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샤워는 정말 안됩니다.

5060 허전한 당신을 위한 추억 편지

by 소시야 서새이

(똥방패) 그림책 보신 분 계신가요? 똥이 방패가 되다니? 말도 안 돼...

그림책 좋아서 도서관에 자주 간다. 그러다 정말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혼자 피식피식 웃는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아~하" 참으로 통쾌한 순간이다.


똥벌레는 똥을 누고 얼른 등에 쌓아 올린다. 어찌 자신의 똥을 등에 올린단 말인가?

사람은 똥이라는 말만 들어도 싫어한다. 그런데 누구는 똥을 지고 밥을 먹고 똥 업고 친구와 논다.


똥 업은 벌레는 샤워할까?

샤워합니다. 소나기가 내리는 그 순간이 샤워하는 날이다. 샤워하고 너무 가볍고 시원할 사이 없이 죽음의 순간이다. 소나기에 똥을 다 씻고 나면 새들에게 잡혀 먹힌다. 샤워한 바로 그 순간부터 내 똥 친구 똥 할 것 없이 모두 똥을 누고 등에 업어야 한다. 새들은 똥이 많은 벌레는 더러워 잡아먹지 않는다. 자신의 천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최선의 길은 똥을 업는 길이며 최대한 많은 양의 똥을 말이다.


산다는 것은 뭘까?

비가 온 후 갠 날 지렁이가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지렁이는 밟혀 죽거나 햇빛에 말라죽는다. 자신이 죽을 줄 모르고 밖으로 나왔을까?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최재천의 (곤충사회)에서 그 해답을 찾게 되었다. 지렁이 집이 홍수 나서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똥은 더럽다고 하지만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패로 삼아 똥을 업고 다니는 벌레가 있단다.

산다는 것은 뭘까? 지렁이든 똥벌레든 최선을 다해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삶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다.


이 똥벌레는 누구일까?

똥을 누어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고 똥을 떨어뜨리고 땅속으로 들어가 번데기가 되고 어른 벌레가 되어 백합이나 나리잎을 먹고사는 이 벌레는 참 똑똑하다. 자신을 잘 지키며 사는 이 벌레의 이름은 백합 긴 가슴잎벌레다.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똥을 업고 사는 삶이다. 살려고 말이다.


똥. 샤워는 정말 안됩니다.

벌레도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수고한다. 더불어 자신과 친구들과 함께 말이다. 서로 도와주며 함께 살아가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똥 샤워는 정말 안된다.


퇴직하면 시간이 많으니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너무 많은 시간이 주어지자 화들짝 놀란다. 뭘 해야 할지.... 어떻게 할지.... 몰라 당황하고 거의 두 달을 빈둥거리며 살았다. 그러자 희망이 보이지 않고 멍하니 우둑거니 있었다. 이제 뭘 해야 하지만 할 수가 없었다. 용기가 생기지 않고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이 책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똥 똥이 방패가 되다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나는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뭘 하면 행복한지도 모른 채 직장 생활 20여 년을 하고 퇴직한 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뭘 하면 좋을까? 그 답은 모른 채 평소에 배우고 싶은 것이 있어 무작정 찾아 나셨다. 컴퓨터 배우기로 결정했다. 학원에는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과 강사님, 원장님..... 밥을 함께 먹고 이야기하고 배우는 소소한 즐거움이 주는 방패 똥 방패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나의 미래에 대한 염려, 걱정, 불안을 잠재우며 마냥 해맑게 웃으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이다. 똥 방패 샤워는 정말 안됩니다. 그냥 나의 현재를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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