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배려하는 사근사근한 말투와 어떤 순간에도 화를 낼 것 같지 않던 평온함, 며칠 후 내가 벌교꼬막을 먹을 거라고 너무 순수하게 좋아하며 했던 말 한 미디도 기억하고 있었던 당신, 정작 그날 나는 너무 바빠서 저녁 약속에 꼬막을 먹는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지만, 당신은 잘 먹고 오라고 그리 말을 해줬었지요.
내가 했던 사소한 말도 기억을 해주던 당신,
내가 속상해서 투정을 하면 내 기분에 맞춰 살짝 맞장구도 쳐줬었지요.늘 내 편을 들어주면서...
실은 당신은 누구를 험담하는 그런 성품의 사람이 아님을 나는 아는데...
나 역시 늘 당신의 시간을 배려했고, 두통이 심하다는 말 한마디가 신경이 쓰였고, 귀가 아파서 어지럼증이 있다는 말에걱정도 됐었지요.
집 문제로 고심을 했을 때도 함께 마음으로 잘 해결되기를 기도했었죠.
당신에게 시간을 맞췄고, 아픈 것에도 신경이 쓰였고, 처리해야 할 일들도 모두 잘 되기를기도하며 그렇게 당신의 잘됨을 바랐지요.
그런데 당신은 나에게 눈이 와서 예쁜, 혹은 비가 와서 센티해진 거리의 사진 한 장 보내주는 것에는 인색했지요. 사소한 것도 기억해주던 당신이 왜 그랬을까요?아직도 그 이유가 나는 너무 궁금해요..
좋은 것을 보면 함께 보고 싶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함께 먹고 싶은 것이 보편적인 사랑이 아니었을까요?
어쩌면 우리의 어긋남은 마음의 온도가 달랐기에 일어난 일이었겠지요.
지난어느날 내가 바다에 간다고 했을 때 어느 바다에 가느냐고 물었었지요? 나는 딱히 대답을 하지 않았었구요...
당신은 다른 사람과 그곳에 함께 있는 나를 혹시 보게 될까 봐 걱정한 걸까요? 아니면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당신을 볼지 모르는 나를 걱정한 걸까요?
당신의 과도한 걱정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나의 오해가 당신의 온도를 미지근한 것 이상으로더 뜨겁게올라가지 못하게 한 걸까요?
이제는 시간이 제법 흘렀습니다.
그리하여 마음속 호수에는 이제 당신으로 인한 바람 한 점 일지 않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영원히 모를 거예요.
그렇게 엇갈린 우리의 마음이, 시간이, 온도가 차라리 지금은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