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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 Aug 20. 2024

축구선수로 가는 길(feat. 프로구단 산하 유스팀)

5. 치열한 주전경쟁


아무리 마음을 비우고 보려고 해도 자식에 대한 일이라 아주 작은 일에도 쉽게 마음을 다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내 아이 포지션에 다른 아이가 선발로 나오게 되면 그 불안감은 감출 수 없습니다. 혹시 그전 경기에서 제대로 못 뛰어서 배제된 건지,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건지, 이것으로 인해 포지션 경쟁에서 밀려나는 건 아닌지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아내와 경기를 보러 가서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마음을 다 잡아 보지만 쉽게 경기가 눈에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내 아이가 경기에 안 뛰면 정말 마음 편하게 볼 것 같은데 실상은 자꾸 집중도가 떨어지고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내 아이가 뛰고 있으면 혹시나 실수를 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해하며 보느라 심장이 다 오그라 듭니다. 거기다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 마치 옥황상제 앞에 무릎 꿇고 앉은 죄인처럼 깜짝, 깜짝 놀랍니다.


경기 중에 지도자들은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전술을 지시하고 잘 한 부분은 그 자리에서 칭찬해 줍니다. 물론 실수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진 선수를 독려하기 위해 이름을 부르기도 합니다.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 토끼 눈을 하고 아이를 찾고 지도자를 쳐다보며 머릿속은 바빠집니다. 앞에 상황이 어떠했는지 기억해 내려고 돌려 감기를 열심히 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끔 아이가 경기를 뛰는 동안 볼이 아이 쪽으로 많이 안 오는 게 저의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습니다. 부모가 맨탈이 강해야 아이의  흔들림을 잡아줄 텐데 이런 유리 맨탈로 과연 잘 해 나갈 수 있을런지 의문이 듭니다.

 

1학년 신입생은 16명이고, 1학년 경기에 출전이 가능한 인원은 11명, 나머지 5명은 교체멤버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아예 경기장을 못 밟는 선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이 한 번 두 번 쌓이면 결국 주전에서 밀려나는 게 아닌가 조바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2학년 경기에 올려 뛰기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년 동안 경기를 보러 다니다 보니 올려 뛰기는 아이에게 양날의 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점은 같은 학년 선수들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선배들과의 경기를 통해 좀 더 높은 수준의 경기에 참여함으로 선수 개인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럼 나쁜 점은 선배들 경기이기에 경기 중에 선배들의 지시가 많습니다. 이 선배, 저 선배 지시가 다르고, 코치님 지시가 다르다 보니 혼란스러워합니다. 자신 있는 플레이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작은 실수라도 해서 위험한 상황을 만들게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으로 플레이가 위축되는 모습도 종종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원래 뛰고 있던 선배가 빠지고 후배가 들어가면 눈치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선배의 부상등의 이유로 대신 들어가면 덜 미안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처럼 같은 학년 경기에서도 주전경쟁에서 밀려나거나, 선배들 경기에 올려 뛰기로 투입되어 제대로 경기력이 안 나오면 출전 기회는 점점 없어지게 됩니다. 그러니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건 주전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본인의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지도자에게 알려야 부상을 방지하고, 저하된 경기력으로 인한 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다른 챕터에서 이야기를 하겠지만 유스팀은 선수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선수별 개인 자료를 상세히 작성하고 있습니다. 경쟁에서 밀려나는 선수는 방출이라는 무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지도자들은 선수 개개인에 대해 보완해야 할 점, 잘하고 있는 점에 대해 학부모 면담을 통해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해 줍니다. 이런 부분이 선수에게서 개선되지 못하거나, 극복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최종적으로 방출의 수순에 들어가게 됩니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입니다.


아이돌 그룹도 길게는 10년 넘게 연습생 생활을 하며 기량을 키워 데뷔를 하지만 많은 연습생은 데뷔도 하기 전에 떨어져 나간다고 합니다. 유스팀도 같은 시스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때부터 이런 경쟁구도 속에 생활하게끔 하는 것이 미안하지만 우리가 속한 사회는 결국 등수가 매겨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입니다. 학교에서도 성적으로 줄을 세우듯 유스팀도 실력으로 줄을 세우게 됩니다. 주전경쟁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아이도 부모도 서로 격려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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