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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찬 Apr 15. 2024

우리는 어쩌다 또 여행을 함께 하는가

전주로 가는 KTX

아침 8시.

전주로 가고 있다. 연남동에서 친해진 사람들과 함께다. 한식주점을 하고 있는 나와 아내, 카페를 하는 남자 J, 와인샵을 하고 있는 남자 H와 그의 대만 여자친구 T.


 작년 여름에는 제주, 가을에는 단양을 이들과 함께 여행했다. 그리고 올봄에는 전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 여행한 지도 꽤 오래됐는데 이들과 벌써 세 번째 여행이라니.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2019년 9월에 연남동에 있는 작은 가게를 계약했다. 그리고 6개월 후 코로나가 한국에 퍼졌다. (처음에는 우한폐렴이라고도 했었지.) 오픈 6개월 만에 텅텅 비어버린 가게를 보며 분노와 자책의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로 가득 차서 종종걸음으로 걸어 다녔던 골목은 한산해졌다. 가끔 보이는 사람들은 텅 빈 가게에 있다가 지쳐서 나온 사장님들이었다.


그때 우리의 사랑방은 Unicus카페였다. 브레이크 타임에 카페에 모여 서로를 위로하며 견뎌냈다.

나는 그들에게 얘기했다.


-나는 우리 모두가 한 회사에 다닌다고 생각해요. 같은 회사를 다니지만 층이 다르고 업무가 다른 것뿐이죠. 


그들은 공감했다.

우리는 어딘가에 소속돼서 안심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오후에 차를 함께 마시던 우리는 시간이 지나 밥을 먹었고 술을 마셨다. 모임을 만들고 매달 회비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났다.


작년 여름의 제주, 티셔츠도 맞춰입고 돌아다녔다.



나와 그들은 적으면 8살, 많으면 14살 차이가 난다. 나이는 상관없다. 함께 있음 오랜 친구 같다.

오늘처럼 다섯 명이 함께 여행하는 건 당분간 힘들 것 같다. (아니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대만 친구 T 가 4월 말이면 한국을 떠나기 때문.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며 8년을 생활했던 그녀는 다시 대만으로 돌아간다. 이십 대를 온전히 한국에서 보낸 그녀는 삼십 대를 준비하며 대만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력서를 쓰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랜 연인을 두고 한국을 떠나는 맘은 어떨까? 다시 대만으로 돌아가는 마음은 설렘일까, 두려움일까?


우리 중의 막내이기도 하고 티 없는 웃음으로 우리 부부에게 다가와준 친구라 자꾸 맘이 쓰인다. 대만에 가서 만나기도 하겠지만 당분간을 볼 수 없을 테니 벌써부터 아쉽다. 마흔이 넘으니 만남이 어렵고 이별은 더 어렵다.


이번에 우리는 잘 먹고 잘 마실테다. 많이 걷고 얘기도 많이 할 것이다. 나는 많이 들어주고 많이 안아주려고 한다. 술잔도 꼼꼼하게 채워주고.

나는 그 말을 또 할지도 모르겠다. 코로나를 여러분 덕에 견뎠다고. 아내는 다음 여행을 준비하겠다고 선언할지도 모른다. 평소와는 다르게 이들과 있으면 아내는 아이들처럼 즉흥적으로 변한다.


비가 내린다. 날씨 어플을 확인하니 전주도 오후 내내 비다. 비가 오면 어떠랴. 술맛만 더 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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