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놀다 가자."
"이제 진짜 가야 돼."
"딱 10분만 더 놀자."
"10분 전에도 그 얘기했잖아."
"이번엔 진짜야."
"더 늦으면 주차 할 데도 없어."
매번 반복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돌림노래가 계속되는 동안 화가 쌓이고 결국 폭발하여 아이의 눈에 서러운 눈물이 맺히고 나서야 밤늦게 집으로 향했습니다. 온갖 서러움을 가득 담은 눈으로 달래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읽었지만 제 안의 화도 만만치 않은 터라 차 안에는 어색한 침묵이 흐릅니다.
그러다 빨간 신호등 앞에서 달을 보았습니다. 아이의 웃는 눈매를 볼 때마다 떠올렸던 초승달입니다. 빨간 신호등 위에 오늘은 웃는 입매를 닮은 달이 떴습니다.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 사진을 찍습니다. 조용한 차 안에서 들리는 난데없는 찰칵 소리에 아이가 고개를 듭니다. 뒷자리에서 잘 보이지 않는지 고개를 쑥 내밀고 카메라에 담긴 피사체가 무엇인지 찾는 듯합니다.
"뭐야, 빨간 신호등이 뭐, 그런 걸 왜 찍어?"
"빨간 신호등 아니고 좀 더 위를 봐."
"뭐, 그냥 깜깜하기만 하네."
"깜깜한 거 말고 밝고 예쁜 거 찍었지."
"밝고 예쁜 거? 그게 뭔데?"
"바로바로 달님!"
달님을 핑계로 괜스레 목소리 톤을 높여 아이를 향해 웃어 봅니다. 매번 이 싸움은 엄마가 지는 싸움입니다. 왜냐하면 아이는 이미 다투고 마음 상했던 일을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없는 싸움은 계속될 수가 없습니다. 백기를 든 적도 없건만 싸움 자체를 금세 잊어버리는 아이가 어이없이 귀여워서 전의를 상실한 엄마는 실격패, 아이는 부전승!
그나저나 달빛보다 신호등 빛이 더 눈을 찌르듯 밝은 데 어째서 달은 가슴을 가득 채우는지! 아마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멋지고 똑똑하고 재치 있는 아이들이 많지만 그래도 내 눈엔 초승달처럼 가슴을 채우는 아이는 하나뿐인 것과 같은 이유겠지요. 차고 기울며 변화무쌍하지만 그래도 항상 존재하며 언제나 '빛'이 되는 달처럼, 아이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존재하므로 사랑합니다.
달님의 짝꿍은 별님입니다. 아마 사람들이 만든 온갖 달콤한 것들, 예쁜 것들의 단골 패턴으로 등장하는 것이 '별'일 것 같습니다. 실제 별이 저런 모습은 아니지만 우리 마음속의 별은 다섯 개의 팔을 안정적으로 뻗어 좌우대칭인 모습입니다.
어렸을 때 별을 예쁘게 그리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그릴 때 트리 맨 위에 별을 완벽하게 그리고 싶어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겨우 그렸던 일, 과학의 날 단골 주제인 미래의 우주 모습을 그릴 때도 까만 우주에 균형이 잡힌 별을 그려 넣고 싶어 애썼던 일들이 생각납니다.
저를 닮았는지 집에서 달고나를 만들 때 아이는 주저 없이 별 모양을 고릅니다. 하트, 네모, 곰, 토끼, 스페이드 등의 무늬가 많지만 '별'을 골랐습니다. 아마 어렸을 때 저였어도 별을 골랐을 것 같습니다. 가지고 싶은 것, 온전히 모양을 내고 싶은 것이 별이기 때문입니다. 별의 다섯 개의 팔이 쪼개짐 없이 활짝 펼쳐질 때 그 기쁨은 지난날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완전한 별에 대한 꿈을 이루지 못했던 어린 날의 나에게 주는 선물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달고나는 쉽지 않더군요. 집에서 달고나를 만들기도 쉽지 않아 겨우 세 개의 별을 온전하게 찍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별 모양을 달고나로부터 온전히 따내는 것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아이와 두 번의 실패를 한 끝에 마지막 하나는 그냥 별을 따지 말고 뱃속에 넣는 것으로 합의를 봅니다. 실패하지 않음으로 성공이라 치는 정신 승리... 뱃속에서 별이 됐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