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아이가 되었다

#01 외상성뇌출혈

by 조명찬



2023년 4월 30일 일요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사실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어제는 너무 긴 하루였다. 아버지 사고 소식을 오후 5시에 전화로 듣고 한일병원 응급실을 거쳐 경희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시키기까지 5시간이 걸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긴 시간이었다.

외상성뇌출혈.

의사가 말해 준 아버지의 병명이다. 며칠 더 지켜보려다가 동생에게 사실을 알렸다. 동생은 마침 코로나에 걸려 자기 집에서 격리 중이었다. 사고 소식을 알아도 올 수 없으니 그 맘이 오죽 답답할까. 엄마와 상의해서 상황이 정리되면 알려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했다. 하루 병원에서 자고 술만 깨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는 중환자실에 들어가 있었다. 언제든 안 좋은 소식이 병원에서 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준비를 해야 했다.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목이 쇤 채로 전화를 받은 동생은 의외로 차분했다.


“형. 아버지 괜찮으실 거야. 괜찮아. 나 이틀만 더 격리하면 돼.”


동생의 목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목이 메어왔다. 동생에게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여주기가 싫어 침을 연속으로 삼키며 한 마디씩 꾹꾹 눌러 얘기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아내가 밥을 차렸다. 당연히 밥맛은 없었다. 생각 없다고 힘없게 얘기하니 그래도 뭐라도 먹고 있어야 한다고 아내가 얘기했다.


“그리고 당신 방금 어머니랑 통화하면서 뭐라고 했어? 밥 굶지 말고 챙겨 먹고 있으라고 했지? 나도 당신에게 그 말을 하는 거야.”


할 말이 없었다. 세수도 하지 못하고 밥상 앞에 앉았다. 아침 밥상에는 세수를 하고 손을 씻고 머리를 가다듬고 앉는 게 예의라고 아버지에게 배웠었다. 아주 어릴 적부터.


밥을 씹었다. 반찬을 씹었다. 삼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아내와 난 아무 말도 없었다. 정적이 흘렀다. 틀어 놓은 TV에서 깔깔대는 소리가 들려 방금 꺼 놓은 상태였다. 우린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눈을 마주쳤다간 먹던 밥도 눈물하고 함께 토해낼 것 같았다.


고개를 숙이고 먹다가 아내와 눈이 마주쳤는데 아내가 깜짝 놀랐다.


“여보. 어떻게!!!”


코가 시큰했다. 뚝뚝 코피가 뭉텅이로 떨어졌다. 입고 입던 잠옷에 코피가 방울방울로 번졌다. 소나기처럼 코피가 흘렀다. 손으로 막아도 막아낸 손가락 사이사이로 코피가 새어 나왔다.


놀란 아내와 달리 나는 태연했다. 천천히 일어나 화장실 세면대로 가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코피는 금방 멈추지 않았다. 세면대에서 번져가는 코피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2023년 5월 1일 월요일



아버지가 사고가 났던 가게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사고 당시 신고로 출동했던 경찰서를 수소문해서 아버지가 어디서 사고가 났는지 알게 됐다. 도봉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호프집이었다. 아버지는 문화원에서 주최하는 행사를 마치고 회원들과 함께 식사와 반주를 한 후에 그 가게에 들렀다. 혼자였다. 취기가 오르니 한 잔 더 생각이 난 것이었다.

의정부에 있는 본가에 들러 엄마를 태웠다. 단 하루를 안 봤을 뿐인데 오랜만에 만난 것 같았다.

근로자의 날을 맞아 산행객들이 많았다. 아버지는 도봉산을 좋아했다. 지나가는 모든 길은 아버지가 걸었던 길이었을 것이다.


가게 이름을 알고 지도에서 미리 보고 왔기 때문에 위치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멀리서도 가게가 잘 보였다. 먹자골목 메인도로에 두면이 개방된 가게였다. 눈에 잘 띄어서 무슨 일이 있으면 사람들이 금방 몰려들 수 있는 곳이었다.


“안녕하세요. 전화드리고 왔는데요. 그제 여기서 사고 나신 분이 저희 아버지거든요. 사고 날 때 상황을 좀 알고 싶어서요.”


주인인지 종업원인지 모를 여자분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날 오셔서 생맥주 딱 두 잔 드셨는데요. 취하셔서 소리도 지르고 그러셔서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그랬어요. 저도 술 그만 드리려고 했는데 자꾸 가져오라고 한 잔만 더 마시고 가겠다고 하셔서…. “


“그러니까요. 여기서 넘어지신 거잖아요. 혹시 다른 분하고 시비가 붙고 그랬나요?”


“아니요. 그런 건 없었어요. 계산을 하시면서 도봉산역 방향이 어디냐고 물으시길래. 알려 드렸고. 그러다가 넘어지셨죠. “


“그때 그분 가족인가 보신가 보네.”


중년의 남자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우리도 너무 놀랐는데. 어때요? 괜찮으세요?”


“아니요. 지금 의식이 없으셔서 중환자실에 있으세요.”


“아이고. 어쩌나. 그날 아주 말끔하게 차려입고 오셔서는 어찌나 주정을 하시는지. 원래 약주 한잔 하시면 그러신 편인가요?”


“뭐. 그날 과하셨나 보네요. 일단 cctv 확인 좀 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cctv다 있어요. 얼른 잘 보여드려.”


카운터 한편에 있는 cctv를 통해 나는 그날의 아버지를 확인했다. 네이비색 양복에 넥타이까지 맨 아버지는 혼자 앉아서 어딘 가를 향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비틀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한걸음 한걸음이 위태로웠다. 아슬하게 걷고 있는 아버지에게 어떤 남자가 다가왔다. 넘어질 것 같은 아버지를 부축했던 것이다. 아버지는 자기를 가만히 두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둘은 악수했다. 그리고 손을 뺏는데 아버지가 중심을 못 잡으며 뒤로 넘어졌다. 앞에 있던 남자는 놀라서 아버지를 잡으려고 했지만 잡질 못했다.


넘어지는 아버지를 보다가 나는 눈을 감았다. ‘악’ 소리가 나도 모르게 나왔다. 손이 벌벌 떨렸다.

한 발작 물러서서 엄마의 두 손을 잡고 있던 아내가 왜 그러냐며 성급하게 물었다.


호프집 바닥에 대자로 누운 아버지는 움직임이 없었다. 남자가 아버지 머리 위쪽으로 가서 머리를 들었다. 영상을 다시 틀어달라고 부탁하고 나는 휴대폰으로 그 화면을 녹화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네. 얼른 쾌휴하시길 바랄게요.”


아버지가 쓰러지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충격적이었다. cctv는 나 혼자 확인했다. 엄마에게는 내가 본 상황을 설명했고 당분간 영상은 보지 않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건 아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동생에게도 영상을 확인하긴 했는데 내 생각엔 당분간 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얘기했다. 동생도 그 생각에 동의했다.


날이 뜨거웠다. 주차장으로 걸어가며 나는 두 발치 앞서 걸었다. 자꾸 눈물이 나왔다. 도봉산 먹자골목에는 식당마다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휴일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술 한잔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들 즐거워 보였다.


밤새 아버지의 모습이 떠나가질 않았다. 넘어질 때 충격으로 뻗뻗해지는 그 몸이 자꾸만 떠올랐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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