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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Oct 03. 2022

당신과 나의 온도

이별이 될 수밖에 없었던 우리...

ㅇㅇ년 4월 1일 만우절에...


당신의 온도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어느 지점에 머무른 온도였던가 봅니다.

차라리 당신의 차가움이 더 나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번 당신을 놓으려고 했었지만,

당신은 어정쩡한 그 미지근함으로 내가 당신을 버릴 수 없도록 옥죄었을지도 모르니까요.




늘 배려하는 사근사근한 말투와 어떤 순간에도 화를 낼 것 같지 않던 평온함, 며칠 후 내가 벌교꼬막을 먹을 거라고 너무 순수하게 좋아하며 했던 말 한 미디도 기억하고 있었던 당신, 정작 그날 나는 너무 바빠서 저녁 약속에 꼬막을 먹는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지만, 당신은 잘 먹고 오라고 그리 말을 해줬었지요.

내가 했던 사소한 말도 기억을 해주던 당신,

내가 속상해서 투정을 하면 내 기분에 맞춰 살짝 맞장구도 쳐줬었지요. 내 편을 들어주면서...

실은 당신은 누구를 험담하는 그런 성품의 사람이 아님을 나는 아는데...




나 역시 늘 당신의 시간을 배려했고, 두통이 심하다는 말 한마디가 신경이 쓰였고, 귀가 아파서 어지럼증이 있다는 말에 걱정도 됐었지요.

집 문제로 고심을 했을 때도 함께 마음으로 잘 해결되기를 기도했었죠.

당신에게 시간을 맞췄고, 아픈 것에도 신경이   쓰였고, 처리해야 할 일들도 모두 잘 되기를 기도하며 그렇게 당신의 잘됨을 바랐지요.




그런데 당신은 나에게 눈이 와서 예쁜, 혹은 비가 와서 센티해진 거리의 사진 한 장 보내주는 것에는 인색했지요. 사소한 것도 기억해주던 당신이 왜 그랬을까요? 아직도 그 이유가 나는 너무 궁금해요..

좋은 것을 보면 함께 보고 싶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함께 먹고 싶은 것이 보편적인 사랑이 아니었을까요?




어쩌면 우리의 어긋남은 마음의 온도가 달랐기에 일어난 일이었겠지요.

지난 어느 날  내가 바다에 간다고 했을 때 어느 바다에 가느냐고 물었었지요? 나는 딱히 대답을 하지 않았었구요... 

당신은 다른 사람과 그곳에 함께 있는 나를 혹시 보게 될까 봐 걱정한 걸까요? 아니면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당신을 볼지 모르는 나를 걱정한 걸까요?

당신의 과도한 걱정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나의 오해가 당신의 온도를 미지근한 것 이상으로 뜨겁게 올라가지 못하게 한 걸까요? 


이제는 시간이 제법 흘렀습니다.

그리하여 마음속 호수에는 이제 당신으로 인한 바람 한 점 일지 않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영원히 모를 거예요.

그렇게 엇갈린 우리의 마음이, 시간이, 온도가 차라리 지금은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추신.

이 글을 올리는 오늘은 2022년 10월 3일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제법 오랫동안 작가의 서랍에 담겨있던 글을 계절이 몇 번 바뀌고서 올린다.


추신 2.

https://brunch.co.kr/brunchbook/shuvy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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