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해외여행 삼시세끼 해결법

캐나다 &북미 횡단 편

먹는 즐거움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즐거움이다. 해외의 낯선 곳에 가면 알게 모르게 몸은 더 긴장하기 때문에 쉽게 피곤해지는데, 이럴 때 맛있는 음식은 몸과 마음을 즐겁게 하며 더욱 기억에 남는 여행을 만들게 해 준다. 내가 사는 곳에선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먹어보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해보는 것 또한 여행의 일부라 할 수 있다. 해외여행 중 슬기롭게 삼시 세 끼를 해결하는 방법과 한국음식이 그리울 때 대처법을 정리해보았다.



해외여행 중 식사를 사 먹을 때



1. 나만의 맛집 고르는 법.


해외여행 초보라면 트립어드바이저나 구글맵의 평점을 참고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고 실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실패하는 것조차 여행의 즐거움이라 여기며 두려워하지 않는 여행 고수들에게는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나의 촉을 상당히 믿는 편이다. 맛은 상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먹느냐도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직접 먹어보기 전까지는 식당의 음식 맛은 알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식당의 분위기를 많이 살피는 편이다. 새로 생긴 식당보다는 적당히 오래된 집이 좋다. 식당이 오랫동안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인데, 맛없는 집이 오래 유지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인테리어가 적당히 낡았는데 더럽지는 않은 식당들을 눈여겨보라. 특히 재래시장 근처에 가면 로컬들이 좋아하는 맛있고 가격도 싼 맛집이 많이 있다. 캐나다의 경우에는 소문난 맛집에 간판이 없는 경우도 많아 현지인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도 좋다. 아무런 사인이 없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그럼 그 집은 한 번쯤 눈여겨볼만하다.


2. 외국 식당에서 음식 주문법.

이탈리아에 간다고 이탈리아 요리만 팔지 않는다. 짜장면은 중국음식이지만 한국의 입맛과 문화가 오랫동안 합쳐 저 본토의 짜장면과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되어 버렸다. 세계가 가까워지면서 이탈리아에 가도 중국음식을 찾을 수 있고, 호주에서 베트남 쌀국수를 먹을 수도 있다. 덕분에 음식을 주문하는 방법은 점점 더 심플하게 변하고 있다. 단백질, 탄수화물 각각의 식재료를 확인하고 조리방법과 소스를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



첫째. 고기의 종류를 고른다.

어느 나라를 가나 즐겨 먹는 고기는 주로 닭(chicken), 돼지(pork), 소(beef, Veal), 해산물(seafood) 등이 있다. 해산물 중에 Mussel(홍합), oyster(굴), cod(생선 대구) 등의 단어도 기억해두면 좋다. 대부분 주 단백질원인 고기의 종류를 고르는 것으로 음식의 주문이 시작된다. 최근에는 양고기(lamb)도 점점 흔해지고 있고, 어느 지역 음식이냐에 따라 오리(duck), 칠면조 고기(turkey), 토끼, 개구리, 달팽이 등 다양한 재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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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조리법 정하기. 끓일 건지, 구울 건지, 튀길 건지

동양에서는 국물요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고기를 끓여 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양요리에서 고기를 그냥 끓이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가끔 찌기는(steam)한다. 굽는 건(grilled) 오븐에 구을 수도 있고 그릴에 구울 수도 있다. 튀기는 건(fried) 보통 일본 요리들이 많지만 닭, 새우, 오징어 튀김 등은 서양에도 많이 있고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낯선 음식점에서 실패하고 싶지 않거나 평소 향에 예민하다면 굽거나 튀긴 요리를 선택하는 게 제일 무난하다.


셋째, 매운 음식인지 구분하기.

한국 사람만 매운 음식을 잘 먹는다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멕시코나 동양의 다른 나라들도 매운 메뉴나 소스를 많이 가지고 있다. 미국에는 다양한 핫소스가 있고, 유럽에선 chili 나 epper, 남미에선 habanero나 jalapeño, Picante 등의 단어가 메뉴판에 쓰여있으면 매운 요리일 가능성이 높다. 요즘엔 서양 레스토랑을 가도 쓰리라차를 구비해놓는 곳이 있다. 매운 음식은 중독성이 점점 강해서 외국에도 그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행하다 보면 가끔 매운 게 당길 때가 있다. 한국 같은 매콤한 맛은 아지니만 외국음식 중에도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해주는 음식들이 가끔 있다.


넷째, 탄수화물의 종류 밥, 누들, 감자튀김

서양식에서 탄수화물은 보통 감자를 주는 경우가 많다. 감자 역시 튀길지, 구울지, 삶아서 으깰지 고를 수 있다. 스파게티 등의 면과 함께 나오는 경우도 있고, 요즘에는 볶음밥 등이 포함된 메뉴 구성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섯째. 양식은 대부분 원하는 구성으로 오더가 가능하다.

유럽이나 북미에선 자신의 취향에 따라 메뉴판의 음식 조합을 거의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생선 튀김과 감자튀김이 함께 나오는 피시 앤 칩스에서 감자튀김을 빼고 샐러드를 넣을 수도 있고, 감자의 조리법을 바꿀 수도 있다. 식당의 웨이터들은 손님을 배려해서 취향을 물어보는 건데, 오히려 손님이 식당을 배려하여 메뉴를 통일하는 게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그런 질문들이 오히려 어렵고 난감할 때가 있다. 보통은 두세 가지 중에 고르는 객관식이니까 부담 갖지 말고 차분하게 선택을 하자. 정 어려울 때는 어떤 게 더 맛있는지, 사람들이 많이 주문을 하는 건 무엇인지 추천해달라고 하면 된다.



여섯째. 커피의 종류.

외국에선 커피를 마시는 일도 어려울 수 있는데, 아메리카노를 못 알아듣는 나라도 있다.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면 스타벅스 없어도 먹고 싶은 커피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 기본적으로 커피는 볶은 콩을 갈아서 뜨거운 물에 우려내는 거다. 진액처럼 찐하게 우려 내면 이탈리아 사람들이 주로 먹는 에스프레소인데, 이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섞으면 아메리카노다. 그리고 이 아메리카에 얼음을 넣는 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몇몇 유럽 국가에서는 커피에 물이나 얼음을 넣어 마시는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라도 있는데, 당연히 이런 나라에는 아메리카노가 없다. 이럴 땐 레귤러커피나 블랙커피를 달라고 하면 커피 가루를 필터 위에 놓고 뜨거운 물을 따라 우려내는 필터 커피를 준다. 취향에 따라 여기에 우유나 설탕 등을 넣을 수 있고, 우유도 취향에 따라 저지방 우유, 아몬드 밀크 또는 두유 등을 넣을 수 있다. 오히려 나는 한국 스타벅스에 가서 무시당한 경험이 있는데, 스타벅스에서 사용하는 톨, 그란데, 벤티 등 사이즈 관련 용어들을 내가 잘 모르니까 나를 미개인 취급했다. 대표적인 미국 커피 브랜드가 이탈리어 말을 사이즈 표기법으로 사용하는 게 조금 우스운데 그런 사이즈 규격을 모른다고 무시하는 태도는 더 웃긴다. 커피는 나라마다 먹는 취향도 다르고 그에 따라 이름도 다른데, 그래도 취향에 따라 커피에 물, 우유, 설탕을 넣는다는 큰 형식은 어느 나라나 거의 유사하다. 똑같이 커피에 우유를 넣지만 프랑스에서는 카페오레(Café au Lait)라고 하고 이탈리아에서는 카페라테(Caffe Latte)라고 한다. 우유가 불어로는 레(Lait)이고 이탈리어로는 라테(Latte)기 때문에 말만 다를 뿐 해석하면 모두 커피와 우유라는 뜻이다. 우유에 거품을 더 많이 내서 넣는 프랑스의 커피 종류는 카푸치노이다. 한국에서는 카푸치노와 카페오레의 차이 모르는 건 괜찮아도, 벤티와 톨을 모르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외국에선 그런 거 모른다고 무시하는 사람 없다. 잘 몰라도 물어보면 대부분 친절히 알려주고, 커피값이 한국에 비해 저렴하니까 실패 후 한잔 더 주문해도 부담이 없다.


시험의 "정답"을 알고 있는 것도 좋지만 실생활에서는 "공식(원리)"을 알고 있는 게 더 유리한 경우가 많다.



해외여행 중 식사를 해 먹을 때


캐나다와 미국을 20일 동안 횡단하는 이 여행에서 나는 대부분의 음식을 길 위나 캠핑장에서 직접 해 먹었다. 해외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알아두면 해외여행 중 간절히 한국음식 먹고 싶을 때 좋은 팁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관련 내용들을 모아보았다.


1. 한국 식재료 구입

한국 교민들이 사는 큰 도시에는 대부분 한인마트나 식당이 있다. 도시를 벗어나 한인마트가 없을 경우에는 중국 식료품점을 공략해보자. 교민이 적고 경쟁업체가 없을 경우 아시아 식재료를 한 곳에서 모두 판매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스트코나 대형 슈퍼마켓 체인에서도 조금씩 한국의 식재료를 판매하고 있는데 라면, 고추장 등은 쉽게 구할 수 있는 편이다.


2. 요리 전후 주의사항

외국에서 직접 요리를 할 때는 요리가 가능한 곳인지 꼭 두 번 이상 확실히 확인하는 게 좋다. 주방이 없는 곳에서 요리를 하다가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경우도 있고, 공원등의 야외에서도 취사나 음주가 안 되는 곳이 외국에는 은근히 많이 있다. 조리 가능한 곳이라도 식사 후 뒤처리에 신경을 써야 어글리 코리안, 어글리 아시안 소리를 듣지 않는다. 생에 단 한 번만 갈 여행지라 해도 나의 행동이 외국인들에게 안 좋은 기억으로 각인되면 나 다음에 그곳을 여행하는 타인들에게 그 피해가 가기 마련이다. 그러니 항상 쓰레기들을 여행지 규정에 맞게 잘 처리하고 설거지를 했다면 수체 구멍을 깨끗이 치우고 행주로 싱크대의 물기까지 제거하는 게 서양에서는 일반적이다.



3. 유용한 레시피

인스턴트 제품 몇 가지를 이용하면 외국 여행 중 한국음식에 대한 향수에 응급처치가 가능하다. 보통은 매운 음식, 국물, 김치 등이 그리운 경우가 제일 많은데, 라면이나 라면수프를 챙겨 가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방법이다. 나는 인스턴트 사골국물도 추천한다. 사골국물 하나만 있으면 여러 가지 응용이 가능한데, 누룽지를 넣어 간단하게 누룽지탕을 끓일 수도 있고, 얇은 소고기와 면을 넣으면 설렁탕 느낌을 낼 수도 있다. 만두를 넣으면 만둣국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특히 추운 지역을 여행할 때 사골국물은 필수다. 해외에서 아무리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어도 지글지글 굽는 삼겹살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한국인의 소울푸드다. 명칭은 달라도 포크 벨리(pork belly) 등 다양한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으니 마트에서 발품을 파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인들은 해외 어느 마트서나 삼겹살을 한눈에 찾아낼 수 있는 기막힌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해외에선 도축 방법이 달라 비계가 살코기보다 삼겹살의 많은 비율을 차지할 수 있다. 고추장을 구하기 힘들다면 아쉬운 데로 쓰리라차 등 다른 아시아의 소스를 시도해보자. 요즘에는 서양 레스토랑에서도 쓰리라차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김치 대신 오이, 양배추 피클 등을 함께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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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와 미국을 20여 일 동안 횡단하면서 총 60끼 중에 약 40 여끼를 직접 해 먹었다. 미리 얼려간 사골국과 삼겹살 등은 캐나다 중부지방을 넘는데 큰 밑천이 되어주었다. 그 뒤로는 틈틈이 만나는 한국식품점에서 라면과 주전부리를 구매했다. 기본적인 양념이 있다면 현지 마트에서 고기를 구매해 불고기를 해먹기도 했고, 감자 찌개를 끓여먹기도 했다. 덕분에 돈도 많이 아꼈지만 시간도 많이 아낄 수 있었고, 대신 쓸 때는 또 확실하게 쓸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어디서 누구와 함께 먹느냐는 더욱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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