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가 모르게 힘들게 만든 구식 큐브 공식

손과 시점 설계가 초보자 경험을 바꾼다

by 라이벌 큐버

전에 이 글에서 루빅스 큐브 구식 초급해법과 신식 초급해법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구식과 신식의 차이는 이 뿐만은 아닙니다. 전에는 구식과 신식 해법의 구조적인 차이를 봤다면 이번에는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공식 하나하나를 파헤쳐보겠습니다.


이번 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큐브의 회전 기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링크를 첨부할테니 그 링크에 있는 표를 보면서 이해해보세요.

https://blog.naver.com/kwakdy0070/222615200760


구식 해법은 신식 해법보다 개량이 덜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신식 해법보다 비효율적인 공식이 많습니다.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공식 자체가 더 어렵고 비효율적인 경우. 그리고 공식 자체는 신식 해법과 같은데 시점에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흔히 U자 공식이라고 불리는 공식이 있습니다. R' F' L' F R F' L F이죠. 이 공식은 제가 지적할 두 가지 문제점을 동시에 안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공식을 통해 각 문제점이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더 쉬운 공식을 놔두고 돌아가는 경우

일반적으로 U자 공식은 엣지가 완벽하게 맞았을 때 엣지를 유지하면서 윗면을 맞추기 위해 사용되는 공식이라, 그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회전수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대로 돌리기가 꽤 어렵습니다. 자연스러운 회전이 잘 나오지 않죠. 일반적으로 F회전은 돌리기 편하게 나오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스피드솔빙에서 피하게 되는 회전입니다. 큐브 자체를 고쳐잡아야 하거나 엄지손가락으로 지탱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결국 U자 공식은 모든 회전이 독립적이 되어 순수 암기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같은 목적, 즉 엣지의 위치를 바꾸지 않으면서 윗면을 맞추는 데 쓸 수 있는 더 편한 공식은 이미 많습니다. L U' R' U L' U' R U, Rw U R' U' Rw' F R F', x' R U R' D R U' R' D' 등, 같은 8회전이지만 훨씬 빠르게 돌릴 수 있습니다. 구식 해법에서는 이런 공식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심지어 엣지 위치를 유지하지 않아도 되는 해법을 쓰면서도 U자 공식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다면 R U R' U R U2 R' 처럼 회전수가 1회 적고 두 면만 돌리면 되는 공식이 있는데도 말이죠.


같은 공식도 시점만 바꾸면 편해진다

앞서 본 문제는 공식의 선택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식 자체가 신식 해법과 동일하더라도, 시점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U자 공식을 그나마 편하게 돌리는 방법은 윗면이었던 면을 앞면이나 뒷면으로 시점을 바꾼 뒤 첫 회전을 U층 회전으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z' y' U' R' D' R U R' D R 정도가 대표적입니다. D층을 돌릴 때 약지를 써야 하긴 하지만, 모든 회전이 사실상 독립적이었던 원래 공식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스스로 이 방법을 터득하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걸 먼저 알려주는 자료는 거의 없습니다.


구식 해법에는 이와 유사한 케이스가 상당히 많습니다. 과도한 F회전 요구(일부 해법에서는 F보다 훨씬 돌리기 어려운 B회전까지 요구하기도 합니다), 회전수는 많고 돌리기는 어려운 공식들. 이런 구식 공식들이 개량 없이 온라인에서 재생산되면서 지금도 초보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구식 해법이 어렵게 느껴지는 진짜 이유

구식 해법이라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 공식들로도 큐브는 맞춰집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문제입니다. 맞춰지기 때문에 초보자는 자신이 불필요하게 어려운 방식으로 배우고 있다는 걸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결국 구식 해법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공식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손과 시점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 때문입니다.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공식이라도 회전 수를 줄이거나 시점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 체감 난이도는 크게 달라집니다. 초보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공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손에 자연스럽게 익히는 경험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처음 배울 때 어떤 공식을 쓰느냐에서 이미 결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