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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Jan 27. 2023

엄마인 나와 넷플릭스 영화 《정이 Jung_E》

A.I. 가 되어서도 죽지 않은 母性...

2023년 1월 27일 금요일 새벽 210즈음...


하얗게 내린 눈과 영하 10도 이하로 뚝 떨어진 기온으로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인 요즘, 나 역시 바깥에 나가고 싶지 않았던 어제는 종일 집에서 뒹굴다가 저녁을 먹고 가족과 함께 넷플릭스에서 영화라도 한 편 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영화 검색을 해봤더니 요즘 단연 1위로 올라와 있는 넷플릭스 영화 《정이 눈에 띄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보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터 우리 가족도 이 영화를 보기로 합의를 봤다.


남편은 피곤했는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소파에서 곯아떨어지고, 작은아들은 친구들과 온라인 게임(롤)을 한다며 초반에 하차하고 컴퓨터 앞에 가서 앉아버렸다.

결국 나 홀로 외로이, 아니 내 옆에 우리 집 냥이 슈슈와 함께 영화 정이 감상에 들어갔다.


일단은 기존 SF 영화 보다도 훨씬 스펙터클한 영상에 매료될 수 있었다.

처음 시작부터 다른 A.I. 전투용병들과 싸우는 '윤정이'(김현주)가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주인공인 A.I. 전투용병 정이는 실은 급격한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떠난 인류가 우주에 '쉘터'라는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거기서 사는 동안 수십 년째 내전에 시달리는데 그 내전을 여러 차례  승리로 이끌었던 전설의 영웅이다.

그런 그녀가 그만 작전 실패로 식물인간의 처지가 되고, 그녀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전투용병을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군수 개발회사 크로노이드에 의해 진행된다.

그 프로젝트의 팀장을 맡은 성인이 된 '윤서현'(강수연)은 바로 전설의 영웅 정이의 딸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A.I. 전투용병 정이를 다른 많은 전투용병들로부터 홀로 탈출하게 는 실험을 거치는 과정에서 비록 육체는 진짜 자신의 엄마가 아니지만 자신의 엄마와 외모가 똑같은 A.I. 정이가 실험을 하면서 찢기고 상처 입는 모습을 보며 가슴 아픈 딸 서현,

그리고 비록 A.I. 정이지만 자신이 폐기처분 직전이라는 사실알고서도 마지막으로 꼭 알고 싶은 것이 있다고 서현에게 묻는 바로 그 질문 장면... 그 지점에서 울컥 가슴에서 무언가가 올라옴을 느꼈다.


비록 진짜 인간은 아니지만 A.I. 정이의 뇌 속에서 지우지 않고 간절하게 찾고 있는 것이 바로 자신의 딸, 어린 시절의 서현모습임을 알게 된 서현은 그 A.I가 곧 자신의 엄마이기도 함을 깨닫는다.


무수히 총에 맞고, 폭력을 당하는 계속되는 전투의 현장을 경험치로 계속 익혀가는 A.I. 정이, 그런 가운데에도 복제된 뇌 속에는 자신의 딸 서현을 잊지 못하는...

인공지능의 전투용병이 되고도 그 안에 살아서 죽지 않은 엄마의 母性을 지닌 전투용병 정이(Jung_E)


인간성을 모두 말살한 A.I. 에게도 인간의 뇌에서 복제된 모성(母性)을 빼앗을 수는 없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했음에도 몸이 기억하는 '무조건 반사'처럼 마지막 정이는 서현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어린 시절 딸에게 했던 애정표현 일명 '부비부비'를 한다.


좌) 인간 정이가 서현과 얼굴을 부비는 장면, 우) A.I.정이가 커버린 서현에게 부비부비를 하는 장면



참으로 이 장면에서 울지 않을 엄마(어미)는 없었으리라. 

어쩌면 딸이라는 이름을 가진 세상의 모든 딸들 역시도...

마지막으로 A.I. 정이를 그 드넓은 우주의 어느 공간으로 멀리멀리 날려 보내며 딸 서현(강수연) 말했던 대사를 올리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이 세상 모든 행운이 함께 하길 " 





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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