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하게.

by 고순

어제오늘 밀린 빨래를 연속으로 했다. 깨끗하게 널어져 있는 빨래와 텅텅 빈 빨래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개운했다.


빨래를 한다는 것은 입고 벗었던 옷과 양말, 속옷 그리고 쓰던 수건들이 세탁기에 모두 모여 샤워를 하는 것이다. 나는 매일매일 내 몸을 빨래를 하고 있지만 빨랫감은 개별보다 뭉쳐서 한꺼번에 빨래를 한다. 3~4일에 한 번씩 씻는 너네들이 얼마나 찝찝하고 불쾌할지 생각해 보니 빨래통에 잔뜩 쌓여있던 빨랫감이 안쓰러워 보였다.


덜컹덜컹 돌아가는 세탁기에서 나오는 구정물은 내가 하루하루 보낸 삶의 묵은 때다. 세탁을 통해 묵은 때가 사라진 옷은 자연상태로 건조된 다음,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온다. 옷과 속옷 그리고 양말은 나의 몸과 하나가 되어 하루를 보내게 되고 삶의 때가 묻은 채로 다시 세탁기로 돌아간다. 그런 순환 과정을 긴 시간에 걸쳐 꽤 많이 반복하다 보면 옷은 닳고 닳아 허름해진다. 그때는 우리가 이별할 시간이다. 한 몸으로 동고동락한 것들이 내 삶 속에서 과거로 사라지게 된다.


나도 똑같이 허름해져 가는 것을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버릴 수 없다. 끌어안고 사는 것 말고 달리 방법이 없다. 구멍 뚫리거나 찢어지지 않게. 지워지지 않을 얼룩이 생기지 않게.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게 보듬은 채로 말이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낡고 낡아 흉측할 정도로 허름해진 나 자신을 마주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 스스로를 버려야 할까. 미워해야 할까. 외면해야 할까. 그런 불쾌한 상상이 내 얼굴을 찡그리게 만들었다. "자신을 더 애지중지하면 돼." 목구녕을 타고 올라온 문장이 자연스레 입 밖으로 나왔다. 그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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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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