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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솝 Oct 29. 2022

지금부터 관계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라 #3

관점3.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착각


| 관점3.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착각



결혼한 커플 중에 상대방이 나와 안 맞다며 계속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남편이 계속 술을 마셔서 속을 썩인다고 하고, 자꾸 집에 안 있고 밖으로 돌아다닌다며 불평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를 불행의 소용돌이에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그 사람이 나와 안 맞아서 힘들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 순간 이후로 당장 그런 생각을 멈춰야 한다. 사랑은 원래 내가 상대방에게 맞춰가는 것이다.


물론 내가 그 사람과 맞는지 안 맞는지는 정도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친한 친구들 중에서도 나와 더 맞는 친구가 있고, 덜 맞는 친구가 있다. 연애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나와 비교적 더 합이 맞는 상대방을 고르는 게 낫다. 다행히도 우리는 누구나 다 ‘더 맞는’ 상대방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바로 ‘썸’ 단계다.


썸을 타는 단계는 상대방이 내 연애 상대로 적합한지 서로를 탐색해보는 시기다. 어느 활동이든지, 사전 탐색 단계는 그 활동의 질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경제학에서도 ‘탐색적 실업’이라는 개념이 있다. 우리는 실업상태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할 때 끊임없이 각 일자리의 정보를 탐색한다. 일자리는 향후 우리의 커리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연봉, 위치, 조직문화, 성장 가능성 등을 따지며 신중히 접근한다. 경제학에서 이와 같은 탐색적 실업은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기간은 구직자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일 뿐 아니라, 결국엔 구직자와 일자리 간에 적합한 매칭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연애에서도 최선의 매칭을 도출하기 위해 썸 단계가 중요하다. 상대방이 나와 비슷한 정치적∙종교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상대방의 술주정이나 과거 이력은 어떠한지, 취미는 무엇이고, 주변에는 어떤 친구들이 있는지 등을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따라서 아직 연애를 시작하기 전이라면 썸을 타는 기간을 충분히 가지면 좋다.


썸 단계를 거친 후에는? 이제 오로지 상대방에게 맞추기만 하면 된다. 내가 상대방을 내 연애 상대로 선택했으니, 이제는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책임이란 상대방에게 맞는 사람으로 내가 변화해가는 것을 말한다.


상대방을 나에게 맞추려 하는 시도는 날 괴롭게 만들 뿐이다. 우리 자신이 그러하듯,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상대방 역시 바뀌지 않는다. 바뀌지 않는 상대방을 계속해서 바꾸려 하는 것은 본인만 힘들게 하는 행위이다. 오로지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다.


 ‘성숙한 사랑’의 관점에서 봐도 그렇다. 성숙한 사랑이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것이다. 대중 강연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하시는 법륜 스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우리는 산이나 바다를 그 자체로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는 산이나 바다가 우리에게 무엇을 더 해줘야 한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이것이 성숙한 사랑이다. 성숙한 사랑은 있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에 관한 고전인 『사랑의 기술』의 저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에 따르면, 성숙한 사랑이란 본디 전인격적(全人格的)인 과정이다. 그래서 성숙한 사랑을 하기 위해선 나의 모든 부분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누구와 만나 연애를 하든 상관없다는 걸 알게 된다.[i] 누구를 만나든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사람과의 사랑하는 과정에서 나의 전인격적 성장이기 때문이다.


나는 『5분 혼잣말』을 하는 과정에서 이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충분한 탐색기간을 거쳤다고 생각했는데도 생활패턴부터 성격까지 많은 부분에서 맞지 않아 힘들었다. 나도 처음엔 서로 잘 맞는 사람끼리 연애해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 잡혀 있었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한동안 우리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에 괴로워했다. 그리고 여자친구를 나에게 맞는 사람으로 강제하려고 했다. 그러나 <5분 혼잣말>을 시작한 뒤로 애초에 맞는 사람을 찾는 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요한 건 사랑하는 내 연인에게 맞는 사람으로 점차 변해가는 것이었다.


여러분도 혹시 ‘성숙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한 번이라도 꿈꾼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길 권한다. 오로지 나만 상대방에게 맞춰갈 뿐이다.




| 그럼에도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기 싫다면?


여러분이 이제 좀 다른 관점에서 <5분 혼잣말>을 볼 수 있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여러분이 관계 개선을 위해 단순히 노력해야 한다는 불편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여러 관점들을 제시했다. 이 관점들은 내가 <5분 혼잣말>을 시행하며 직접 깨달은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실제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히지 않고도,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관점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5분 혼잣말>을 하루도 안 빠지고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관점들이 여러분의 인식 변화에도 도움을 주었기를 희망한다.


그럼에도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기 싫다면? 그럼 어쩔 수 없다. 그건 여러분이 지금 여러분의 옆에 있는 그 사람을 그만큼 사랑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그냥 헤어져도 괜찮다. 그럼 여러분 중에는 “아니야 나는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해. 네가 뭘 알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러분은 그만큼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다.


만약 어머니가 자식을 충분히 보호하지 않는다면,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한다고 아무리 말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이 진실한 사랑이라고 감동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목숨을 다해 자신의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를 보면 우리는 그것이야말로 진실한 사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ii] 또한 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강아지를 확대하는 사람을 본다면, 우리는 그가 동물을 사랑한다고 믿지 않을 것이다.


즉, 행동만이 우리의 진정한 생각을 보여주는 유일한 지표다. 우리가 어떻게 말을 하는지는 전혀 중요치 않다. 말은 얼마든지 꾸며낼 수 있다. 누군가가 “나는 널 사랑해”라고 반복적으로 말하더라도 그 말은 그 무엇도 증명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날 정말 사랑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 행동이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하는 행동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나는 여자친구와 매일 다퉜어도 여자친구를 진심을 다해 사랑했다. 그렇기 때문에 『5분 혼잣말』을 통해 나 자신을 변화시켰다. 여러분은 옆에 있는 연인을 정말로 사랑하는가?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일 의향이 있는가? 아니, 그 사랑을 위해 하루에 단 5분만이라도 투자할 의향이 있는가? 하루에 5분도 투자할 의향이 없다면, 그 사랑은 포기하길 진심으로 권한다.




      

[참조 문헌]
[i]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문예출판사, p.87

[ii]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문예출판사,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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