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랑 놀다가 적은 메모
누군가 내게 어느 계절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가을과 봄을 말할 것이다.
하얀 겨울을 마중 나오느라 세상은 붉고 노랗게 변했고
곧 차가운 바람이 붉고 노란 세상을 데리고 떠난다.
가을은 그냥 그런 계절이다.
세상이 여름을 떠나 겨울에게로 가는 사이에 있는 계절이다.
생명을 싹 틔우는 주인인 봄이랑은 다르게
가을은 그저 겨울의 자리를 잠시 맡아주는 손님이다.
나는 무언가 인사를 해야 할 것만 같은 이 계절을 사랑한다.
안녕. 이번엔 잊지 않고 찾아왔어. 오랜만이야.
붉고 노랗게 바닥을, 그리고 하늘을 채운 가을이 이렇게 사라진다.
입동이 지났다.
이제 겨울이 온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은 온 지도 모르게 떠난다.
그리고
너를 떠나보낸 계절이 온다.
겨울이 오고, 사람들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면
나는 귀를 막고 입을 막고 잠에 들어야겠지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더 오래 눈에 담아두는 것 밖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