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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리다 Oct 14. 2023

황화 코스모스

체다치즈빛 들판

완연한 가을입니다.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은 산책하기 최상의 날씨를 선물하는 요즘이네요. 요즘 이곳저곳에서 가을꽃들이 한창 피어나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에 친구와 근처에 있는 경관단지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는 올림픽공원 들꽃마루에서 보았지만 올 해는 집 근처에서 보았네요.

 주말과 휴일 낮에는 워낙 사람이 많아서

오전에 친구와 일찍 서둘러보았습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정말 아침운동을 하시는 동네 몇 분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인적이 드물었습니다.

꽃들도 아직 아침 이슬이 채 마르지 않았던 잎들을 조금씩 펴며 햇님을 맞이하는 모습이었어요.

맑은가을 하늘아래 황금색 꽃잎들: by 꿈그리다

아침햇살이 조금씩 퍼지자 꽃봉오리들이

잠을 깨고 나온 듯이 쭉쭉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켭니다.

너른  밭에 짙은 노랑의 코스모스가 한가득입니다.

모두 같은 색 같은 모양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모양도 색도 다르네요.

끝자락이 유난히 짙은 오렌지빛깔의 꽃잎도 있고,

꿀단지를 뒤집어쓴 것처럼 노란빛이 드는 꽃잎도 있어요. 어떤 꽃잎은 체다치즈로 코팅해 놓은 것마냥 먹음직스러운 색입니다.

다양한 얼굴의 황화코스모스 : by 꿈그리다

자세히 좀 더 들여다보면 꽃잎 끝자락 디테일도 매우 다르답니다. 나름의 규칙적인 패턴을 그리면서 다름을 보여주는 신비로움이 있어요.

꽃잎 하나씩 눈 맞추고 인사하고 나니, 큰 길이 펼쳐져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굽어진 길

직선으로 뻥! 뚫려 있다면, 끝에 만날 수 있는 것들을 짐작할 수 있을 테지만 이처럼 커브를 틀어야 가는 길은 그 끝이 통 보이지 않아요. 두근두근 설레임 그리고 약간의 망설임 등 갈까 말까 하는 마음도 들지요.

 잠시 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봅니다.

심호흡을 깊게 하고 파란 하늘을 보며 꽃길을 거닐 결심을 하고는 '타박타박' 한 발 두 발 내딛습니다.

햇살이 강해지면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들의 그림자들이 한들한들 춤추는 모습도 볼 수 있어요.

길 끝자락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 by 꿈그리다

황톳길을 걸으며, 나지막하게 피어난 미국쑥부쟁이도 만나고요. 알을 낳는 건지 쉬는 중인지 모를 노란 나비도 만나고요.

예쁜 꽃들에 취해 넋을 놓고 있을 무렵에는

 길가에 서 있는 벚나무에서 마지막 잎을 열심히 먹고 있는 작은 애벌레도 만났지요.

 내년을 준비하는 중일까요? 앙상한 나뭇가지의 끝자락에 아슬아슬하게 달려있는 잎을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길을 걷다 보니 은색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억새들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억새풀들은 금방 샴푸 한 것 같이

 눈부신 잎가락을 바람에 나부낍니다.

황화코스모스가 가득했던 황톳길 끝자락에 다다르니 문명에 도달하듯

 아스팔트 길이 나옵니다.

후훗! 가을의 기분 좋은 꿈을 꾼 것만 같아요. 코스모스 사잇길을 벗어났는데 꽃송이 하나가 길 가운데에 덩그라니 떨어져 있었어요. 아직 물기가 촉촉한 것이 누군가 따고 흘린 것인지 버린 것인지 왜 하필 뜨거운 아스팔트에 떨군 걸까요.

살며시 집어서 흙길에 다시 놓아줬습니다.

다시 흙으로 돌아가길 바라며.

잘가 꽃잎아:by 꿈그리다

 종종 많은 분들이 황화코스모스와 금계국을 혼동하셔요. 금계국은 봄 5월에 그리고 황화코스모스는 가을 9월부터 볼 수 있어요. 그리고 금계국의 색이 병아리빛깔이라면 황화 코스모스는 감귤색이라 해야 할까요? 보다 짙은 색입니다. (제 눈에는 체다치즈색이요. ㅎㅎ)

꽃잎이 하늘을 향해 솟은 모양이 황화코스모스

그리고 평평하고 납작한 모양이 금계국입니다.

꽃술도 다르지요?

황화코스모스 :by 꿈그리다
금계국 :by 꿈그리다
늘 자연에서 성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하고 살아가는 꽃, 나무, 곤충들이 있어

사계절도 변함없이 제게 찾아옵니다.

올 가을도 예쁘게 찾아온 황화 코스모스가

너무도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글.사진 : 꿈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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