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왜 사회 운동가가 되는가?

세상 밖 수많은 '너'들을 향한 엄마의 외침

by 연꽃 바람

아이가 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걸까 싶은 진지한 말들도 있고, 사랑이 가득 담겨 있어 따뜻하고 과분한 말들도 있고, 온몸으로 미움을 담아 하는 말들도 있습니다.


그 말들을 떠올려 보려고 하는데 역시나 걱정했던 대로 그 찰나의 말들은 내 마음에 흔적만 남기고 흩어졌나 봅니다. 놓칠까, 잊어버릴까 두려울 만큼 머리를 쿵 치던 통찰의 말들도 있었는데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이의 말들처럼 지금 이 모습도 깊이 간직하고 싶은 이 찰나도 떠오르지 않게 되겠죠. 그래도 아이의 지금이 과거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될 만큼 소중하고 좋다는 것에 안도합니다. 아마 나중의 아이 모습도 오늘을 그리워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그대로 멋질 거라 기대하며 저의 빈약한 기억력에 대한 걱정을 접습니다.


“엄마한테 미움이 달렸어.”

“진지하게 말하지 말고 친절하게 말해줘.”

“그렇게 하면 진짜 어른이 될 수 없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어.”

“자자코야코야방으로 가자.”

“엄마가 이 세상에 없었으면 좋겠어.”

“엄마는 제일 소중한 내 친구야.”


제가 좋아하는 것은 아이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아이와 함께 할 때 제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 사람으로부터 무한한 사랑과 신뢰를 받고, 때로는 나의 사랑이 부족해서 세상 전체를 부정하고 싶을 만큼 있는 미움의 말을 쏟아내야만 하는 존재가 된 제가 좋습니다. 그리고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온 몸과 마음으로 사랑을 쏟아 붓고 있는 제가 좋습니다. 아이를 안고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그저 이 생명이 지금 펄떡거리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는 짜릿한 순간을 사는 제가 좋습니다. 원 없이 내가 아닌 타인의 행복과 성장을 기원하고 걱정하는 한없이 이타적인 제가 참 좋습니다. 인류애가 솟아나고 세계의 평화라는 거대한 담론들이 이 아이와 관련 있는 너무 가까운 문제라는 생각이 들며 인식의 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의 제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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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엄마들이 왜 사회 운동을 하게 되는지 이해가 갑니다. 사회는 이 생명이 살아갈 터전입니다. 그 터전을 만든 것은 구세대이며, 요즘 아이들이 가지는 구세대에 대한 혐오와 미래에 대한 자포자기는 구세대의 책입니다. 그러니 구세대의 일원으로서 조금이라도 세상이 나아지길 바라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저 허공에 흩어지는 목소리로 끝나지 않으려면 바른 방향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고 그것에 공감한다면 연대해야 합니다. 그런 행동들이 생활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만큼 늘 일어나야 합니다. 옳은 일은 하는데 옳지 않은 일을 할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하다면 불공정하고 부조리한 사회입니다.


옳은 일은 상식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장벽이나 걸림돌 없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보여지고 말로 전해져야 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나 타인을 도구화하며 교묘하게 포장된 옳지 않은 말들을 하는 사람들은 조용히 입을 닫아야 합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마틴 부버가 말했던 타자화, 소외의 문제를 절절히 고민하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부당하게 타자화 되어 온 여성, 노동자, 어린이의 문제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그저 '나'로 살아왔던 존재 속으로 '너'라는 생명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너'는 도저히 타자화 될 수 없는 '나'로부터 소외될 수 없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소중한 하나의 ‘너’가 생기고 나니 세상에 많은 '너'들이 보입니다. 나의 소중한 아이도 그들 속에서는 '너'이므로 '나' 밖의 수많은 '너'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모든 ‘너’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곳에서 나의 소중한 ‘너’ 역시도 안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엄마는 다시 한번 사회를 향해 ‘너’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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