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quila Sunrise

나를 살린 사람들이 퍽 원망스러워요

by Dear U

살기 싫다는 생각 혹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지만. 그럴 거면 날 왜 죽였나 싶어요. 그날 저녁 문을 열어 줬다면 술에 취한 그 남자가 도로에 뛰어들지 않았을까. 모르겠어요. 죄책감은 드는데, 안 미안해. 많이 아팠던 열일곱은 이제 무감한 스물 다섯이 됐어요.


한없이 강했던 이가 약해지는 모습을 보여 상실감을 느끼는데. 나를 힘으로 억눌렀던, 증오스러운 이들이 이젠 힘들이지 않고도 작아 보이는 건 견디기 힘든 일이에요. 이래서 난 스물에 죽었으면 했고. 아니면 이틀 전에라도 그랬어야 했어요. 이렇게 살아서 죽어가는 이들을 보는 건 나에게도 상처가 되는데. 나보다 먼저 죽지 마, 그렇게 말을 하면 뭐라도 달라질까.

- 고백의 제왕 : 하지만 딘이 집을 나온 것은 꼰대가 무서워서나 혐오스러워서가 아니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물걸레질을 하고 있는 꼰대의 등판을 바라본 적이 있는데, 딘은 그 조용한 등을 견딜 수 없었다. 그냥 꼰대답게 혐오스러우면 같이 살아 줬을 텐데, 존나 불쌍해 보이는 건 못 참겠더라. -


어린 시절 날 구박하던 문방구 아저씨가 내 환자가 되었어요. 이건 내가 한 달 전에 썼던 건데. 맞벌이 가정이었던 시절, 그 아저씬 유치원 셔틀 버스가 문방구 앞에 내려 주면 버스 소리 시끄럽다고 구박을 했거든요. 부모가 버린 거라 악담하던 문방구 아저씨가 이젠 노파가 되어서 반신불수 상태로 누워 있어요. 라운딩을 돌 때마다 눈만 굴려서 나를 보는데. 알아는 보시는 걸까. 알 턱이 없죠. 아저씨는 아니 할아버지는 혀가 굳어서, 이가 없어서, 인지가 없어서, 언어를 잃었어요. 어린 나도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늘 눈만 굴려가며 두어 시간을 울지도 못하고 주저 앉아 있었는데. 보호자라고는 서류가 필요할 때 빼고는 아무도 찾아 오지 않는 게 퍽 안쓰럽더라. 버림을 받는다는 건 이런 거예요. 아저씨, 전 아저씨가 살았으면 좋겠어요. 제 환자니까. 부디 불행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그런 말이 하고 싶었어요.


친절한 버스 기사 아저씨가 죽었다. 과로였다. 그의 구두 속에 구멍난 양말이 있었을지도 모르지. 밤새 반갑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외쳤을. 아저씨, 행복한 하루였는지. 벽면이 박살난 버스. 아저씨. 행복한 하루 되세요.


내가 아는 간호사는 나를 사랑하다 죽었고. 투신이었어요. 남들은 밤낮없이 잘도 살렸으면서 정작 본인은 살리질 못 했더라. 그 남들에 나도 끼워넣는 건 실수였고. 이건 3 년 전에 한 대화.


바쿠. 저요 요즘 꽤 생각 없이 지내요. 이러면 내 결말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 마츠코, 그게 사는 거야.

이게 사는 거라고요? 아무런 생각도 않고 무얼 하지도 않는데 이게요?

- 그래. 죽은 건 아니잖아.

바쿠 눈에는 나도 환자지.

- 아픔이나 고통을 호소하면 환자로 보지만 상처나 눈물을 호소하면 사람으로 봐.

나는 그 두 가지 다 하는데.

- 마츠코. 내가 살린 사람 엄청 많다? 그건 알아 둬. 나는 웬만한 사람들의 두려움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아.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근데 그게 네가 아무 움직임이 없어서가 아냐. 알겠지?

바쿠. 나 진짜야.

- 나도 진짜야.

마츠코가 다시 열일곱이어도. 진짜로.

- 바쿠가 다시 열다섯이었어도.

- 마츠코, 세 시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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