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찾아온 순간.

by 고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멍하니 시간을 허비하다가 가방에서 헤드셋을 꺼냈다. 류이치 사카모토 - opus 노래가 듣고 싶었다. 귓가에 노래가 나지막이 흘러나왔다. 그 반주에 맞춰 마음이 요동치더니 지루하면서도 나른한 귀갓길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여름의 끝 무렵,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느껴지는 밤인데도, 봄의 따스한 햇살 아래 풀들과 나무들이 가득한 곳에서 기쁜 얼굴을 한 채 어딘가 슬퍼 보이는 춤을 추는 듯한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눈 부신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마음에 울려 퍼지는 선율에 따라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 아름다운 순간을 느끼면서 나는 진심으로 행복했다. 삶에서 늘 갈구하던 행복이란 것이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끽해야 3곡 정도였다. 그 이후로는 귀가 아파 노래를 딱히 듣고 싶지 않았다.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딱 맞아떨어지던 그 순간은 내게서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음악의 아름다움을 단순히 귀가 아닌 마음으로 온전히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 나에게는 오늘이었던 것 같다. 오늘 이상하게도 헤드셋을 챙겨 나가고 싶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준비했던 것이다. 8분 남짓한 그 짧은 순간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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