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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Josh Kim May 29. 2024

EP18:부잣집 도련님에서 택시기사가 되어 돌아본 삶

부잣집 도련님이었던 기사님이 후회되는 것들과 성공하는 사람의 특징

저녁미팅 이후 갑작스레 내리는 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탑승하게 되었다.

택시에 탑승하자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와 달리 기사님은 굉장히 밝은 미소와 목소리로 나를 반겨주셨다.


기사님 : 어서 오세요. 갑자기 비가 쏟아지네요, 비 많이 안 맞으셨어요?


나 : 네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비가 올 줄 몰랐는데 예상치 못하게 택시를 타고 이동하게 되었네요.


기사님 : 그러셨군요. 그래도 저는 비가 갑자기 오는 바람에 손님을 태울 수 있었네요.


이렇게 날씨 이야기를 시작으로 기사님과의 대화를 이어가게 되었다. 기사님이 먼저 말을 많이 걸어주셔서 덕분에 나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택시는 언제부터 하셨어요?


기사님 : 제가 지금 60대 후반인데, 한 10년 좀 넘게 하고 있는 것 같네요.

나 : 선생님은 젊을 적 후회되거나 아쉬운 거 없으신가요?


부잣집 도련님이었던 기사님이 젊은 날을 돌아보며 후회되는 것들.

선생님 : 공부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공부예요. 살면서 이것만큼 후회되고 아쉬운 게 없더라고요. 어릴 때는 왜 그렇게 공부를 하기 싫어했는지... 돌이켜보면 공부 안 한 것 때문에 인생에서 손해 보고 어려웠던 기억들이 정말 많아요. 저는 정말 운이 좋게도 부모님 덕에 어릴 적 집에 성공하신 분들이 많이 놀러 오셨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참 좋은 환경이었는데도 말이죠… 왜 그리 철이 없었는지 몰라요. 그런 좋은 기회들을 잘 살리지 못했죠.


어릴 적부터 한창 젊을 때에 저희 집이 잘 살았어서 별 걱정도, 생각도 없이 그저 재밌는 삶만을 추구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어릴 땐 장난감도 많이 사고 비싼 음식도 먹고 가족들끼리 여행도 자주 가고요. 커서는 차도 여러 번 갈아타보고 제가 또 사람을 좋아하고 같이 있을 때 재밌는 성격이라 주위에 사람들도 많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하고 비싼 술도 많이 마시면서 재밌는 일이라면 돈 걱정 안 하고 무조건 했었던 시절이 있었어요. 뭐 지금 돌아보면 딱 그 시절 이후로 다 옆에서 없어진 사람들이지만 그 당시에는 거의 형제처럼 지내던 사람들이었죠.


어쩌면 남들은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하고 각자의 장점들을 발견하여 나만의 무기로 뾰족하게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저는 지혜롭게 사용하지 못했어요. 별로 중요하다고도 생각 못했어요. 물론 어릴 적부터 부모님 덕에 좋은 것들을 많이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 좋은 기억들이자 자산이긴 합니다.


그런 무의미한 시간을 계속 보내다가 나이는 먹어가는데 마냥 놀 수도 없고 저도 슬슬 가정을 이룰 때도 다가오고 해서 뭘 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을 했죠.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거 하고 워낙 자유롭게 지내서 그런지 회사 들어가기가 정말 싫더라고요. 그래서 집안 돈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죠. 다른 자영업이나 사업을 시작하는 주위 사람들 보면 돈이 없어서 대출도 엄청 당겨서 시작을 하는데, 저는 그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사업을 시작한 게 사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도 있었고 잘될 거라 생각도 했고 실제 어느 정도 성공적인 성과들도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 결과적으로 망했어요. 사람들은 돈 있으면 뭘 하든 다 성공할 거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물론 그 공식이 맞는 부분도 있지만 사업은 돈만으로는 성공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아주 뼈저리게 느꼈어요.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우선 저는 사업에 대한 끈기도 부족했고 젊을 적 공부도 열심히 안 해서 사업적 머리도 그리 좋지 못했어요. 그렇기에 때론 부모님 인맥을 활용해서 일시적 효과도 보고 높은 연봉 주면서 똑똑한 사람들 데리고 와서 또 일시적 효과를 보긴 했지만 그들의 능력이 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지속되지도 않더라고요. 치열함에서 살아남고 이길 수 있는 절박함과 열정도 없었고 사람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잘 몰랐어요. 그러 문제 일으키기 싫어서 사람으로 인한 손해도 많이 봤죠.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아시죠? 저는 마치 경주에서 토끼 같았어요. 초반 스피드 너무 좋았죠 근데 결과적으로는 그 경주를 너무 만만하게 봤고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때론 자만했던 것도 있었죠. 그래서 그 기간을 통해 인간적으로 성숙도 되고 인생의 여러 방면으로 공부도 많이 되었어요. 결국 거북이처럼 느리더라도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고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한 집념과 해내겠다는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경주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젊을 때는 시간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 느껴질 수도 있고 당연히 젊기 때문에 온통 놀 수 있는 좋은 환경들이 주위에 넘치는 것도 사실이죠. 그때는 또래들 속에 있다 보면 뭘 하든 비슷한 것 같고 때론 내가 더 좋은 출발선에서 출발하거나 내가 좀 더 앞서 나가고 있다 생각될 수 있는데, 내가 여유 부리고 놀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이에 금방 따라 잡히고 추월당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사람들은 느리지만 꾸준히 자신의 성장을 위해 시간을 중요한 곳에 사용하고 실력을 키우고 경험을 넓혀가고 그 속도는 가속이 붙어서 어느 순간 나를 추월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내가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에 까지 이르더라고요.



그래서 공부에 대한 후회가 커요. 왜 공부해야 할 시간에 공부를 안 했을까. 왜 유학 가볼 생각을 안 했을까. 물론 젊을 적 부모님이 열심히 살아주신 덕분에 결혼해서 집도 있고 아이들 키울 때 아쉽게 키우지도 않았지만요. 그건 제 것이 아니고 결국 전 부모님의 도움아래서 아기 새처럼 평생을 사는 그런 사람이 되어 버린 거잖아요. 제가 택시를 하는 것도 사업 망하고 그 나이 때에 다시 뭘 새로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막상 내가 남들보다 뛰어난 무엇도 없고 근데 그냥 무료하게 집에만 있기는 싫으니 대안으로 그냥 택시 운전이라도 하는 거예요.


사실 저희가 삼 형제인데, 저만 좀 엇나가게 살긴 했어요. 저희 형이랑 동생은 제가 너무 망나니처럼 인생을 살아서 그런지 저랑은 정말 다르게 아주 성실하고 자기만의 길을 잘 개척해서 멋지게 살고 있거든요. 부모님한테 저는 약간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 긴 해요. 그렇다고 제가 저희 형제들을 질투하거나 시기하는 건 아니고요 잘 돼서 너무 다행이죠.


이 세상은 눈뜨고 코 베어가는 무서운 세상이라서 앞에서 웃고 있어서 뒤에서는 나를 향해 칼을 드는 사람도 있고요. 앞에서는 친구지만 뒤에서는 나에 대한 험담을 주도하기도 하고 뒤에서 나의 것들을 어떻게 뺏어갈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남에게 뺏기지 않으려면 결국 내가 똑똑하게 사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더라고요.


사업이 망해가는 과정에서 배신하고 뒤통수치고 도망가는 사람들은 진작 다 알아서 나가고 그래도 끝까지 함께 해준 사람들이 있어서 최선을 다해서 그분들이 다른 직장 갈 수 있도록 돕고 당장 생활 어렵지 않도록 사비도 더 털어서 주기도 하고 저 때문에 피해 입지 않게 하려고 책임감까지고 최선을 다했어요. 제가 망나니처럼 살긴 했지만 심성이 그리 막 모되거나 나쁘진 않아서, 또 부모님이 좋은 성격을 많이 물려주셔서 그냥 그 사람들을 눈감고 모른 척하기가 어렵더라고요.


택시 운전하면서 그중에 한 명을 손님으로 태우기도 했어요. 그때 함께 일하면서 또 사업이 마무리될 때도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해주는데 참 고맙더라고요. 그러면서 사장님 부모님 돈 많은데 왜 택시 하세요 하는 농담에 서로 웃으며 헤어졌던 기억도 있네요.


성공한 사람들을 지켜보면 느낀 공통점들

나 : 아까 잠깐 언급하시기로는 어릴 적부터 각 분야에서 성공하신 분들을 많이 보셨다고 했는데, 그분들이 성공하시고 또 꾸준하게 유지하실 수 있던 공통적 특징이 있을 것 같은데 뭐라고 생각하세요?


선생님 : 제가 이야기하는 것이 정답 이거나 절대적 기준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제가 지금까지 본 분들의 공통적인 점을 말씀드리자면 우선 그분들은 목소리에 자신감이 남다르셨어요. 상대 이야기를 듣거나 본인 이야기를 할 때 모두 진중함이 담겨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대화를 하면서 상대는 이 사람이 생각이 깊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게 그냥 만들어질까요? 그렇지 않죠. 평소에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가가 중요합니다. 그 생각들이 깊이와 넓이를 만들고 자신감과 진중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에요.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결국 말로 표현되는 것이죠. 다들 책을 많이 읽으시는 다독가이셨고요, 매일 국내외 경제지나 신문들도 여러 가지를 꾸준히 읽으시더라고요.


생각은 형태가 없기에 말이 그 형태를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요. 그분들은 그 말에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까지 가는 분들이었습니다.


또한 우선순위가 아주 명확해요. 내가 어디에 시간을 써야 하는지, 또 시간을 얼마나 할애할 것인지 계획해 놓은 그대로 움직이시더라고요.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시간이 되면 정중하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움직이세요, 전혀 무례하지도 않고 불쾌하지도 않게 말이죠.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을 허투루 사용하지 않으세요 그분들은.

시간을 계획적으로 사용하다 보니까 다른 곳에 한눈팔지도 않으세요. 어느 정도 명예와 성공에 도달하다 보면 여러 유혹들도 있고 그럴 텐데도 절대 그런 곳에 빠지지 않으시더라고요. 삶이 정말 심플해요.


자기 관리 철저하셔서 담배 피우는 분도 별로 없으시고 술도 딱 즐길 정도에서 절제하시고 새벽에 일어나서 꾸준히 운동도 하시고 그러셨죠.


저랑 아주 다르죠 하하. 돌아보면 저러니까 성공한다 그런 생각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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