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로 가는 길(feat. 프로구단 산하 유스팀)

7. 학부모 면담

유소년팀의 장점은 체계화된 시스템과 그 아래에서 지도자들과 직원들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구단의 지도부는 구단주, 대표이사, 단장, 사무국장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적인 운영조직은 경영지원부, 마케팅부, 전력강화부 등으로 나누어져 각각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각 구단마다 조금씩 이름이나 조직의 수는 다를 수 있으나, 이러한 운영조직은 구단의 정상적인 경영과 좋은 축구성적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력강화팀에서는 프로 선수단과 유소년 선수단을 운영하는데, 유소년 U-18팀, U-15팀, U-12팀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직원들이 근무를 한다는 건 프로구단 선수뿐만 아니라 유소년 선수들도 체계적으로 시스템 아래에서 관리되고 육성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유소년선수단 지도자들은 축구훈련뿐만 아니라 선수들에 대한 평가서를 꼼꼼하게 작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은 학부모 면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해당선수를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평가서는 학부모 면담 시 선수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평가서에는 선수의 장단점 분석 및 보완점까지 꼼꼼하게 작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공격력, 신체능력, 스피드, 시야, 수비력, 기술력, 공중볼, 정신력 부분에 대해 전체적인 수행능력도 평가한 자료도 보았습니다.

저희 아이는 정신력이 좀 부족하다고 나오네요. 해병대 캠프를 보내야… 농담입니다. 이런 자료는 구단에 보고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차후 퇴출선수를 결정할 때 자료로도 사용된다고 들었습니다. 또한 1년에 4번 이상 가지는 학부모 면담에서 해당 선수의 장단점이 적나라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퇴출에 대한 문제제기 시 증거자료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네, 무섭습니다. 모든 게 문서화되고 관리된다는 것, 하지만 반대로 주먹구구식으로 너는 마음에 드니깐 주전, 너는 마음에 안 드니깐 벤치로를 결정하는 것보다는 마음이 놓이는 것 같습니다. 특히 학부모 면담에서 장단점에 대해 정확히 설명을 해 줌으로써 부모도 아이의 성장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문가가 보는 눈과 부모, 일반인들이 보는 눈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의 조언은 아이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1학년때부터 학부모 면담에서 단점으로 거론되는 부분이 훈련을 통해 개선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쏟고 쳐 오릅니다. 장점은 더 잘하게 살리면 되지만 단점 극복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희 부부는 학부모 면담 때 내용을 아이에게도 전달하고 냉철하게 평가, 개선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개인레슨 때 코치님에게도 이러한 내용을 피드백하여 짧은 레슨시간이지만 아이의 부족함을 조금이나마 개선시키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자신은 못 느끼지만 제 3자의 눈에는 적나라하게 보이는 단점, 그 단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나은 선수로 발전해 나가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와이프는 학부모 면담에 가기 싫어합니다. 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엇을 물어보아야 할지, 너무 어려운 자리라고 합니다. 지도자들은 많은 유소년 선수들을 육성하였고, 경험이 많기 때문에 같은 책상에 앉아 면담을 하게 되면 마치 부처님 손바닥 위에 서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솔직해지려고 합니다. 나의 부족함을 보여야 개선될 수 있는 방향이 보인다고 믿기 때문에 학부모 면담 시 바보 같은 질문도 과감히 하고, 아이의 성장을 위해 해주는 조언에도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학부모 면담은 지도자, 선수, 학부모가 모두 함께 합심하여 좋은 결실을 맺고자 하는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