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들어온 음식이 배설물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마음도 입구와 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샤워를 하고 몸의 더러움이 제거되는 것처럼 마음의 더러움도 그렇게 쉽게 씻어버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자란 머리카락과 손톱을 길고 자르기를 평생 반복하는 것처럼 마음에서 자라는 것을 잘라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더러운 옷은 빨거나 낡아지면 버리면 그만인 것처럼 마음을 깨끗하게 청소하거나 버리는 방법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몸이 아프면 병원을 가서 치료를 받는 것처럼 아픈 마음도 명쾌하게 치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에 대해 차근차근 써 내려간 글이다. 마음….. 이제 보니 내 마음, 살아온 날들을 다 보듬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 사실을 자각하자 "꽤 힘들었겠다..."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
마음으로 들어온 것은 하나도 빠지지 않고 몸 안에 그대로 남는 것처럼, 나갈 수가 없으니 그대로 마음속에 묻어두고 사는 수밖에 없다. 결국 치료방법이 각자 다른 마음의 불치병을 저마다 앓고 있는 것이다.
치료할 수 없는 이 병에 내가 약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욱여넣고 사는 것이 인생 같다. 가령 나는 달리기를 한다던가, 그림을 그린다던가, 글을 쓴다던가, 영화를 본다던가 등등 나만의 방법으로 통증을 달랜다. 그런데 쌓이기만 하고 나갈 곳이 없다는 원초적인 문장 앞에 내가 마음속에 욱여넣어야 할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다 짊어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생각해 보니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 바로 기억력, 인간의 기억력은 우둔하기 때문에 모두 다 기억하고 있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억이 사라진다는 말은 아니다. 다 마음속에 가라앉아 있다고 믿는다.
마음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때마다 가라앉거나 묻어두었던 것들을 모두 헤집어 놓는다고 상상하면 인간은 필히 광인이 될 것이다. 불치병보다 무서운 광견병이 돼버린 세계를 상상해 보면 참으로 끔찍하기만 하다. 그렇기에 인간이 온전히 다 기억하지 않는 것은 축복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속을 다 보듬고 살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느끼지 못하게 만든 뇌 구조에 감사함을 느낀다. 내 마음속에 가라앉고 묻어둔 것이 무엇인지 일일이 해집을 생각도 없다. 나는 광인이 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과거를 외면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과거는 추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지금이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될 수 있게 지금을 잘 보내기. 후회하지 않는 삶, 그런 마음가짐이 내 불치병 약으로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