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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연 Nov 24. 2024

인생에 감사할 게 없는데요?

감사를 삶에 녹여내는 법에 대해

희망이나 용기, 감사, 사랑의 가치가 특별한 누군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아주 평범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의 것이기를.





  매일 할 일을 계획하고, 일기를 쓰고, 자신의 목표를 점검하라는 말은 살아가며 흔히 듣는 ‘행복한 삶을 위한 조언’입니다. 계획과 기록, 꾸준함의 중요성은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책에서 이야기하는 습관 리스트를 따라 하며 자신만의 루틴을 만드는데 애썼습니다.


  그런데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의 방식을 이야기하는 책에서 알려주는 습관들 중 단 한 가지, 이해하기 어렵고 마음이 잘 가지 않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감사하라’였습니다.


감사가 뭔데?


  저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어쩐지  ‘감사하라’라는 말을 볼 때마다 어색함과 반항심을 느꼈습니다. ‘아니, 인생에 감사할 게 없는데…’, ‘감사해서 좋을 게 뭔데?’ 같은 생각들이 매번 머리를 맴돌았습니다. 감사하는 삶의 태도를 가지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은 그다지 와닿지 않았죠. 미친 듯이 도전하라, 절대 굽히지 말라, 매일 계획한 일을 달성해라… 같은 조언들은 뼛속까지 와닿는 기분이었지만. 우리에게 특히 감사하는 마음의 중요성이 와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감사가 ‘어색한’ 이유


  저는 특히 젊은 세대가 ‘감사하라’라는 말에 ‘튕겨 나가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생각을 해보니, 시간이 지나 지긋한 나이가 되면 명예나 지위를 내려놓고 한가로이,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부도, 사회적 지위도 명예도 갖추지 못한 젊은 세대는 현재에 감사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가져야 하는, 또 가지고 싶은 모든 것들이 먼 미래에 있다고 느낍니다. 내가 가진 것은 부족하거나, 또는 나는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런 경우 현재에 감사하는 마음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안일함이나 과도한 낙천주의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상당수가 무교인 한국의 젊은이들은 ‘감사’라는 말을 종교적으로 느끼기도 합니다. ‘나는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어’라고 실제로 말했을 때는 웃기기도 하고, 어쩐지 오글거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모두가 감사의 태도를 경시하더라도, 누군가는 허접한 낙천주의자의 안일함으로 치부하더라도, 자신만큼은 현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어쩌면 당신이 가진 감사의 습관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은 당신이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마음가짐을 질투하는 것일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감사하는 마음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책에서 아무리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들 내가 직접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저도 감사의 중요성을 질리도록 배었지만, 습관으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감사 일기를 한번 시도했을 때 도저히 적을 게 없다는 어색한 기분이 싫었습니다. 억지로 감사한 것을 찾는 제 모습이 기구하기까지 했습니다.


감사는 훈련이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은 제가 0에서 시작한 사람, 그리고 귀가 얇은(?) 사람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어떤 책이든 다들 감사하는 태도로 살아가라는데, 그럼 뭐 좋은 게 있겠지… 내가 지금 힘들어 죽겠어서 뭐라도 해봐야겠어!’ 정도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던 저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번 도전했습니다. 


  그동안의 실패와 게으름에서 배운 저는 하루에 감사하는 것을 (대부분의 책에서 권장하는) 서너 가지가 아닌, 딱 한 가지만 적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자 감사 일기를 조금은 편하게 쓸 수 있게 되었죠.


  감사하는 태도를 ‘훈련’ 하기 위해 감사 일기만 쓴 것은 아닙니다. 계속해서 책을 읽었고, 이동시간에 영어 공부를 하겠다며 들었던 팟캐스트에서 좋은 문장들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처음에는 머리를 쥐어짜 내도 감사할 거리를 생각하지 못하던 제가 사실 삶에서 얼마나 감사할 것들이 많은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감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대상은, 과거의 영광이나 미래에 올 행운이 아닌, 바로 ‘현재의 나’였죠.


현재에 감사하기


  감사의 태도를 배우며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나 자신을 긍정하게 된 것입니다. 감사하는 대상은 날이 거듭할수록 단순한 사물이나 사람이 아닌, 현재 나의 마음과 삶 자체로 변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매번 글을 쓰기 위해 고생한다는 사실은 불평불만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신세 한탄도 ‘감사의 렌즈’를 통해 본다면, 시작하기도 꾸준히 이어나가기도 어려운 창작을 포기하지 않는 제 끈기에 감사하게 되는 좋은 재료가 됩니다. 저는 제게 주어진 어려운 상황도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 만드는 ‘감사의 렌즈’가 얼마나 하루를 보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창작할 수 있는 제 창의력, 그리고 매일 감사 일기를 어떻게든 쓰려는 성실함까지, 이제 저는 많은 것에 감사하게 된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이나 사회가 저를 평가하는 방식에 감사하는 것이 아닌, ‘지금의 나 자신’에게 감사하는 것입니다. 무언가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아도, 대단한 선물과 호의를 받지 않아도, 우리의 삶을 있는 그대로 감사히 여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자신이 지나온 길, 자신의 능력을 믿게 되고,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걸음을 만들어냅니다. 


  아주 작은 감사의 습관은 큰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오늘 조금이라도 감사하고 긍정과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라면 내일도, 다음 주도, 다음 달도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지 않을까요.


마음의 역동성


  감사의 가치는 감사하는 태도를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얻게 되는 결실입니다. 감사는 훈련하고, 노력해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의 평화, 감사와 같은 마음 챙김이 정적이지 않고, 오히려 매우 역동적이라고 믿습니다.


  갑자기 큰돈이 굴러들어 왔을 때 감사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모든 일이 잘 되고 있을 때는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대단한 걸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 모든 게 힘들고 버겁다는 생각이 들어도 감사하는 마음을 놓지 않고 삶의 가치를 찾아내는 사람이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저는 결국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 매일 작은 감사를 실천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강한 힘을 가졌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런 삶의 태도는 태어나길 낙천적인 기질이어야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우리가 모두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생각합니다. 우리가 좋은 것을 얻을 ‘최적의 기회’만을 막연히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 제 위치가 어떻든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기를.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기뻐하고 평소에는 불평불만에 빠진 사람보다는 언제나 일상의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이나 용기, 감사, 사랑의 가치가 특별한 누군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아주 평범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의 것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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