 하지만 비용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계시는 것에 대해서 공감 많이 됩니다. 그런데 뭐 어쩔 수 없죠. 택시가 경기를 많이 타는 걸 어쩌겠어요. 그럼에도 매일 거르지 않고 열심히 합니다.


나 : 선생님 수입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 마음이 편치 않으시겠어요.


물론 그렇긴 한데요 최근에 택시 회사로 옮기고 나서 조금은 맘 편히 하고 있어요. 원래는 개인택시를 하고 있었거든요. 개인택시를 하다 보면 정말 별일이 많이 일어나거든요. 밤이나 새벽 시간되면 술 거하게 드신 분들끼리 택시 같이 뒷자리에 타서 엄청 싸우고 그러다가 아무 잘못도 안 한 제 목을 막 조르기도 하고요.


언제 한 번은 여성분이 술을 많이 드셨는지 목적지를 말씀하시고 바로 주무시더라고요. 그러고 도착했는데 본인이 항상 내던 택시 비용보다 더 많이 나왔다면서 바가지 씌웠다고 쌍욕과 함께 소리치면서 돈 안 낸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경찰을 불렀어요. 진짜 고작 2만 원 받겠다고 어린 분한테 쌍욕 들어가면서 일을 해야 하나 별 생각이 다 들었죠.


그래서 개인택시가 물론 돈도 더 되고 자유도도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삶을 위해서 택시 회사로 들어가기로 했죠. 제가 들어간 회사는 아예 현금받지도 않고 앱을 통해서만 호출받아서 운행하는 거였거든요. 결제 시스템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결제 관련해서 신경 쓸게 없어서 너무 좋았어요.


저도 평생 택시만 하지 않았을 거 아니에요? 일이 제 삶에 부정적 영향을 계속 미치거나 제 자존감을 무너지게 한다면 더 중요한 제 자신부터 지킬 수 있어야죠. 어차피 언젠가는 다시 다른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요. 이전에 무역업 일을 했었거든요..


개성공단의 셧다운과 함께 그날 모든 것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나 : 무역업이요? 혹시 직접 사업을 운영하셨나요?


선생님 : 네 뭐 조그맣지만 두바이와 무역을 하는 회사를 했어요. 물론 처음부터 사업을 시작했던 건 아니고 젊을 적에 제 커리어를 무역 회사에서 시작했어요. 열심히 직원으로 일하면서 일도 배우고 무역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이고 그랬었죠.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흘러서 저와 오랫동안 거래하던 분들과의 좋은 관계 속에서 기회가 되어 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나 : 직접 운영을 하셨다니 너무 대단하십니다, 사실 저도 작은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운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뭔가 반갑네요.


선생님 : 그러시군요? 어려 보이시는데, 젊은 나이부터 좋은 경험을 하고 계시네요.


나 : 하하.. 좋은 경험인지는 나중 가면 알겠죠? 선생님은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선생님 : 제가 관리하던 거래처 분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야망 있게 일하던 젊은 저를 너무 좋게 봐주셨어요. 저는 그분들이 더 많은 매출 만들어 가실 수 있도록 제 일처럼 아끼고 열심히 했거든요. 그분들 다들 나이가 그래도 저보다는 좀 있으신 분들인데, 처음에는 제가 그렇게까지 일을 열심히 해주는 것에 대해서 의심도 있으셨고 얘가 다른 걸 바라고 하는 건지 그런 눈초리도 있었지만 그 시간이 쌓이고 제 진심이 전해지니까 나중에는 저의 가장 큰 팬이자 서포터들이 되어주셨죠. 일을 더 많이 맡을 수 있도록 지인분들 소개도 많이 해주시고 그래서 회사 내에서도 빠르게 성과를 만들고 그에 대한 보상과 승진도 거듭했어요.


너무 감사했죠. 노력이 인정받고 그게 보상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어요. 그러면서 고객분들이 이제는 따로 회사를 만들어서 할 때가 되지 않았냐고 이야기를 많이 하기 시작했었죠. 상사들이나 주위 사람들의 질투가 많이 있었고 흔히 찍어 누른다고 하죠. 회사 내에서 그런 일들을 당하면서 동기부여도 많이 떨어지고 그랬거든요. 저희 고객분들이 저보다 인생 선배시니까 그런 것들을 어떻게 잘 이길 수 있는지 조언을 듣다가 그분들의 권유로 따로 회사를 시작하기 시작했어요.


잘 되었어요. 당연히 회사 생활하는 것보다 더 많이 벌 수 있었고요. 다만 회사에서 일하던 것보다 더 열심히 일했어요. 직원들도 생겼고요, 일 잘해주는 걸로 평판이 좋아서 거래처들이 점점 더 늘어갔죠. 너무 감사한 삶을 살고 있었어요. 전 회사에서 날 찍어 누르려고 했던 사람들, 시기 질투하던 동료들도 내심 합류하고 싶은 마음으로 자주 연락이 오기도 했었죠. 그럼에도 초심 잃지 않으려고 직원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모범이 되기 위해서 많이 노력을 했었어요. 그런 꿈같은 달콤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사업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어요. 정말 말 그래도 하루아침에요. 혹시 전에 개성공단이 닫힌 일을 기억하시나요? 저희 회사는 개성공단에서 제작된 상품을 수출하는 무역 사업을 했어요. 근데 개성공단이 닫히면서 한순간에 모든 적자와 거래처와의 거래의 위기가 와버렸죠.


절벽 끝, 나는 무엇을 그리고 어떤 사람이길 선택할 것인가

나 : 세상에..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죠?


선생님 : 저 말고도 개성공단을 통해 사업이 진행되던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 사람들도 모두 한순간에 사업이 중지가 된 거죠.


저는 거기서 선택을 해야 했어요. 저희 회사랑 거래하는 거래처도 거기서 제작한 물건을 팔기 위해서 우리한테 맡긴 건데, 제가 물량을 제대로 조달 못하면 거기도 큰 어려움이 생기는 것이고 나는 눈 한번 딱 감고 그냥 내 손해만 얼른 처리하는 방법도 있었죠. 하지만 저는 의리가 중요했고 그 리스크를 감당하기로 했어요. 어쩔 수 없이 부산에 있는 공장을 통해 만들어서 물건을 최종 두바이에 전달하게 되었죠. 개성공단 제조 단가보다 3배 많게는 5배 비싼 금액으로 말이죠.


거래처 분들도 미안하니까 먼저 선뜻 말은 못 꺼내고 발만 동동 구르고 계셨는데, 제가 먼저 빠르게 결정을 하고 그분들에게 다른 곳에서 대체 생산을 하고 물품 예정대로 맞추겠습니다. 당당하게 말씀드렸죠. 그분들에게는 단가가 어떻게 될지 말씀드리지 않았고 이 이후 사업을 정리할 예정이라는 것도 나중에서나 말씀드렸어요.


나 : 선생님은 결국 의리와 사람을 선택하셨군요, 후회는 없으세요? 그 뒤 폭풍 같은 일들을 감당해야 했을 텐데요?


선생님 : 저는 제가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까지 나와 거래를 하고 내가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신 분들을 위해서 의리를 지켜야 마음이 편해서 그렇게 했어요. 그리고 저는 좋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금전적 손해를 많이 보고 지금 택시 운행을 하고 있지만 제 마음이 편해요. 그분 들하고도 지금도 계속 연락하고 지내고 있기도 하고요.


나 : 그 힘든 순간을 어떻게 견디셨어요?


선생님 : 음.. 특별한 방법은 없죠,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들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르겠어요. 매일매일 뒷일을 처리하느라 힘들 시간이 없었어요. 그저 매일 열심히 살면서 처리해야 하는 손해들을 얼른 감당해 나가느라 매일매일 거기에만 신경을 쓰고 제 모든 걸 쏟아부었더니 시간이 흘러 어느덧 이렇게까지 되었네요.

처음에는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나지 했지만 금방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죠, 그 누구도 보상이나 대책을 마련해 주는 사람이 없었으니 말이에요.


그럼에도 지금까지 책임감 있게 해 왔던 이유는 제 삶은 아직 이어지고 있고 제가 건강하고 올바른 생각을 한다면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올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업을 하고 있지 않지만 그때처럼 여러 가지 습관들은 꾸준히 지금도 하고 있어요. 한번 망했다고 제 삶이 끝난 건 아니잖아요. 저는 다시 가슴 뛰는 일들을 하고자 하는 꿈을 마음 한구석에 계속 품고 있어요. 여기서 끝이 절대 아니니까요.


2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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