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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독시책_  일인칭 독자 시점 책리뷰

나와 당신 ‘사이의 물리력’으로 관계의 우주를 탐구하다

by 하다 Mar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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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당신, 우리 ‘사이의 물리력’으로 관계의 우주를 탐구하는 책,

림태주 작가의 관계의 물리학      



    

「행복은 창고 안에 무언가를 가득 채워 넣는 일이 아니라 내가 창고의 열쇠를 갖는 일이다.」 _본문 중에서



          

책을 읽고 기록할 때마다 어떤 문장으로 앞머리를 장식할지 늘 고민한다. 고민할 것도 없이 이 문장이야! 하고 똑 떨어지는 책도 있고, 시작부터 끝까지 도무지 갖다 쓸 문장 없이 예사로운 글로만 채워진 책도 있기 마련이다. 가끔은 오늘 같은 이유로 고민하게 된다. ≪관계의 물리학≫은 두세 페이지마다 플래그를 붙이느라 바쁠 만큼 곱고 반작반작 윤나는 문장이 가득했다. 문득 시인의 문장은 저절로 태어난 것일까, 아니면 오랜 시간 가슴을 쓸고 지나간 고민의 흔적일까 궁금해진다.          



림태주 작가의 사가이자 작업실인 ‘시인서가’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다. 다정한 눈빛을 나누며 이야기 나누길 좋아하는 분이었다.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미리 준비한 듯 센스있는 유머로 상대의 긴장을 무장해제 시키는 매력을 가진, 부드러움 속에 단단함을 품은 사람. 그의 글을 읽는 내내, 마치 직접 이야기를 듣는 듯했다. 어쩌면 글이란, 결국 그 사람을 닮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와 당신, 우리 ‘사이의 물리력’으로 관계의 우주를 탐구하는 책, 림태주 작가의 『관계의 물리학』 – 독서뉴스 (Book News)



나는 새로운 시선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 나보다 경험이 많은 누군가의 일화를 듣는 걸 좋아한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마치 그런 시간처럼 느껴져 좋았다. 상상해 보자면, 붉게 물든 서해를 바라보며 허름한 주막에 앉아 있다. 낡은 나무 테이블 위에 반쯤 비워진 맥주잔(분위기상 소주가 어울리겠지만, 난 소주는 질색이니까), 너털웃음을 짓는 다정한 인생 선배에게 삶의 비밀을 하나씩 듣는 기분이랄까?     

인생에서 관계를 빼고 나면 무엇이 남을지 한 번에 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생은 관계의 연속이다. 어쩌면 그래서 인생이 힘든 건지도 모르겠다. 관계를 잘 맺고 끊는 일은 사람들이 목매달고 사는 ‘성공’에 버금갈 만큼 힘든 일이니 말이다.     



림태주 작가는 ≪관계의 물리학≫에서 관계 속에 힘의 작용, 상호작용, 균형을 물리학의 법칙을 빗대어 설명한다. 관계의 물리학이라니 혹여 글이 어렵거나 딱딱한 느낌일까 하는 걱정은 접어도 좋다. 관계에서 생기는 그 오묘한 감정의 복잡성까지도 인간애와 인간미를 머금은 문장으로 독자에게 곰살맞게 다가온다. ≪관계의 물리학≫은 심리와 물리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주는 에세이다.     




「우리는 항상 편안하고 자애로울 수는 없다. 좋은 사이란 반복되는 일종의 연습으로 유지된다. 성급한 사람들이 반복의 과정을 생략하고 편안하고 자애로울 거라고 생각되는 성격을 찾아 나선다. 아니다. 정확하게는 성격 차이가 아니라 연습의 양 차이다.」 _19 <관계의 본질> 중에서     




놀라운 통찰이다. 물론 성격 좋은 사람이 있겠지만, 성격 좋은 사람에게도 참는 데 한계란 게 있다. 각자가 좋은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부지런하고 매사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관계에도 성실한 게 아닌가 싶다. 나는 그만큼의 여력이 달려 다소 좁은 관계에 집중하나 보다. 결코,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말은 말이 지닌 고유한 빛깔대로 흡수되지 않는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심상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물든다. 말의 화살은 쏜 사람에게는 흔적이 없지만, 과녁에 선명한 자국을 남긴다. 때로 어떤 말은 하는 자가 아니라 듣는 자의 소유가 된다.」 _79 <말의 색채> 중에서     




같은 ‘사랑해’란 말에 누군가는 행복으로 물들고, 다른 누군가는 집착에 대한 두려움으로 물들고, 또 다른 누군가는 원하지 않아 부담으로 물들기도 할 것이다. 더없이 좋은 말 ‘사랑해’도 이러한데 증오의 말은 상대를 어떻게 물들일까? 저자는 이렇게 당부한다.    




“어떤 사람의 심장에 보관된 말은 소멸시효가 없다.” 그러니 “당신의 행성에 무슨 씨앗을 퍼트릴지는 당신이 입안에 넣고 다니는 혀에 달렸다.”(80) 고.     



「모든 게 처음이고 서툴렀던 젊은 날, 힘겹고 두렵지 않은 관계가 어디 있으랴. 이 글들은 젊은 날의 나를 위로하기 위해 내가 나에게 내는 길인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인생에 관계의 힘듦이 찾아왔을 때, 나의 이야기들이 조금은 쓸모가 있었으면 좋겠다.」 _프롤로그 중에서     



브런치 글 이미지 1



저자는 서로의 마음에 난 길이 관계라고 말한다. 지금 나는 누구의 마음에 어떤 길을 내고 있을까? 길이 어긋나 헤매고 있지는 않은가? 안 맞는 길에 들어서 힘들어하고 있지 않은가? 서로에게 닿을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싶은 분, 맞지 않는 길에서 돌아서고 싶은 분께 이 책을 슬며시 내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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