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처럼 떠 있던 여름.

by 고순

대리석 패턴이 섞인 매끄럽고 둥그런 돌 하나가 책상에 놓여 있다. 이번 여름 물치해변을 다녀온 친구가 내 생각이 나서 주어온 돌이다. 물치해변, 그곳은 4년 전 그 친구와 단둘이 엉터리 같은 여름 여행을 하고 온 곳이었다.


물치해변의 허름한 모텔, 동네 회 센터에 어정쩡한 회, 젊음 따윈 없는 어두컴컴한 해변가, 바다의 조용한 비명과 차가운 맥주, 택시 없이 5km 거리를 술 취한 채 달려온 길, 남자에게 울면서 소리 지르는 여자, 모텔 피씨의 고장 난 마우스, 잃어버린 내 소중한 가족 금반지, 쉴 새 없이 내린 비 그리고 뺑소니.


뒤죽박죽 어쩌면 무모함으로 보낸 여행을 최악의 여행이라고 친구들에게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한다. 그럼에도 한 가지 잊지 못한 순간이 하나 있다.


한산한 낙산해수욕장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 위를 혼자 멍하니 떠다니던 순간이다. 물속에 잠긴 몸은 부드럽게 흔들렸고,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은 눈부셨다. 나는 고개를 들어 여름만이 주는 불순물 따윈 없을 것 같은 짙은 하늘과 유연하게 움직이는 장엄한 구름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때의 나는 사람이 아니라 바다 위 떠다니는 유리병이 된 듯한 신비한 감각을 느꼈었다. 그날의 편린이 나머지를 다 상쇄시킬 만큼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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