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희 시인 Jun 08. 2022

보이스피싱

삶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들...

2022년 6월 7일, 오늘 낮 1시 무렵...


경찰서 로비 휴게실에서 혼자 남겨져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들은 경찰관과 함께 사무실로 들어갔고, 어머니는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기에 기다리는 중이다.



나의 큰 아들은 특히 착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 순진한 편의 아이다.

지금은 7월 군입대를 위해 대학교를 휴학 중에 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힘들게 종일 서서 물류센터 알바를 지난 4월 중순부터 5월까지 했었다.

처음 받은 알바 수당으로 엄마에게 맛난 것을 사준다며 자기가 직접 번 돈으로 가족 모두 함께 먹을 수 있는 수량의 햄버거 세트를 사 왔었다. 

그리고 한 달이 되어서는 나에게 빨간 내복 대신 등산화를 선물했었다. 물론 내가 산악 밴드에 가입한 기념으로 등산을 위해 필요하다고 아들을  졸라대서 받은 것이지만...

어떻든 그렇게 한 푼 쓰는 것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평소 아빠 카드를 쓰던 씀씀이와는 사뭇 다른 검소함을 보이던 우리 아들...




지난 금요일 브런치에 살짝 기록했던 나를 복잡하고 피곤하게 만든 일이 바로 내 아들이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해서 3백만 원가량을 털린 일이었다.

지금 다시 이 글을 수정해서 쓰는 순간에는 나의 아들이 추가로 핸드폰 소액결제로 100만 원을 더 털렸다는 사실을 경찰을 통해 알게 된 후이다.


일단 보이스피싱에 당하게 된 날의 일은 이렇다.

아들 말이 검찰청이라는 말에 졸아서 더 이상 올바른 사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그저 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 날 것 같았다고 한다.

자신이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말에 평소 가까운 친구에게 조차 해를 끼친 적이 전혀 없는 아들은 겁이 덜컥 났던 모양이다.

금요일부터 경찰서에 몇 번을 다녀왔는지..ㅠㅠ


너무도 쉽게 남의 사유재산을 갈취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아들에게 자세히 들어보니 너무 어수룩한 사기꾼에게 당한 우리 아들은 얼마나 그들에게 우습게 보였을지?ㅠㅠ

물론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때론 뭔가에 씐 듯이 혹해서 넘어가는 경우가 있기도 할 것이다.




보이스피싱뿐 아닌 sns 상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면 속에 가려진 모습, 친절과 숙고라는 진중함으로 가려진 두 개의 얼굴,

살아가는 방식이 완전히 나완 달랐던 습관적으로 사람을 낚았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다.

보이스피싱 말고, 'SNS 피싱'도 있다는 말을 경찰인 친구에게 4월 무렵 들었다.

새로 생성되는 계정만을 골라서 팔로잉하며, 영혼 없이 무한정 좋아요를 눌러대며 환심을 산다고... 그리고 여자들을 꼬여내서 돈을 뜯거나 욕망을 추구한다는.. 웃지 못할.. 

뭐 어떻든 나는 그런 피해를 다행히도 당하지 않았음에 안도하지만...


나의 아들이 보이스피싱을 당했던 지난 금요일부터 너무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을 것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다.

지친 우리 아들이 내일 농협에 가서 마지막 피해 자료를 받아서 경찰서에 제출하고 더 이상 경찰서에 가지 않아도 되기를...

부디 아들이 피땀 흘려 모은 돈을 소액이라도 돌려받아서 아들의 마음에 작은 위로라도 더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는 밤이다.




추신.

지금 이 글을 고치는 순간은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이 엄습하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힘들고, 싫은 날은 참 드문 날이다.

글을 고치고 발행을 누르고 나니 라이킷이 벌써 10개다..ㅠㅠ 지금 글도 엉망인데 고치기 전 글에 공감해 주신 작가님들께 참 부끄럽습니다.

제 글은 발행 후 30분쯤 지나고 봐주시기를...


추신 2.


https://brunch.co.kr/brunchbook/shuvy1004


이전 16화 그런 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