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발길 닿은 도시,
장대비에 낯선 걸음 멈추고
맑은 찻잔 너머로
열린 하늘을 본다
기억은,
이야기는,
우리 사랑은,
차곡차곡 쌓이는 게 아니라서
이 비처럼, 너울처럼
커졌다 줄었다
몸집을 키우다 언젠가
희미하게 번져
아스라이 흩어지겠지
나 아직 길 잃은 건 아니지만
오늘 그대 여기 나타날 리 없겠지만
물 맺힌 창에 그대 모습 비치면
그 이름 한 글자라도 허공에 서리면
빗속을 달려 나가 곱게 맞아야지
우거진 녹음도
단정한 정원도 좋지만
우리, 가끔은
서툴게 젖은 그리움을 만나러 가자
그대 머물던 발끝에 맞춰
내 걸음 멈춘다
내 그리움 이미
그대 영혼에 주파수를 맞추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