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며, <예술을 보는 조금 다른 시선들>
나는 몇 편의 글을 쓰며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존재가 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더 많은 존재의 기쁨과 슬픔을 이해할 수 있는
나라는 존재가 기적임을 깨달았다.
우리 모두가 적어도 그 정도의 기적이라면,
우리는 그 기적의 힘을 어떻게 써야 할까.
인생은 살고 볼 일이다. 내가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놀랍다. 마치는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문득 스쳐지나간 의문.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내가 왜 이런 글을 쓰고 있는거야?'
사실 예전에는 내가 글을 쓸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서문에서 이야기했듯, 나는 그림 그리는 게 좋았고, 공부는 물론이오 글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미술관과 도서관을 전전하고 있다. 다음엔 대체 뭘 써야 하는 것인지, 어떤 전시나 책을 봐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러다 탈북민 예술가의 이야기를 들었고, 어린이 미술관 안에서 어색하게 서성거리기도 했다.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발견하며 자신을 되돌아보았고, 다른 이의 슬픔을 나의 일처럼 느꼈다. 글을 쓰며 더 넓어진 세계에는, 알지 못했던 어려움과 기쁨이 가득했다.
글을 쓰기 전의 나는 의심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잘 쓰리란 보장도 없었고, 뭘 써야 할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 망쳐버리진 않을까, 날 의심하는 사람들의 조롱거리만 되지 않을까 두려웠다. 하지만 절대 타협하지 않고 진심을 전하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켜야 했다. 어려움을 피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되뇌었다. 포기했다면 글을 쓰며 힘들 일도 없었겠지만, 창작의 기쁨이라는 작은 기적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의 다짐을 잊지 않으며 결국 글 8편(서문과 마치는 글까지 하면 10편)을 써냈다. 글을 쓰는 동안 많은 고민이 있었다. 쓰기 전에는 무엇에 대해 쓸지 고민했고, 전시나 책을 봐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주제와 관련해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어 혼란스러웠던 날들도 많았다. 사는 곳과 너무 멀리 떨어진 지역에 가야 한다거나, 가고 싶은 미술관이 오랫동안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독서나 답사가 끝나더라도 문제는 이어졌다. 창작은 언제나 고통스럽다. 익숙하지 않은 대상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발언을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또 어떤 글이라도 '어때요, 이 사람들 너무 불쌍하죠?'라는 식의 감정팔이가 되지 않게 조심했다. 쓰면서도 나에게 미성숙한 점이 많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찾아들으며 좀 더 열린 사고방식을 가지고자 노력했다. 부족하지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충실했고,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그럼에도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이걸로 내가 뭘 얻은 거지?
나를 항상 따라다닌 회의감을 견디며 고민한 뒤에 알게 되었다. 내가 우여곡절 끝에 글을 쓰면서 얻은 건 인내심과 세심함이었다. 물질적인 성과가 아니며, 또 스스로도 엄청나게 체감이 되는 종류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어쩌면 젊은 세대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인내심과 세심함, 배려심, 공존하는 마음이 아닐까.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시류에 휩쓸리기는 쉽다. 가만히 있으면 새로운 유행과 풍조가 들어선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장 어려운 일을 해야 한다. 어렵기 때문에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는 일이다,라고 최근 깨달았다. 모든 게 변할 것 같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 세상의 다양한 존재들을 받아들이고 세심하게 살피는 마음. 나의 생각을 실재하는 글로 만드는 창조적인 행위. 젊은 치기로 가득한 나는 글쓰기 덕분에 나 자신의 마음과 세상을 마주하는 태도를 갈고닦았다.
머리를 짜내 완성한 '글'이 대단한 성과를 가져온다고는 보장할 수 없다. 글 한 두 편으로 세상이 바뀌지도 않는다. 하지만 글을 쓰는 과정. 즉 글'쓰기'는 우리를 성장시키고, 세상의 작은 일부분인 우리를 바뀌게 한다. 나는 몇 편의 글을 쓰며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존재가 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더 많은 존재의 기쁨과 슬픔을 이해할 수 있는 나라는 존재가 기적임을 깨달았다. 우리 모두가 적어도 그 정도의'기적이라면, 우리는 그 기적의 힘을 어떻게 써야 할까.
짧은 여정이지만 즐거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북 <예술을 보는 조금 다른 시선들>의 정식 연재는 마무리하지만, 지금까지의 글을 다듬을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몇 편 올라올 테니 조금 더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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