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와 질투
지나치게 비교하는 습관은 결국 다른 사람에 대해 편협하게 이해하는,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비교는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좋지 않은 것이죠. 모든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고뇌하고 괴로워합니다.
한 순간에 사라지는 삶
명상 습관이나 자기 계발서를 달고 살면서 스스로 많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휴학의 시간 동안 같은 공부를 했던 동료가 조기 졸업한 사실을 알고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심지어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예쁘게 찍힌 졸업사진을 보니 그동안의 내 노력과 삶은 한순간에 잊어지는 느낌이었죠. 졸업하지 못한 나, 빨리 대학과정을 마치지 못한 나, 남들에게 칭찬받고 찬사 받지 못하는 나... 수많은 이미지들이 머릿속을 떠돌았습니다. 제가 열등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듯했습니다. "뭐 하러 휴학까지 해?"라고 말하던 사람들의 의심이 현실이 된 기분이었죠. 지인들은 그렇게 미친 듯이 노력하는 애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위로의 말이었지만 자존감이 한없이 낮아진 나는 ‘그럼 나는 노력하지도 않는 사람이라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열등감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질투와 열등감 같은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건 부끄럽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다들 말하고 표현하지 않을 뿐이죠.
거의 모든 세대가 그렇지만, 특히 지금의 젊은 사람들은 지인들 뿐만 아니라 SNS에서 마주하는 불특정 다수와도 자신을 비교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원하지 않아도’ 어쩌면 평생 만날 일도 없을 사람의 최고의 순간을 보면서, 자신이 놓인(또는 놓였던) 최악의 순간을 비교합니다.
비교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물론 비교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이나 성공한 사람의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고, 동기부여로 삼는 것은 좋은 변화이죠. 이런 경우 비교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안 좋은 법이라는 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비교가 '나쁜' 진짜 이유
그렇다면 지나친 비교가 '나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터넷을 보면 다른 이와 자신을 비교하고, 질투하면서 결국 그 사람과의 불화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저는 질투와 비교를 하고, 또 당하기도 하면서 비교의 ''진짜 문제'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나치게 비교하는 습관은 결국 다른 사람에 대해 편협하게 이해하는,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비교는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좋지 않은 것이죠. 모든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고뇌하고 괴로워합니다. 책을 많이 읽어보자니, 아무리 성공하고 부유하더라도 삶의 고통은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SNS 속 동경의 대상인 인플루언서들도 바쁜 와중에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야 하고, 날 선 댓글을 삭제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SNS에서 타인의 ‘최고의 순간’만을 보고, 마치 그 사람이 영원히 그 순간에 박제되어 있다고 여깁니다. 결국 자신의 끊임없는 고통과 어려움에 ‘영원한 최고의 순간’을 비교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아무리 행복한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SNS의 게시물은 ‘순간’에 불과합니다. 그 순간에 도달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그전과 후에 어떤 고통이 있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각자가 지니고 살아가는 고통과 사연을 모른 채 우리는 비교를 하면서 그 사람을 최고의 순간만에 멈춘, '편협한 이미지'로 만들어버립니다.
언젠가 동료가 저에게 ‘너는 하고 싶은 일도 정확하게 팍 떠오르고, 진짜 부럽다…’라며 몇 번이고 말한 일을 기억합니다. 동료는 ‘운이 좋게’ 좋아하는 일을 딱 생각해 낸 저의 삶을 질투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당황스러웠죠.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17년간 그림만이 전부였던 삶을 뿌리치고 새로운 꿈을 찾기 위해 수도 없이 책을 읽고, 배우고 고민했습니다. 지금도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올바른 방향인지 매일 기록하고 성찰합니다. 그런데 동료의 질투와 비교의 한마디는, 나를 아무런 고민 할 필요 없는 '팔자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제가 느낀 속상함과는 별개로, '그래, 내가 해왔던 질투와 비교도 타인을 얄팍하게 이해하는 도구였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타인과 비교하는 습관은 타인의 ‘좋은 모습’만을 뽑아냅니다. 그렇게 질투와 비교는 그 사람의 ‘안정과 행복’ 뒤에 숨겨진 노력과 고통을 감춰버립니다. 타인에 대한 실례이면서도 나 자신도 마음의 상처를 받는 셈이죠. 저의 예시는 실제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서 벌어진 일이지만, 오늘날 SNS의 게시물이나 카카오톡 프로필사진을 통해 타인의 상황을 멋대로 판단하는 경우 역시 흔합니다.
우리는 왜 비교하고 질투하는가
사실 질투하고 비교하는 사고방식은 단순히 우리의 마음이 약해서, 또는 우리가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닙니다. 저는 더욱 심각해지는 ‘비교 문화’가 극으로 치닫는 경쟁사회, 그리고 몇 개의 사진과 영상만으로 한 사람을 판단하게 만드는 SNS의 구조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타인과의 비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됩니다. 그 사람보다 내가 못나 보이는 순간 경쟁에서 졌다는 의미이고, 실존적인 위험으로 다가옵니다. 또한 인터넷 시대의 압도적인 정보량은 속에서 정보를 알아서 거르고 걸러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주의력을 잃습니다. 그래서 비교를 멈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꾸만 비교하는 자신을 너무 자책하지 않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의 문화가 우리를 서로 비교하고 경쟁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회가 우리에게 들이미는 것들 - 경쟁구도나 인스타그램 같은 기술들에서 잠시 거리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인스타그램을 최대한 쓰지 않고 책이나 아름다운 사진들에서 영감을 얻으려고 합니다. 자극적이고, 부러워할 만한 콘텐츠만 가져오는 SNS의 특성을 벗어나서, 현실을 보려고 합니다. 작은 종이쪼가리 하나에 몇십억에 팔린다는 인스타그램 뉴스 같은 걸 보지 말고, 실제로 미술관에 가서 작가들의 가치관과 예술의 의미를 몸소 느껴야 합니다. 우리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성공의 순간과 실패의 순간을 모두 알게 됩니다. 실제로 멋져 보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그런 성과를 내면서도 수많은 고민과 고통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SNS는 인생을 선택적으로 보여줍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최대한 사람을 ‘긁는’ 제목과 이미지를 이용합니다. 이런 문화에서 잠시 벗어나 사람들의 진짜 삶을 보고, 어려움과 행복 모두를 공감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순간적인 자극이 아니라 길고 꾸준한 성찰과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입니다.
'만들어진 열등함'
오랜 시간 생각하고 글로 다듬으며,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를 우리 사회가 가르치지 않는다는 걸 체감합니다. 학교에서는 역사 연표나 수학 공식을 외우게 하지만, 정작 학생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가르치지 않습니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인간의 만성적인 습관을 개선하는 방법,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고, 자신만 못나고 불행해 보인다면, 그것은 정말 당신이 못나거나 가치 없는 사람이라서가 아닙니다. 모든 일은 다양한 이유를 가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니 편협하게 만들어진 타인의 이미지에 가려진 당신의 '만들어진 열등함'이 아니라, 진정한 우리의 가치를 찾아내고 믿음을 가지는 삶을 갈아가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