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마당발이라고 제법 많은 사람을 알고 지낸다는 소리를 듣는 나에게도 사실 인간관계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을 아는 만큼 인간의 유형도 별별 사람들이 다 있었으니까...
자신의 이득만을 생각하며 움직이는 사람,
사람의 관계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집착으로 번지는 사람,
겉으로 보기에는 참 좋아 보이지만 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고집스러운 사람,
늘 사람 좋다는 얘기를 들으며 실제로 자신의 일 보다 상대의 일에 발 벗고 나서서 정작 자신의 앞가림조차 못하는 사람 등등...
그리고 이성과의 관계에서는 제삼자의 눈으로 볼 때 상대는 전혀 관심이 없는데 가끔 착각에 사로잡혀 혼자만 깊어지는 관계도있다.
이 경우, 상대의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스스로의 심연으로 파고드는 그 생각을 오히려 진실이라 확신하고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마는 이도 종종 봐왔다.
아마도 h는 무수히 많은 팔로워들에게 좋아요을 남겼을 것이고 또한 자신을 팔로잉해 준 사람들 중에 마음에 드는 몇 사람에게는 고맙다는 문자를 수시로 남기고도 남았을 사람이다.
그런 만큼 h가 s에게만 특별한 것도 아니며 또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서 계속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누군가를 더 많이 만나기 위해 s가 h의 지난 글들에 개인적인 부분을 묻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었을 수 있었을테고...
h는 마치 커다란 암거미와 같은 인간이었다.
자신에게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처음은 친절하고, 진중한 듯 보였지만 결국 h의 심연에는 진실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겉과 속이 매우 다른 인간으로서 상대와의진정한 깊은 관계를 원하지는 않았다. 가볍게 즐기기만을 원했던 h에게 s 같은 진실된 사람은 몹시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관계를 종용했을 테니....
2022년 12월 8일 목요일 새벽 1시 18분...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 관계라면 참 좋을 텐데...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게 심플하다면 참 좋을 것이다.
상대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나이가 많다고, 혹은 본인이 더 똑똑하다는 아집에 사로잡혀 멋대로 사람을 재단하는 것은 역겨움이다.
사람은 모두 개개인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과 생각이나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를 하고, 함부로 볼 수 있는 권리는 부모에게 조차 없는 것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죽지 않고 산다면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될 것이다. 자신의 위치가 늘 우위에 있었다고 자신은 스스로를 보지 못한 채로 고치거나 상대를 수용해 줄 생각은 전혀 없이 아랫사람이나 상대의 다른 점을 무조건 고치라고 강요하는 것은 진심으로 교만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리라.
점잖고 진중한 척은 하면서 실제로는 너그럽지 못하고 그 이면에서는 상대를 이용하려는 교활하기까지 한지성(知性)은 추하기 짝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신의 자유와 개성이 중요한 만큼 함께 인연을 맺고 살기 위해서는 아무리 더 나이가 어린 아랫사람에게든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든 자신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살아온 세월이 긴 만큼, 쌓아온 학식이 높은 만큼 더 고치기는 어렵겠으나 그럼에도조금이라도 자신의 것을 포기할 줄 알고,조금씩이라도 상대를 위해 맞춰갈 수 있다면 그는 겉으로 보이는 젊음의 아름다움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늙어가지 않을까?
정확히 어느 위인이 했던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젊은 여자는 아름답다. 그러나 나이 든 여자는 더 아름답다."라는 말...
(이 말을 하신 분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몹시 송구스럽다)
참으로 이 깊은 밤, 딱딱하게 쌓인 고고한 지성(紙城)에 오랜 피곤함을 느끼며놀라는 밤이다.
추신.
몇 년 전 모 문예지에 발표한 나의 詩 <고고한 紙城에 놀라다>가 심히 생각나는 그런 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