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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덕 Mar 15. 2022

 [종덕글귀] 스물다섯 스물하나

그땐 알지 못했고, 지금은 돌아갈 수 없어 그리운 것

 요즘 스물다섯 스물하나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나 또한 다시보기를 열심히 챙겨보면서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 중 하나이다. 이 드라마의 인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때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었던 감정과 분위기들이 잘 표현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느꼈었고, 혹은 느낀 것 같은 그 느낌. 물론 내가 김태리가 아니었고, 상대는 남주혁이 아니었지만. 그때 내가 열망했던 꿈, 사랑했던 사람들, 처음 겪어보는 좌절들... 가장 많은 감정들을 처음 겪게 되는 시기, 나의 10대와 스물다섯 스물하나.


 나는 이 드라마도 좋아하지만, 이 드라마를 좋아하기 훨씬 전부터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노래를 좋아했다. 그래도 드라마는 밝은 청춘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춘 느낌인데, 이 노래는 그 시절의 눈부심에 눈이 아플 지경이라 슬픈 느낌이다. 사실 지금 내 나이가 그 노래를 온전히 이해할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물다섯과 몇 살 차이 나지 않으니까. 아직도 나는 한창 '청춘'이라는 단어 속에 살 수 있는 나이니까. 그래도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제 나도 어렴풋이 알 것 같기 때문이다. 그땐 알지 못했고, 지금은 돌아갈 수 없어 그리운 것.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등장인물인 나희도와 백이진, 그들이 서로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이런 폭풍 같은 감정을 겪게 해 준 첫 사람, 첫사랑이기 때문이다. 한창 나의 꿈을 찾아 신나 있던 시절, 그 꿈을 아무 대가 없이 누구보다 응원해준 사람. 처음으로 좌절을 맛보고 나의 모든 꿈이 사라져 버린 것 같았던 시절, 그럼에도 나를 가장 응원해준 사람. 그때는 그런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지 못한다. 이유 없이 응원한다는 게, 갈수록 그런 사람을 얼마나 만나기 어려워지는지 알지 못한다. 그때는 그저 나의 온 마음을 다 해 그 사람과 함께 기뻐했고, 슬퍼했고, 그래서 더 예뻤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사랑을 끝내지 못하는 게 아니고, 그 시절의 내 모습을 잊지 못하는 것 말이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히 풋사랑 같은 첫사랑보다 훨씬 더 깊은 사랑을 하게 될 거고, 더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너무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는, 사랑뿐 아니라 나의 위치, 인간관계, 미래 등 그때보다 훨씬 많은 걱정을 안고 사랑해야 한다. 분명 첫사랑의 깨끗한 계곡물 같은 사랑은 아닐지 몰라도, 더 넓고 깊은 바다 같은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희도의 엄마를 봐도 알 수 있다. 나희도의 엄마가 백이진보다 나희도를 덜 사랑하기 때문에 매정한 걸까? 나는 엄마가 백이진보다 나희도를 훨씬 더 사랑하면 사랑했지, 덜하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 많은 세월을 경험해버린 엄마이기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 티를 낼 수 없는 위치, 훨씬 더 많은 몫을 가지고 있는 걱정들, 지켜야 하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사람은 솔직해지지 못한다. 물론 희도의 엄마도 잘못된 표현방법이긴 하지만. (오은영 박사님께 혼날 준비..)


 '처음'이기에 알 수 없었던 것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미를 깨닫게 되어 그리울 것이고, 그 의미를 깨닫는 순간 그 '처음'의 것들은 다시는 느낄 수 없다. 그래서 더 마음 아프고 아름다운 나의 스물다섯과 스물하나를 간직하면서, 계속해서 어른이 되는 내가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가끔은, 이런저런 걱정을 늘어놓기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대가 없이 응원을 보낼 수 있는 어른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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