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가장 젊은 순간이 아닌가
22살 당시, 지금까지 버텨온 전공을 포기하고 새롭게 다른 전공을 시작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고 느꼈다.
1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22살에 무엇을 도전했든 잘 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2살의 나는 '30살이 되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 연봉, 어느 정도의 재산이 있어야지'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면 30살에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어렵겠다는 섣부른 판단을 내렸다. 30살이 넘은 지금은 30살이나 32살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그 당시 22살이었던 나에겐 나이 1~2살 차이도 크게 다가왔다.
직업을 바꿀 수 있는 적절한 나이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했다.
내 인생에, 또는 직업에 변화를 줄 때, 사회적인 시선을 고려하지 않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내가 연구소를 그만두고 호주에서 요리 공부를 시작한 나이는 27살 후반이었다. 그 당시 입학식에서 만난 친구들 중에서는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학생들도 많았다. 그때 난 티를 내진 못했지만 마음속 깊숙이 그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었다. 같이 수업을 들으며, 그 나이가 많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이가 많아 보이던 친구들은 은행원, 간호사, IT 업계 전문가로 오랜 기간 일하다가 요식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는 이미 자신의 레스토랑이 있지만 조금 더 요식업 운영과 요리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입학한 친구들도 있었다. 이들은 물론 어린 친구들에 비해 특정 부분에 대해서는 배우고 습득하는 것이 느릴 수 있지만 나이가 새로운 걸 도전하는 것에 문제가 되어 보이지 않았다.
그때부터 무언가 배우고 도전하는 것에 대한 나의 오래된 가치관이 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호텔에서 일했을 때 만난 5성급 호텔의 F&B 디렉터는 40~50대였지만 사이버 보안을 공부하며 이직을 준비하고 계셨고 출산 후 일을 그만뒀다가 새로운 전공을 공부한 후 취직한 회계팀 신입 아주머니도 계셨다. 이처럼 호주 생활을 하며 많은 사람들이 현재 하고 있는 직업과 다른 공부를 병행하며 이직을 준비하는 걸 쉽게 볼 수 있었고 이런 사회적 환경에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한국에서는 나이를 아예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문화와 사회가 다른 두 곳을 같은 기준점으로 비교할 순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내가 한국에 있었더라면 절대 지금처럼 나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보는 건 어떨까? 나이 때문에 고민 중이라면 조금 용기가 생길 것이다.
지금 같은 일을 하며 안정적인 3년을 보낸 나 VS 새로운 일을 도전, 공부, 적응하며 3년을 힘겹게 보낸 나
3년 동안 내가 어디에 집중하고 싶고,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마음껏 최악, 최고의 상황까지 고려해 보길 바란다. 내가 원하는 미래가 어디에 있고, 삶의 가치가 어디에 더 모여 있을까? 두 가지 상황 모두 장단점이 있고 무조건 새로운 일을 도전하는 게 좋다고 할 수 없다. 끈기있게 내가 하던 일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계속 이어나가는 것도 또한 나에게 맞는 도전이 될 수 있다. 즉, 내가 원하는 걸 아는 게 우선이다.
만약 변화를 선택한다면,
변화를 위해서는 많은 걸 포기하고, 새로운 것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보통의 우리는 그 노력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버겁고 힘들다. 이런 이유 하나만으로 바로 포기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순간이 오면, 3년 후에 지금보다 더 늙은 내가 '3년 전에 시작했더라면 지금 쯤은....' 하며 후회하진 않을지 생각해보곤 한다.