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를 안다는 것은.

by 연꽃 바람

우리가 알고 있는 것 가운데 다른 사람에게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요?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그가 납득 했을 때 우리는 어떤 것에 관해 진정 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알고 있는 것 같은 어렴풋한 느낌은 다른 사람에게 그 앎이 온전히 전달되어 그 사람의 앎이 되었을 때 비소로 확신으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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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많은 자극들의 대부분은 순간 느껴졌다가 사라집니다. 그 가운데 장기 기억화 되어 앎의 영역으로 '연결'되는 자극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뇌과학자들은 감각과 기억은 '시냅스'라는 연결체제라고 말합니다. 연결이 많이 될수록 감각은 정교화되고 자극에서 '앎'의 영역으로 꾹 눌러쓴 진한 글씨처럼 뇌에 기록됩니다.


인간은 뇌에 눌러 쓰여진 앎을 언어라는 도구를 통해 표현합니다. 우리가 가진 언어 가운데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을 표현하는 낱말들이 무엇인지 떠올려 봅니다. 시각을 표현하는 어휘가 가장 풍부한 것 같습니다. 다른 감각들을 표현하는 낱말들도 시각에 의존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죽음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관용 표현이 '눈을 감다'인 것도 인간에게 '본다'는 것이 앎과 삶의 큰 부분임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요.


후각이나 미각은 표현할 말이 부족해서 그런지 더 간절하게 기억하고 싶어집니다. 한 번의 경험으로는 기억하기 어렵고, 반복된 경험이라도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후각과 미각의 기억들.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그를 납득시킬 표현은 없지만 분명히 '기억'하고 '알고' 있는 후각과 미각의 앎. 이를테면 엄마의 냄새 같은 것.


어떻게 내 머릿속에 기억되고 '앎'의 영역으로 넘어갔는지 모르지만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이 냄새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납득시킬 수 없지만 그 냄새는 나의 앎의 '확신' 영역에 들어 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맡았던 첫 냄새였을 것이고 태어나기 전에는 하나의 몸에 깃든 두 생명이었습니다. 독립을 하기 전까지 매일 맡았던 냄새이고 코를 킁킁거리지 않더라도 삶의 모든 공간에 깃든 냄새였습니다. 지금껏 많은 냄새들을 맡아왔지만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냄새가 없는 고유의 냄새이기도 합니다.


엄마의 냄새에는 한여름 가벼운 바람에도 먼지가 흩날릴 듯한 마른 흙 위에 소나기가 내릴 때 피어 오르는 풍부한 흙 냄새가 섞여 있습니다. 엄마에게는 흙 냄새와 달큼한 젓 냄새가 섞여 있었습니다. 젖을 뗀 지 한참이 지났는데 젖 냄새가 나는 걸 보면 엄마의 몸과 얼굴과 함께 그 냄새가 저장이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리듯, 엄마를 보면 그 냄새가 저절로 떠올랐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를 만날 수 없는 지금도 엄마를 생각하면 그 냄새가 떠오릅니다.


언제까지 기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다시는 맡을 수 없는 냄새를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다시 재연될 수 없는 냄새를 기억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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