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들deux맘 Aug 07. 2024

식은 커피

외부세계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E 남편

외부세계에서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고 집에 와서야 비로소 에너지를 얻는 I 아내


이런 나를 만나 10년 세월을 함께 하니 남편은 예의 바르고 지혜롭게 약속을 거절하는 법을 배웠다.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 약속에는 변함없이 그 자리를 빛내주고 에너지를 얻고 집에 돌아오는데..

10년째 약속이 끝나고 집에 올 때 가지고 오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다 식은 카페라떼'


아내가 좋아하는 라떼

아내를 주기 위해..

한 입도 마시지 않고 아껴 모신 다 식은 라떼

어떻게 지인들과 커피숍에 앉아 얘기할 동안 한 입도 마시지 않을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아, 남편에게는 쉬지 않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

원래도 말을 잘하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지인들의 "커피 좀 마시면서 얘기해 "라는 말이 나올 틈도 없을 정도로 쉴 새 없이 말한 게 아닐까? 재미있는 상상도 해본다.


몇 달 전 브런치를 시작할 때 즈음이었는데

그날도 여전히 남편은 환하게 웃으며 내 손에 건네줬다.

"여보!! 라테 가지고 왔지! 내일 아침에 라테 데워서 마셔!"

남편에게 브런치 '식은 커피'를 제목으로 글 하나 써야겠다 얘기하니 사람들이 지지리 궁상이라고 생각할 거라며 웃는다.

그도 그럴 것이

식은 커피를 집에서 받아 드는 내 입장에서도 '지인들과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굳이 거절하지 않는다.

식은 커피가 사랑을 표현하는 남편만의 방식이라면 평생 맘껏 표현해 주기를 바라본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을 확인해 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맛있는 음식을 보고 그  또는 그녀가 떠오른다면 100퍼센트다.


힘겨워도  오늘의 한마디


온 세상이 아니라 말해도 흔들림 없이 당신만의 사랑을 하라.

그것이 전부다. 

온 우주가 그 고귀한 사랑에 감격하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단숨에 읽어 내려간 소금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