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의 시작은 기분 좋게.

by 고순



퇴근 후 쪽잠을 자다가 밤 10시를 알리는 알람소리에 잠에서 깼다. 헬스장을 가야 할 시간이다. 더 이상 시간을 미룰 수 없었다. 하지만 몸이 너무 무거웠다. 오늘은 1일이다. 한 달의 시작부터 망가지거나 게으른 태도로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헬스장을 가겠다고 내뱉은 말을 꼭 책임지고 싶었다. 그 생각으로 나는 내 몸을 번쩍 일으켜 세웠다.


9월, 한 달의 시작, 그것도 월요일,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헬스장에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다들 나처럼 한 달의 첫날을 잘 보내기 위해 온 것 같아서 덩달아 힘이 났다. 한 달의 시작은 언제나 기분 좋게 느껴진다. 그것뿐만 아니라 한 달의 마지막도 한 해의 시작과 마지막도, 분기마다의 시작과 마지막도 나는 다 좋다. 단순히 시작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뭐랄까. 그동안의 과오와 미련 그리고 부진했던 것들을 다 떨쳐버리고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이 샘솟기 때문이다.


운동기구마다 한 명씩 자리 잡고 앉은 사람들이 근력운동을 하고 있는 게 보인다. 다들 이 밤에 건강하고 예쁜 몸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시간을 들여 투자하는 모습이 참 멋있다. 확실히 살다 보면 삶에서 크게 힘을 사용할 일도 없고, 호흡이 가빠질 일도 없는 것 같다. 음식의 과잉공급으로 몸의 체지방은 자연스레 올라가고, 게으른 노동까지 더해 몸이 구부정하거나 쇠약해진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헬스를 하고 있다.


아까 집 침대에서 헬스장을 갈까 말까 하면서 나를 힘들 게 한 고민은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지금의 나는 11시 귀가를 목표로 삼고 부리나케 운동하고 있을 뿐이다. 중간 쉬는 시간마다 거친 호흡을 내뱉고 땀을 뻘뻘 흘려도 헬스장에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떠올랐다.


그래, 사람은 땀을 흘려야 하고 정직하게 몸을 쓰는 것을 해야 살아있음을 느낀다.


내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도 숨이 차오르면서 느끼는 공기의 소중함과 거칠게 내뱉는 호흡에서 느껴지는 몸 내부의 움직임 그리고 흘러나오는 땀. 지면을 밀고 나아가는 발바닥과 그 위로 종아리, 허벅지까지 타오르는 중력. 대기의 공기를 가르면서 바람이 몸을 스쳐 지나가는 느낌까지 이 모든 것이 힘들지만 내게 현실에 살고 있다고 강하게 말해주는 것 같아서 좋다. 그와 다르게 헬스는 정적인 운동이지만 느림의 미학이 느껴진다. 무게를 들 때, 몸의 근육마다 세밀하게 느껴지는 감각이 싫으면서도 좋은 느낌이 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헬스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잠자기 전에 감사 일기를 썼다. 사고의 흐름이 밖이 아니라 안에서만 돌고 있는 것 같은 꽉 막힌 기분이 들어 요새 감사 일기를 쓰고 있는데 오늘은 헬스장이 집 앞에 있어서 감사하다고 적었다. 그전에 다니던 헬스장은 900M 정도 되는 거리에 있었는데 버스를 타기에도 애매하고, 걸어가기에는 조금 먼 것 같은 어중간한 거리였다. 그래서 헬스장 가는 날이 들쑥날쑥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헬스장을 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다. 그 감사한 마음을 감사일기에 적고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등과 이두의 뻐근함이 느껴졌다. 고통 없이는 성장도 없다는 말을 떠올리면서 뻐근한 몸을 가볍게 스트레칭했다. 근육통이라고 생각하니 제법 나쁘지 않았다. 기분 나쁜 통증이 아니면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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