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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아이들

아시나요?

(내 개인적인 경험에서 본 일부 아이들의 이야기다.)


난 돌봄 교실, 시립 도서관, 지역아동센터, 작은 도서관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왔다.

올해부터 늘봄교실 수업을 맡게 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첫 수업을 기다렸다.


그러나, 첫날 폭격을 맞고 휘청했다.


2학년이었다.

10명 아이 중 4~5명이 휘젓고 돌아다닌다. 신나서 깔깔거리며 고성으로 이야기한다. 잠시를 가만있지 못한다. 뒤로 나가더니 책장 선반 위로 올라가느라 낑낑거린다. 자리에 앉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유독 정서적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모인 걸까? 이 정도로 산만한 아이들은 처음이다.

15분을 집중할 수 없는 나이라고 하기에는 아예 1분도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지 못한다. 교실에서 의당 지켜야 할 자세를 교육받지 못한 걸까, 담임 선생님이 아니라 만만해서일까?

이상하다. 모두 남자아이들이다.


다음 날은 일 학년 교실이다. 아이코, 더하다.

갓 입학한 초등학교 일 학년 아이들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럽고 산만하고 몸을 가만 두지 못한다.

학교 가기 무서워요 하며 엄마 치맛자락을 붙잡고 울먹이는 수줍고 귀여운 병아리를 상상했던 나는 모로 누울 지경이다.

책상 위로 올라가서 앉거나 의자에 아예 눕는다. 열여섯 명 중 서너 명이 이 북새통이다.

수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기 원하는 말을 쉴 새 없이 떠든다. 벌떡 일어나 돌아다닌다. 심지어 뒤로 돌아 뒷자리 아이와 이야기한다. 별별 방법으로 집중을 시켜 보지만 5초를 지속하지 못한다. 마이동풍에 벽창호다. 소수가 다수를 압도한다.

막 입학한 일학년이다. 그런 아이들이 하필 모두 남자아이들이다.


조용하게 앉아있는 아이들이 애처롭다. 주로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 몇 명이다.

수업 중 계속 떠드는 아이들을 달래고 집중시키느라 맥이 끊긴다. 그 피해는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어느 초등교사가 너튜브에 게스트로 나와 이야기했던 것이 생각난다.

요즘 교실에서 인사를 하는 아이가 거의 없다고. 놀랍다.

자신도 초등학생 아이를 기르는 부모인데 자기를 돌보게 되었다고 한다. 사연은 이렇다.

아이가 영어 학원 레벨 테스트를 받기 위해 최소 외워야 할 단어 몇 개를 부지런히 외우게 하며 엘리베이터를 탔단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웃 할아버지가 "어디 가냐, 잘 생겼구나." 하는 데 자기가 얼른 아이를 가로막으며 대신 대답했다고 한다. "예, 예."

그리곤 내려서 아이에게 "너 단어 안 잊어버렸어? 기억나?" 조바심을 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말 시켜서 단어 잊어버렸을까 봐 짜증 나고 안절부절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며칠 후 생각이 나더란다.

이웃 할아버지에게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시간마저 귀찮고 짜증 나 얄짤없이 잘라낸 자신을 돌아보았다고 한다.








중학생 교실도 떠들고 잡담은 대단하다. 한두 명이 조용하지  다수의 몇 명이 주동이 되어 킬킬거리며 소란스럽다. 놀라운 것은 떠들고 잡담하는 아이들에게 너희가 너무 떠들어서 선생님이 수업하기 힘들다고 하니, 오히려 놀라면서 "우리가요? 아무 말 안 했는데요?“ 한다.

잉? 내가 헛것을 본 거니? 너희들의 떠든다는 단어 의미가 다른 거니?

공교롭게도 여기도 남자아이들이 그렇다.



내가 수업하는 초중등 교실에서 남학생의 80%가 교실에서 지켜야 할 자세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여학생의 10%가 또한 그랬다.(내 경험)


요즘 아이들에게 교실은 자기 마음대로 놀고 떠들고 자는 곳일까?


겨우 초등  1, 2 학년 아이들이 수업 중 그 '난리통'을 부리는 것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걸까?

어른에 대한, 선생님에 대한 어려움이 없어서? 아무도 어린아이에게 훈육을 하면 안 되는 사회분위기 때문일까?

사회와 공공장소에서의 지켜야 할 예절과 의무, 질서, 조금 더 나아가 시민의식은 어디서 배우고 언제부터 가르쳐야 할까?


특히 초등학생 수업을 재미있게 한다고 자부심이 있던 나였지만, 여지없이 비에 젖은 볏단처럼 무너졌다.


그다음 주 마음을 단단히 다잡고 아이들을 만났다.

역시 떠들고 소리 지르는 아이들을 향해 엄숙한 얼굴로 비장의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겨우 일 학년, 이학년 아이들이다.

알아듣거나 말거나.


"여러분, 여기가 학교예요? 놀이터예요?"

"학교요."

"여기가 교실이에요? 운동장이에요?"

"교실이요."

"그런데 여러분 행동은 운동장이나 놀이 공원에 간 것 같아요."


"여기 왜 왔어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근엄하고 엄중한 톤으로 말했다.



"배우러 온 거예요!"
"여러분은 학교에 배우러 왔어요. 배워서 어른이 되기 위해 왔어요. 그럼 여기서 책상 위에 올라가서 누우면 되겠어요?"
"이제 여러분은 아기가 아니에요. 유치원 어린이도 아니에요. 학생이에요. 초등학생은 교실에서 40분 동안 공부해야 해요."
.......
한참을 피를 토하는 심경으로, 앞으로 올바르게 배우고 자라야 하는 아이들이 너무 안타까워  읍소했다.


웬일? 조용하다. 얼굴빛이 달라졌다.

헉, 이 정도에 너네들이 알아들은 거야? 그런 거야?


그날 수업은 성공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5분 남기고 다시 소요가 일기 시작했으나 눈감아 주었다.


이제 내일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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