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공간_뾰족한 안쪽

집, 짙짖짓 (집에 대한 생각 짓기)

by dkb 하우스

[승강장, 가보지 않은 곳으로의 여행]


예전에는 뾰족하게 생긴 것이 우주를 지배했다. 전함 모양의 우주선이 우주에 있는 적을 무찔렀고 기차가 행성 사이를 여행했다. 이때 TV에서 본 애니메이션은 우주까지 뾰족한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TV까지도 뾰족한 안테나와 뾰족한 발을 달고 있어 뾰족한 것은 세상 어디에도 어색하거나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는 집에도 뾰족하게 생긴 곳이 많았다. 지붕을 받치고 있는 뾰족한 서까래를 마루에서 올려다보면 하얀 고래의 뱃속에 있는 듯 황홀함에 빠지게 했다. 안방에는 작은 크기의 문이 무릎 높이로 높게 달려 있었는데 이것을 열면 다락방이 뾰족하게 달려 있었다. 이곳의 경사진 계단을 올라가면 높은 곳에 낮은 천정의 또 하나의 세상이 숨어 있었다. 이곳에는 항상 책이며 먹을거리가 있어 나는 심심할 때면 올라가 놀곤 했다. 내가 놀던 다락방에는 창이 많아 자리를 바꿔가며 바깥을 볼 수 있었는데 이것 또한 재미있는 놀이였다. 낮게 달린 창문 밖을 보려면 고개를 아래로 숙여야 했는데 이렇게 바깥을 바라보게 되면 세상은 상반신이 잘린 채 하반신만 보였다. 이러고 있으면 내가 거인이 되어 작은 집에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도구 하나가 평범하게 보이는 세상을 다르게 바꾸어 놓기도 한다. 나는 장난감 망원경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했는데 이렇게 해서 보면 평범하고 밋밋하던 세상이 볼록하게 바뀌어 보였다. 무채색의 평면으로 보이던 세상이 컬러로 바뀌어 툭~하고 내 앞으로 튀어나온다. 나는 우연한 계기로 다락방이 잠수함과 닮았다는 걸 발견하고 좋아했다. 이것은 내가 다락방에 엎드려 망원경을 보고 놀다 무심코 하늘을 향해 돌려 누면서 발견할 수 있었다. 세상이 달라 보였다. 이렇게 바라본 세상은 잠망경을 통해 들여다보는듯 뒤집어져 보였고 내가 있는 다락방은 꺼꾸로 서있는 잠수함 같이 느껴졌다. 높이 달린 작은 문을 열고는 손과 발을 이용해 사다리 같은 경사진 계단을 올라가서 어둡고 좁은 다락방에서 노는 게 좋았던 건 이곳이 잠수함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집에도 이런 잠수함 같은 공간이 계속 존재하면 좋겠다. 다락방은 뾰족한 곳에 존재했지만 뾰족한 집들이 사라지면서 뾰족한 공간 즉 잠수함과 같은 공간도 함께 사라진 것 같다.


우리에겐 이런 뾰족한 공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우주와 심해의 먼 곳까지 탐험하기 위해서는 이런 뾰족한 공간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이곳이 다락방이고 창고였다면 이젠 우리들의 새로운 놀이 공간, 괴짜 과학자를 만들어 내는 공간 그리고 세상에 많은 아마추어들의 연습 공간이 되어 우리를 먼 곳으로 데려갈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집이 점점 밋밋해지는 대신 계단과 사다리 그리고 볼록하게 튀어나온 것들이 더해지면 좋을 것 같다.


# 다락방은 내가 거인이 된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하고 계단과 사다리가 있는 공간은 우리를 꿈꾸게 한다. @루마니아 다락방 by 아하아2013, 벨기에 BRDN 하우스 트랜스포테이션 by 바우 클럽2021, 스페인 라 가리가 하우스 by 이슬라 아키텍처2020 (Under the Attic by ahaa, BRDN House Transformation by Bauclub, House in La Garriga by Isla Architects)


하지만 이 뾰족한 공간은 지금의 다락방과 창고와는 달라야 한다. 공간에 변화가 필요하다. 다락방과 창고가 쓰지 않는 물건을 넣어두는 공간이었다면 이 공간은 창조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반복과 연습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즐거움과 꿈을 키우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곳에서 10살의 경험이 처음 담겼다면, 30살의 경험이 이곳에서 다시 담기고, 50살의 경험을 이어서 담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우리의 집이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닌 뾰족한 이곳에서 새로운 도전과 경험이 이어지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서 우리를 가보지 않은 먼 곳으로 여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


# 매일매일을 머물며 꿈을 키우고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체코 교외 하우스 by ORA 2022, 폴란드 월린 하우스 by 판코프스카 & 로호퍼2023, 일본 처마와 다락방이 있는 집 by 온 디자인 파트너스2016 (The House in the Suburbs by ORA, House Wolin by Pankowska & Rohrhofer, House With Eaves And An Attic by ON design partners)


[실험실, 합리적 공간]


우리의 집에도 실험실이 필요하다. 집이 실험실과 같은 변화의 출발점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고품질의 인공 다이아몬드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것은 실험실에서 합리적인 것을 만들어내면서 찾은 새로운 변화라 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가 자연에서 만들어지려면 수백 만년이 걸리는 것을 실험실에서는 불과 몇 주 만에 다이아몬드를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가 희소성을 가치로 내세우던 것을 실험실에서 배양을 통해 만들어지는 랩그로운(Lab+Grown) 다이아몬드가 1/10의 가격으로 합리적인 것이 되었다. 마치 우리가 동굴에서 나와 바깥 세상으로 활동 무대로 넓힌 것과 같이 다이아몬드가 동굴을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찾은 듯하다. 우리의 집 역시도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 자신의 가치와 합리적인 것을 찾는 과정이 우리의 집에서도 필요하다. 집에 나만의 작은 실험실 즉 변화를 준비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 다락방은 실험을 하듯 세상을 다르게 보고 준비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포르투칼 콘셉토 랩 by 콘셉토 2012, 영국 프렌즈 랩 하우스 by AMPS 아르키텍투라 & 디세뇨, 일본 고양이 트리 하우스 by 탄 야마노우치 & AWGL (Consexto Lab by consexto, Friends Lab House by AMPS Arquitectura & Diseño, A Cat Tree House by Tan Yamanouchi & AWG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