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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 로망, 직접 여행해보니..

울루루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일출 시간에 제일 아름답다는 울루루의 모습을 보기 위해 일찍 채비를 마쳤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전망대에 나와 해가 떠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평선 위로 해가 나오자 어둠의 베일에 갇혀있던 울루루가 붉은 제 빛깔을 드러낸다. 5만 년의 시간이 울루루 위에 만들어 낸 바람길, 물길은 해의 위치가 변함 따라 그 그림자가 선명해지기도 없어지기도 해 계속 느낌을 만들어냈다. 시시각각 변하는 울루루의 색깔도 너무나 신비로웠다. 자연이 연주하는 울루루의 일출 쇼에 마음이 절로 경건해졌다. 


캠핑장을 체크아웃하고 엘리스 스프링스로 향했다. 엘리스 스프링스는 울루루에서 북쪽으로 약 5시간 떨어진 도시로 호주 북쪽 다윈과 남쪽의 애들레이드를 잇는 대륙횡단 도로의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다. 우리는 캠핑카를 이곳에 반납함으로서 공식적인 로드트립 일정을 마무리했다. 도시 한가운데 있는 벽화를 보니 엘리스 스프링스는 뉴욕에서 16,793km, 서울에선 6,846km 떨어져 있다고 한다. 우린 참 멀리서부터 날아왔구나.   


엘리스 스프링스에서부터 세계 주요 도시까지 거리를 표시한 벽화, 우리는 오타와와 뉴욕 사이 몬트리올에서 날아왔다.


움직이는 집을 타고 호주 대륙을 누볐던 생에 첫 캠핑카 경험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특히 이동거리가 긴 오지 여행에 이보다 좋은 여행 방법이 있을까? 렌터카가 아닌 내 소유의 캠핑카였다면 조금 더 천천히 여유롭게 볼 수 있는 것들도 더 많았으리라. 호주나 캐나다에서 은퇴 한 사람들이 왜 살 던 집을 팔고 캠핑카를 구매하여 여행을 떠나는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캠핑카를 구매하거나 렌트할 때  그 장단점을 확실히 따져보는 게 좋다. 첫째로는 내 면허로 운전이 가능한지 알아봐야 한다. 미국에서는 캠핑카를 모터홈이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모터가 달린 집이기 때문에 그 덩치가 일반 자동차보다 크다. 좁은 길에서 운전이나 주차 등이 어렵고 자동차 기본 무게에 캠핑장비까지 더해져 가속하고 감속할 때 일반 자동차보다 더 큰 주의가 필요하다. 둘째로 캠핑카의 유지, 보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캠핑장에 도착했을 때는 물을 채워주고 전기를 연결하고 여행이 끝난 뒤에는 오물을 치워주는 등 차가 움직일 때, 그리고 서있을 때 모두 손이 꽤 많이 가는 게 캠핑카다. 특히 오물통을 채워야 할 때는 내 가족의 것이더라도 뭔가 치욕감(?) 같은 게 든다. 소모품이 많기 때문에 연식이 오래될수록 손도 많이 가고 비용도 많이 든다. 때문에 전혀 경험 없는 상태에서 덜컥 캠핑카를 구매한다면 예상치 못한 불편함도 많을 것이다. 특히 소규모 회사 상품이나 자작 캠핑카의 경우 사고 시 위험을 예측할 수 없다.  


캠핑카안의 싱크대와 샤워, 화장실 시설


렌트는 캠핑카 입문의 좋은 방법이지만 그 가격이 만만치 않다. 특히 외국에 비해 숙박비가 저렴한 한국에선 아무리 캠핑카 안에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있다고 해도 결국에 지붕 달린 숙소보다 편할 수 없다. 결국 더 비싼 돈을 주고 사서 고생을 하는 이유는 아마도 캠핑카가 주는 낭만과 자유로움 때문일 거다. 좋은 풍경이 만났을 때 바로 차를 세우고 여유롭게 커피나 요리를 해 먹는 기분은 호텔에선 절대 느낄 수 없다. 비가 오면 비 오는 데로 운치가 있고,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데로 낭만이 있다. 그래서 평소 자동차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캠핑카는 꼭 한번 추천해주고 싶다.


무언가 하려면 한없이 작고, 하지 않으면 한없이 넉넉한 도시 엘리스스프링스. 메마른 호주의 중부의 오아시스

호주의 모든 코스를 캠핑카로 여행할 시간과 비용이 있었다면 물론 더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주어진 여건 안에서 우리는 정말 열심히 돌아다니며 즐거운 여행을 했다. 앨리스 스프링스에 도착한 우리는 작은 호텔에 하룻밤을 머물며 이어질 비행기 여행을 준비했다. 이제 비행기를 타고 다윈, 하노이를 거쳐 한국으로 들어가는 일정이다.



다음 날 아침 도착한 엘리스 스프링스의 공항은 건물이 서울의 고속버스 터미널보다도 작았다. 창 밖으로 보이는 활주로에는 우리가 탈 비행기 한대가 덩그러니 서있었다. 탑승수속을 마치고 건물을 나가 조금 커다란 횡단보도를 직접 건너 비행기에 올랐다. 이 작은 비행기를 타고 우리는 다시 문명 속으로 간다. 해가 진 뒤로는 비행기 창 밖으로 정말 불빛 하나 찾아보기 어려웠다. 호주, 이렇게 큰 땅에 이렇게 적은 인구가 산다는 게 아직도 참 신기했다. 불빛이 드문드문 보이나 했더니 어느새 열을 만들어 행렬하기 시작했고, 이내 건물과 도로가 보였다. 우리는 그렇게 다윈에 착륙했다. 


다윈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몬(Mon), 필리핀에서 연수하던 어학원의 영어 선생님이었다(하지만 생각해보면 실제로 몬의 수업을 들은 적은 없다). 주말에 선생님들과 학교 밖에서 자주 만나 함께 놀았는데,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다. 몬이(나이는 나보다 훨씬 동생뻘이었기 때문에) 술을 마시고 처음 구토를 한 것도 나와 함께였고, 반대로 나의 여러 필리핀 첫 경험을 함께 한 것도 몬이었다. 호주를 떠나기 전 다윈을 꼭 들리고 싶었던 이유가 바로 몬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몬이 공항으로 차를 끌고 마중을 왔는데, (진짜 그래 본 적은 없지만) 업어 키운 동생이 서울 올라가서 출세한 것처럼 너무 감동적이었다. 필리핀에서는 선생님이라 해도 나이가 어리고 급여도 한국에 비해 적은 편이라 학교 밖에서 만날 때는 항상 학생들이 주로 밥을 샀다. 호주로 이민을 온 몬은 여기서 간호사 일을 하며 정착했다. 우리가 캐나다에서 지낸 만큼 몬 역시 타국 생활을 하며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윈에 머무는 동안 몬이 자동차로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고 맛있는 식사도 대접해줬다. 필리핀에서 함께 철없이 멋모르고 놀았던 우리가 이렇게 호주에서 다시 만난 게 우리에게도 몬에게도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다. 몬은 우리에게 와줘서 감사하다고 했는데, 오히려 우리가 여기 잘 있어줘서 고마웠다. 새로운 장소를 가보는 일만이 여행은 아니다. 간간이 이렇게 반가운 사람을,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 또한 여행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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