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쩌면 서로의 취향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게 나누어져 있는 것이다. 우리의 평범해 보이는 선택 하나가 생활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의 일어나는 시간과 운동의 종류를 바꾸어 놓기도 하고, 우리가 선택하는 차량의 브랜드나 컬러를 바꾸어 놓기도 한다. 그래서 이러한 취향이 모이면 우리의 일상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취향은 때에 따라 바뀐다. 우리의 기분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 남과 비교하게 되면서 달라지기도 한다. 우리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이전에 선택해 본적이 없는 새로운 것을 고르기도 한다. 새로운 것에서 설렘을 찾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을 들뜨고 설레게 하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중 우리를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생명을 가진 동물을 우리가 직접 대할 때가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동물을 기르게 되면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과 함께 모든 것이 처음이라 많이 놀라고 걱정하게 된다. 새로 데려온 고양이가 추운 건 아닌지, 새로 만들어준 집이 불편한 건 아닌지, 내가 먹이를 잘못 주진 않았는지 모든 것을 걱정하게 된다. 혹시라도 나를 피해 숨거나 울음을 멈추지 않을 때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몰라 혼자 가슴앓이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의 집짓기도 이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집짓기가 시작부터 문제에 부딪히기도 하고 집을 완성하고도 기대에 못 미쳐 후회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가 집짓기에 실패하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진입장벽이 높아 생기는 문제가 많은 것 같다. 건축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라도 내 집을 지으려면 어려운 건축에 대해 공부를 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건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시작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눈뜨고 코 베이는 곳이 이 바닥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건축에 대해 어느 정도 내공을 쌓고 예산까지 준비가 되었다면 이젠 좋은 건축가를 찾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건축가가 전문가의 실력을 갖추었는지 공사비가 적정한지에 대해서도 옥석을 가릴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건축가에게 맡기고 원하는 집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되면서 ‘집 짓다가 10년은 늙는다’는 말이 현실이 되기도 한다. 내집 짓기가 일생일대의 꿈으로 불려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이유로 어쩌면 우리가 아파트를 편하게 여기고 새로 집을 지을 때는 대기업의 브랜드나 간편하게 지을 수 있는 모듈 형태의 주택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집을 짓는 것’이 단순할 수는 없겠지만 이것이 우리의 걱정과 긴장으로 채워지지 않으면 좋겠다. 결과를 알 수 없어 초조해하거나 잘못될까 걱정하며 우리의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의 집짓기가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처럼 상자의 뚜껑을 열고 나서야 결과를 알 수 있는 그런 불안을 동반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의 집짓기가 행복을 위해 짓는 것이라면 그 과정 또한 쉽고 재미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이것이 생각의 처음이고 내가 이렇게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였다. 나의 집을 짓는 것에 더 많은 꿈을 꿀 수 있게 불필요한 수고와 불안을 들어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 꿈이 키워져 좋은 꿈을 이루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 모두의 집짓기가 리스크를 담고 있는 슈뢰딩거의 상자가 아닌 마술 상자의 뚜껑을 열듯 즐거움과 설렘으로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집짓기에는 우리의 바램들을 함께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나의 바램, 가족의 바램 그리고 사회의 바램들이 짓는 집에 맞게 채워져야 하는 것이다. 누구 한사람에게 편중되지 않으면서 먼 미래까지 내다볼 수 있는 것이면 더 좋다. 이렇게 집이라는 공간에 나와 가족의 편안과 행복을 오래도록 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좋은 집짓기에는 시간이 걸리는 걸 인정하고 서두르지 않는 마음 가짐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어쩌면 철학자와 같은 마음으로 집을 바라보며 긴 사색의 시간을 가져야 할지도 모른다. 집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또 어떤 것은 바꾸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렇게 나와 가족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한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처음의 막연함은 사라지고 내가 찾는 것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건축에 대한 글이나 사진이 있다면 이것을 모으고 필요하다면 직접 가보고 느껴보는 것이 좋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과 취향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구별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의 순위도 매길 수 있다. 나와 가족의 취향이 어떻게 다른지 같이 공유하는 것 역시 많은 도움이 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할지 같이 풀어 보는 것도 좋고 선물을 준비하 듯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좋은 집을 짓기 위해서는 좋은 건축주가 먼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좋은 건축주의 시간을 가졌다면 건축가의 어깨에 올라타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빠트리거나 소홀히 하게 되면 결국 우리는 기분에 따라 집을 짓게 된다. 취향에 지배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검증되고 실력 있는 건축가를 만나더라도 아찔함을 감당하지 못해 어깨에 올라타지 못하고 낮은 눈높이로 건축을 바라보게 된다.
# 제약은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충돌로 새로운 정렬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도시에서의 일과 자연에서의 휴식을 뜻하는 어번 라이프를 열망하게 되면 이것이 충돌을 일으킨다. 이러한 충돌에는 조정이 필요하다. 타협하며 도시와 가까운 자연을 선택할 수도 있고 아쉬운 대로 주말을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충돌을 그대로 두면 대비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된다. 제약이 심한 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집을 평지가 아닌 거대한 삼각형의 바위 능선 위에 올려 놓는 것이다. 이것으로 집짓기의 난제를 피하고 자연 그대로의 암석과 어울리는 드라마틱한 볼거리를 선물로 얻을 수 있다. @캐나다 전원주택 by 나탈리아 디온 2020 (Forest House by Natalie Dionne Architecture)
# 처음에는 심심하고 평범해 보이던 것이 나중에 더 매력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 이것이 심플한 디자인이 갖는 강렬한 매력이다. 경사면에 집을 짓기 위해서는 더 많은 생각이 필요하다. 많은 생각이 들어가지 않으면 집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이때는 심플하게 집을 짓는 것으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경사면을 그대로 두는 것으로 넓은 과수원의 풍경을 집 어느곳에서도 즐길 수 있다. 경사면의 기울기에 맞추어 집의 아래쪽과 위쪽을 다르게 배치하여 경사면의 높이에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만약 건물 바깥을 수평으로 정리하는 것으로 집짓기를 시작했다면 초록의 경사면이 절단되면서 자연 그대로의 주변 경치를 즐길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건축에서 비움의 미학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가 용기 있는 시각으로 건축과 주변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독일 HOUSE SG by 핀크 아키텍쳐 2019 (House SG by Finckh Architekten)
> 참고자료: 슈뢰딩거의 고양이(나무위키) _ 슈뢰딩거의 고양이(Schrödinger's cat)는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비판하기 위해 1935년 에르빈 슈뢰딩거가 고안한 사고실험이다. 어떤 상자 안에 고양이가 있고 계수기와 망치가 연결되어 계수기가 방사선을 감지하면 망치가 상자 안에 있는 병을 깨트려 병 안에 들어있는 독성물질이 흘러나오며, 이 상자를 열기 전에는 안에 있는 고양이가 살아있는 상태와 죽어있는 상태로 공존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