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5시, 침대에 누워 책을 보다가 졸린 듯 말 듯 한 눈을 끝내 감아버렸다. 눈 감으면서 느낀 것은 편안함이었다. 푹신한 침대 위로 몸을 이리저리 뒤척거리면서 얇고 견고하면서도 가벼운 이불을 턱 끝까지 덮고 한가로이 잠을 잘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그런 기쁜 마음으로 낮잠을 잤다.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낮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해는 보이지 않지만 해가 뿜어내는 빛은 여전히 하늘 위에 넓게 펼쳐져 있는 그런 고요한 시간대. 개운함도 개운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상태에서 나는 일요일 저녁과 밤. 남은 하루를 보내기 위해 침대 위에서 몸을 빠져나왔다.
베란다 앞에 서서 다시 하늘을 봤다. 7시인데도 아직 어둡지 않아서 좋았다. 지금은 9월 초, 25년의 가장 해가 긴 시간대는 이미 지나갔다. 겨울이 다가올 일만 남은 한 해, 앞으로 낮의 시간대가 서서히 줄어들 것이다. 여름보다 겨울이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이유는 낮이 짧아진 탓이 분명하다. 더위에 지긋지긋할 정도로 흘렸던 땀이 무색하게 여름은 낮과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