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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Dec 08. 2022

어떤 관계에 대해

우리에게 가장 좋은 관계는 어떤 관계인 걸까?

2021년 11월 15일 월요일, 오후 6시 12분...



바라는 것이 없는 관계란 얼마나 편한 것인가?

비교적 마당발이라고 제법 많은 사람을 알고 지낸다는 소리를 듣는 나에게도 사실 인간관계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을 아는 만큼 인간의 유형도 별별 사람들이 다 있었으니까...


자신의 이득만을 생각하며 움직이는 사람,

사람의 관계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집착으로 번지는 사람,

겉으로 보기에는 참 좋아 보이지만 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고집스러운 사람,

늘 사람 좋다는 얘기를 들으며 실제로 자신의 일 보다 상대의 일에 발 벗고 나서서 정작 자신의 앞가림조차 못하는 사람 등등...


그리고 이성과의 관계에서는 제삼자의 눈으로 볼 때 상대는 전혀 관심이 없는데 가끔 착각에 사로잡혀 혼자만 깊어지는 관계도 있다.

이 경우, 상대의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스스로의 심연으로 파고드는 그 생각을 오히려 진실이라 확신하고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마는 이도 종종 봐왔다.




아마도 h는 무수히 많은 팔로워들에게 좋아요을 남겼을 것이고 또한 자신을 팔로잉해 준 사람들 중에 마음에 드는 몇 사람에게는 고맙다는 문자를 수시로 남기고도 남았을 사람이다.

그런 만큼 h가 s에게만 특별한 것도 아니며 또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서 계속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누군가를 더 많이 만나기 위해 s가 h 지난 글들에 개인적인 부분을 묻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었을 있었을 테고...


h는 마치 커다란 암거미와 같은 인간이었다.

자신에게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처음은 친절하고, 진중한 듯 보였지만 결국 h의 심연에는 진실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겉과 속이 매우 다른 인간으로서 상대와 진정한 깊은 관계를 원하지는 않았다. 가볍게 즐기기만을 원했던 h에게 s 같은 진실된 사람은 몹시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관계를 종용했을 테니....




2022년 12월 8일 목요일 새벽 1시 18분...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 관계라면 참 을 텐데...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게 심플하다면 참 좋을 것이다.

상대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나이가 많다고, 혹은 본인이 더 똑똑하다는 아집에 사로잡혀 멋대로 사람을 재단하는 것은 역겨움이다.

사람은 모두 개개인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과 생각이나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를 하고, 함부로 볼 수 있는 권리는 부모에게 조차 없는 것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죽지 않고 산다면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될 것이다. 자신의 위치가 늘 우위에 있었다고 자신은 스스로를 보지 못한 채로 고치거나 상대를 수용해 줄 생각은 전혀 없이 아랫사람이나 상대의 다른 점을 무조건 고치라고 강요하는 것은 진심으로 교만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리라.


점잖고 진중한 척은 하면서 실제로는 너그럽지 못하고 그 이면에서는 상대를 이용하려는 교활하기까지 한 지성(知性)은 추하기 짝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신의 자유와 개성이 중요한 만큼 함께 인연을 맺고 살기 위해서는 아무리 더 나이가 어린 아랫사람에게든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든 자신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살아온 세월이 긴 만큼, 쌓아온 학식이 높은 만큼 더 고치기는 어렵겠으나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자신의 것을 포기할 줄 알고, 조금씩이라도 상대를 위해 맞춰갈 수 있다면 그는 겉으로 보이는 젊음의 아름다움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늙어가지 않을까?


정확히 어느 위인이 했던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젊은 여자는 아름답다. 그러나 나이 든 여자는 더 아름답다."라는 말...

(이 말을 하신 분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몹시 송구스럽다)


참으로 이 깊은 밤, 딱딱하게 쌓인 고고한 지성(紙城)에 오랜 피곤함을 느끼며 놀라는 밤이다.




추신.

년 전 모 문예지에 발표한 나의 詩 <고고한 에 놀라다>가 심히 생각나는 그런 밤이기도 하다.


추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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